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우리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소동
고통 속에서 사랑이 자란다. 평상시에는 내 편인지 아닌지 구별이 모호하다가도 문제가 발생하면 같은 편은 뭉친다. 같이 살 비비고 살면 신경이 둔해져서 얼만큼 사랑하는지 고마운지 잘 모르고 산다. 자식들도 결혼하면 제 식구 챙기기 바빠서 매일같이 부모 못 챙긴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고 피(핏줄)는 콜라보다 진하다. 문제나 고난에 봉착하면 찰떡같이 뭉치는 게 식구(食口)다. 식구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 먹는 사람이다. 배 아파 자식 낳아 머리통 커질 때까지 얼마나 많은 끼니 해 먹이고 골라 입히고 손발 닳도록 애지중지 키웠던가. 자식 덕 볼 생각은 안 하고 살았는데 요즘 자식들 성화(?) 덕분에 마음이 훈훈하다.제일 먼저 깃대를 들고 나선 건 정 깊고 사랑 많은 뉴욕 사는 둘째딸! 아빠 중국 여행 막아야 한다고 애걸복걸 난리방구통이다. 유랑천리 우서방은 시차도 시차지만 무소식이 희소식인지라 자기식구 만나면 히히덕거리느라 전화도 잘 안 받는다. 연이어 중국 여행 가면 영영 우리들 못 본다는 아들의 공갈협박 끝에 중국과 홍콩 여행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생명공학도인 아들은 전문적인 지식을 동원해 심도 있게 설득, 타이완 있을 동안 행동 수칙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新種 coronavirus,) 명칭과 발병 및 확산 과정, 원인균 분석, 확인 안 됐지만 많은 초기 증례가 수산물 도매 시장과 연관됨으로써 바이러스가 동물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증 된다는 학설로 설득했다. 마스크 착용 필수, 외출 자제, 식사할 때 조심하고, 손 열심히 씻으라고 경고했다. 청개구리 성품에 삼천포로 빠지는 스타일이라서 남의 말은 절대 안 듣는데 다행히 늦둥이 아들 말은 잘 듣는다. 내 임무는 수시로 전화 해 수칙을 준수 하는지 확인하는 건 데 귀찮다고 화를 내면서도 은근히 기분 좋아하는 눈치다.
미 질병통제센터(CDC)는 2월 3일 기준 미국내 총 11번째 확진자가 발생, 두 번째 2차 감염자가 발생했으며 그 중 2명이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한다고 밝혔다.
다음 주 LA로 귀국 하는 우서방 때문에 집안은 또 한번 초비상 상태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돌아오는 길에 샌디에이고 아들 집에 들려 손녀 딸 재롱 즐기고 일주일 놀다가 오하이오로 돌아오는 걸로 스케쥴이 잡힌 것. 무증상 전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니 큰 일! 첫돌 막 지난 손녀에다 며느리가 임신 4개월이니 염치 없지만 아들 집 근처 사는 고모에게 공항 픽업을 부탁하고 고모집에 있기로 온 가족이 합의를 모았다. 아들 손 잡지 말 것, 절대로 아들 집에 가지 말 것, 영상 통화로 손녀와 놀 것 등등 온 가족에게 행동 지침을 경고했다. 아들은 패티오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할배가 손녀와 놀면 된다며 히히덕거린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 없다 해도, 없는 것보다 있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한다. 지난 2주 동안 우리 가족은 한 편이 돼서 ‘우할배 구출작전’에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쳤다. 누구 편 누구 편 자랑해도 자식과 한 편 먹는 것이 제일 즐겁다. (Q7 Edition 대표, 작가)
이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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