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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20/20] 화염 속 예술품을 지키는 '요새'

[LA중앙일보] 발행 2019/11/01 미주판 20면 기사입력 2019/10/31 20:38

"게티센터는 예술품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2년 전 벨에어 지역 스커볼 산불로 게티센터가 위협받고 있을 때 당시 공보 담당자가 했던 말이다.

지난 28일 '게티 산불'이 다시 미술관 인근을 무섭게 태웠다. 소장품의 화재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리사 라핀 게티재단 공보담당 부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미술관 소장품은 안전하다. 옮길 계획은 전혀 없다."

1996년 개관한 게티센터는 오래된 고문서와 유명 예술가 작품 등 12만5000점의 예술품과 140만 점의 희귀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일대를 휩쓴 대형 산불에도 게티센터는 철저한 화재 방지 시설로 예술품의 안전을 확신한다. 건물 자체는 불에 강한 석회암 돌판으로 두껍게 방어벽을 둘렀고 지붕은 돌조각을 덮어 불꽃이 튀겨도 웬만해서 발화되지 않는다. 전시실은 독립된 자동 방화벽으로 분리되고, 화재 연기로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외부공기 유입 차단시설도 갖췄다. 또한 주차장 아래 탱크에는 100만 갤런의 물이 저장돼 있다. 작품 손상의 위험이 있어 최후의 방법으로만 사용된다.

문화유산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할 수 없다. 그만큼 보존이 중요하다. 작년 4월 프랑스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 지붕이 화재로 소실됐다. 보수공사 중이던 첨탑 주변에서 불이 났다. 한국도 2008년 2월 대한민국 국보 1호인 숭례문이 전소되는 안타까운 사고를 겪었다.

지난해 브라질 국립박물관 화재는 막대한 피해를 가져왔다. 미주 최대 규모인 박물관 화재로 소장 예술품 2000만점이 대부분 불에 탔다. 특히 박물관의 대표 유물 격인 1만2000년 전 인류 유골 '루지아'가 소실됐다. '최초의 브라질인'이라는 별명처럼 국민들의 자존심이었던 유물이 어이없게 화재로 사라졌다. 브라질 박물관이 화재를 당했을 때 한 교사는 "역사가 사라졌고 꿈이 불탔다"고 탄식했다.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인류의 노력은 전쟁터에서도 치열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등 14개 연합국은 예술품을 지키는 특수부대까지 창설했다. '모뉴먼츠멘(The Monuments Men}'으로 불렸던 부대는 미술관 디렉터와 큐레이터, 미술사학자, 고문서 전문가, 건축가, 예술가 등 남녀 345명으로 구성됐다. 임무는 히틀러와 나치, 그리고 전쟁으로부터 예술품을 지키는 것이다. 교전 중 2명의 전사자가 발생했지만 이들의 활약으로 수만점의 예술품을 보존할 수 있었다. 모뉴먼츠멘 대원들은 전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등 전세계 유명 미술관에서 요직을 맡아 약탈된 예술품 반환 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게티 산불이 완전하게 진화된 것은 아니지만 미술관은 일단 위급상황을 넘겼다. 소장품 피해도 보고되지 않았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게티 산불을 보도하면서 게티센터는 소중한 예술품들을 화재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하는 '요새'라고 표현했다.

예술품은 인종과 지역,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는 인류 공동의 자산이다. 예술품 유실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의 비극이다. 괴테는 "모든 예술품은 교양있는 인류 전체의 유산이다. 미술품 소유에는 그것을 보존하려는 사려깊은 의무가 따른다"고 했다. 예술품 보존을 위한 게티센터의 철처한 대비가 화염 속에서 더욱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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