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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

아직도 어둠이 걷히지 않았는데 거리에는 차들이 분주하게 거리를 질주합니다. 나는 아침 운동으로 아파트의 정원길을 나섭니다. 한 바퀴를 도는데 920보가량 되니까 10바퀴를 돌고 집에 들어오면 약 만보가 되고 7.6km가 됩니다.

걸으면서 보면 아파트의 언덕 밑으로 불을 켠 차들이 쉴새 없이 달리고 거리 모퉁이에 있는 버거킹에도 불이 켜집니다. 조금 있으면 정류장에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 짐을 싣고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입니다. 물론 가게 문은 열지 않았지만 준비하는 사람들은 바쁩니다.

얼마 전 서울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구경 삼아 새벽 노량진의 수산시장에 다녀 왔습니다. 호텔에서 여섯 시에 나와 택시를 타고 수산시장으로 갔습니다. 시장에 들어서니 여기는 새벽이 아니라 벌써 대낮이었습니다. 크나큰 건물에 사람들이 가득히 차고 물건을 파는 사람 사는 사람들이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고무 앞치마를 입은 사람은 목청껏 소리를 지르고 화답했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상자를 나르고 궤짝을 싣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지 상관이 없다는 듯이 정신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참 인생을 열심히 사는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아직도 많이 부족한가 봅니다.

나는 수산시장의 옆에서 장터국수를 한 그릇 먹고는 동대문시장으로 갔습니다. 아직 10시가 되지 않았는데 청계천 5가는 상자를 뜯는 사람, 물건을 옮기는 사람, 오토바이를 타고 물건을 실어 나르는 사람들로 분주했습니다. 힘든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서 그런지 행동은 거칠고 변호사 사무실이나 병원의 간호사처럼 상냥하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물어보면 대답은 퉁명스럽고 몸짓은 투박합니다. 그러나 그들은 자기의 일을 열심히 하고 불평이 없습니다.



그들에게 일주일에 52시간 근로법이라든가 노동법은 먼 나라의 이야기입니다. 정규직이니 임시직이니 하는 구분도 없습니다.

나는 동대문시장 안으로 들어가 광장시장으로 갔습니다. 광장시장 골목 네거리에는 벌써 녹두 지짐과 김이 무럭무럭 나는 순대와 김밥, 족발이 가득했습니다. 언제부터 만들어 놓은 것일까요. 아마 새벽 5시부터 만들어 놓았겠지요. 나는 나무걸상에 앉아 지짐과 떡볶이와 순대를 조금 시켰습니다. 그리고 지짐을 한입 물어 뜯습니다. 기름에 절었지만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합니다. 그러면서 가슴에 뜨거운 그 무엇이 걸린 것 같습니다. 나는 아주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몇 시에 나오셨어요. 아주머니는 퉁명스럽게 한 8시 되었을까. 그럼 언제 준비하세요. 뭐 대중 있나. 자고 일어나면 준비를 하지….

그렇습니다. 그들은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8시간 근무제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점심시간도 두 시간마다 15분씩 쉬는 제도도 없습니다. 노동법도 노동 감독도 없는데 그렇게 열심히 일합니다. 하기는 나도 개업을 할 때 아침 6시 30분이면 병원에 나갔고 오후 5시에 사무실을 닫고 병원으로 가서 저녁 회진을 돌고 집에 왔다가 응급실에서 부르면 다시 병원에 나갔습니다. 그때 나도 52시간 근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오늘 수산시장과 동대문시장을 돌면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고 감동을 받고 다시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이용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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