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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이민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들

훌륭한 위인이나 문호, 화가, 음악가 같은 예술가를 기억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초상 사진이다. “잘 찍은 사진 한 장은 수백수천 마디의 말을 대신한다”는 말처럼 한 장의 사진이 그 사람의 겉모습은 물론 정신세계까지 많은 것을 이야기해준다.

가령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찍은 카뮈, 사르트르, 모리악, 에즈라 파운드, 화가 마티스, 브라크, 간디, 코코 샤넬 등의 사진을 보면 내면의 정신세계와 영혼을 느끼게 된다. 그래서 브레송의 사진은 그 인물을 상징하는 대표적 ‘아이콘’으로 통한다.

한국의 예로는 육명심의 사진집 ‘문인의 초상’이 대표적이다. 박두진, 박목월, 양주동, 박종화, 이희승, 피천득, 김동리, 조병화, 윤석중, 고은, 구상, 김남조, 모윤숙, 서정주, 김규동, 김춘수, 천상병, 신경림, 강은교, 차범석, 오태석 등 한국 문단에서 내로라하는 문인 71명을 찍은 사진과 촬영 당시의 일화와 주인공의 문학 세계를 설명한 이 사진집은 가히 ‘사진으로 돌아본 문학사’라고 할 수 있다. 단순한 기록에 그치지 않고 작가의 작품세계와 인간적 체취까지 느끼게 해준다.

그것이 바로 좋은 사진의 힘이다. 사람은 가도 사진은 남는 것이다.



우리 미주한인사회에도 그런 사진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사진작가들과 예술가들이 협동하여 대표 사진을 만들고, 후세에 남겨주었으면 하는 바람… 꿈일까?

미주한인사회도 이제 제법 연륜이 흐르면서 각 분야의 예술가들이 나이 들어 세상을 떠나고 있다. 세월이 그렇게 흘렀다. 저 세상으로 이민 간 이들이 멋진 사진으로라도 우리 기억에 오래도록 남기를 바란다.

예술잡지들의 부탁으로 작고한 예술인을 추모하는 특집기사를 쓰는 일이 가끔 있는데, 그 때마다 곤란을 겪는 것이 바로 사진이다. 뜻밖에 쓸만한 사진이 없다. 여권사진 수준의 증명사진, 행사 때 찍은 단체사진, 여행가서 가족과 찍은 기념사진 등등 이런저런 사진은 상당히 많은데, 이거다 싶은 좋은 사진은 정말 귀하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브레송이나 육명심 같은 좋은 사진작가들의 좋은 사진이다. 정말 많은 것을 말해주는 한 장의 사진….

물론 초상사진은 잘 찍기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찍히는 사람과 찍는 사람 사이의 깊고 자유로운 정신적 교감이 있어야 하고,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는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이런 작업을 돈벌이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는 좋은 작품이 나오지도 않는다.

풍경사진은 찍는 사람 마음이지만, 인물 사진은 두 사람의 마음에 들어야 한다. 사진작가 마음에는 꼭 들지만, 찍힌 사람은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우도 많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다.

사진작가의 말에 따르면, 나이 먹은 여성 예술가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는 정말로 엄청나게 어렵다고 한다. 삶은 밤에서 싹이 트기를 바라는 것보다도 훨씬 어렵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까다롭게는 한없이 까다로운데다가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씀도 전혀 통하지 않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안 찍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사진은 우리 사회의 문화적 정신적 유산이 되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훌륭한 인물이나 예술가의 사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에서도 전문가의 손길이 매우 중요하다.

다행히 지금 우리 한인사회에는 실력을 자랑하는 사진작가들이 참 많고, 모든 사람이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사진작가들인 세상이다. 기대를 건다.


장소현 / 미술평론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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