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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열며] 귀여운 반항

"엄마 마음만 있어? 내 마음도 있지…." 순하디 순한 우리 아들 처음으로 내게 반항했다. 그 때가 4학년 때였나? 5학년 때였나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아이의 그 말은 아주 또렷하게 잊히지 않는다. 한 대 얻어 맞은 양 나는 그 때부터 아이의 원하는 바도 배려하고 이해 하려는 자세의 엄마가 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나는 나 클 때의 어른들의 수직적인 명령과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그런 문화 속에서 보고 컷기에 내 아이도 그렇게 키우려 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귀엽고 당연한 그의 항변이 충분히 이해가 가고 수긍이 되었다. 아이는 물론 다 잊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도 아이의 그 말을 기억하며 가끔 혼자 웃는다. 아들은 두 아이의 아빠가 되도록 한 번도 부모에게 대든 적이 없다. 그러나, 말없이 제 뜻대로 한다. 부모 말은 그냥 듣고 저는 제 생각으로 말없이 처리한다. 이제는 가족을 가진 성인으로서 그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오히려 든든하게 생각된다. 이제는 늙은 우리보다 아는 것도 많고, 이 미국사회를 훨씬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돌아보니, 아들은 부모의 우려 어린 조언보다 더 현명한 결정을 하곤 했던것 같다.

요즘 사춘기 손녀의 반항이 재미있다. "엄마는 내게 맨날 소리 질러." 왜, 제 어미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는지는 안 봐도 뻔하다. 생긴 것과는 다르게 아이는 제 방을 치울 줄을 모른다. 어쩌다 가 보면 정말 엉망이다. 나는 아이 몰래 딸에게 "얘, 야단을 쳐서라도 제 방을 치우게 해야지"라고 부추긴다.

"저번 날엔 어디 먼데로 가려고 했어." "어디로 가려고 했는데?" 나는 우스워 놀리듯 말했다. 저는 심각한데 할머니는 웃고 있는 것이 못 마땅한 아이의 목소리의 톤이 점점 커진다.



"진짜야, 버스 노선도 알아놨었어, 내게 있는 돈 만큼 갈 수 있는 데로…."

"네게 얼마가 있었는데?"

"50달러쯤 있었어…." 아이는 힘 없이 끝을 맺지 못하고 있다. 아이는 바보는 아니다. 가면 당장 잘 곳, 먹을 곳, 생각을 안 했을 애가 아니다. 그러면 자연히 부모의 품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하다는 결론에 아이는 이르게된다. 할머니가 엄마한테 야단쳐야겠다며 아이를 위로한다. "이 다음에 돈 벌면 할머니만 좋은 차 사줄거야, 엄마는 안 사줘." "오케이!" 나만 신난다.

미국에 살아 보니 아이들은 천국에서 사는 듯하다. 그런대도 불만이다. 요즘 십대의 반항으로 부모들이 긴장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 모르는 것이 많아 그들의 겁 없이 내지르는 행동이 더 위험한 것이다. 영양이 좋은 탓에 몸은 아빠보다 더 커졌고 목소리는 걸걸해져오고, 코밑 수염도 거무릇하게 변하고 있다. 벌겋게 툭툭 튀어나오는 이마의 여드름…. 외형적으로 뭔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 보이고, 내적으로도 뭔가 튀어오르듯이 쿨렁이고 있음이 감지 되는데… 벌써 어른이 된건지, 아직도 아이인지 스스로도 헷갈리는 나이이다.

십대의 반항, 그래 그때 안 하면 언제 하겠니? 부모 품에서 살 걱정 없을 때, 몰라서 철 없어서 라는 말이 이해가 될 때… 모르고 하기에 귀엽게 보일 때… 아이들의 말도 경청하고, 이해해 주고 기다려 주자. 아이들이 철 들어 세상을 더 알 수 있을 때까지….


이경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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