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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기고] 정신을 감염시키는 부조리의 재앙

지난 세기 동안 250번의 전쟁으로 1억1000만 명이 죽었다. 이는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그리고 스웨덴의 인구를 합한 것과 맞먹는다. 희생자들은 세계 대전만이 아니다. 1915년부터 1923년 사이 오트만 투르크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100만 명 학살, 일본군의 난징 대학살 희생자 25만 명 , 1971년 파키스탄의 방글라데시인 300만 명 학살, 캄보디아 내전 150만 명 희생도 포함된다.

코로나19가 연일 심각한 위기로 퍼지고 있다. 여기저기서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선 장면을 목격한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악화해 한국, 미국, 유럽, 중동으로 확산하며 세계가 비상에 걸렸다. 코로나19 환자가 대규모로 나온 서부 워싱턴주, 오리건주, 캘리포니아주, 동부 뉴욕주, 메릴랜드주, 켄터키주, 유타주 등 전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가 떠오른다. 페스트는 14세기 유럽 세계가 겪은 전대미문의 악몽이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흑사병로 사망했으며 서유럽 인구는 16세기가 되어서야 페스트가 창궐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 카뮈는 인간의 척도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재앙인 페스트의 한 복판에서 비극적이며 부조리한 세계를 절감하는 한편 그 속에서 어떻게 살고 어떻게 죽고 어떻게 존재할 것인지 고뇌한다. 카뮈의 페스트가 갖는 다양한 함의는 지금 우리가 직면한 재앙은 무엇이며, 그 재앙에 어떻게 맞설 것인지 깨닫게 한다

바이러스로 인한 비극은 거기에 관계하는 수많은 개인들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발발해서 개인들의 바람과는 상관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격리조치는 정당성을 가지고 있는 듯하나 사실 이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두 배로 키운다. 환자들은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생이별을 겪고 바깥세상과 완전히 단절된다. 그때부터 육체뿐만이 아니라 정신까지 감염시킨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이유 없는 광기나 부조리한 죽음을 맞는다. 이들의 죽음에는 어떠한 정당한 논리도 존재하지 않는다. 바이러스는 우리의 삶 곳곳에 잠복해 있다가 언제든지 우리를 습격할 채비를 하고 있고 그들은 단지 바이러스의 습격을 받았을 뿐이다.

부조리한 세계에 내던져진 고독한 인간들의 실존 그것은 곧 반항하는 인간으로서의 실존이다. 매일매일 주위에 일어나는 부조리한 죽음들. 부조리한 세계에 대한 치열한 부정과 날카로운 현실 인식에 기반을 두어 자신의 온 힘을 다해 그 사실에 반항함으로써 실천을 모색하는 긍정의 힘으로 이 난관을 돌파해야 되지 않을까. 이 시간에도 피땀 흘려 애쓰는 의료진들과 연구원들이 있다. 이들은 반항함으로써 실존한다.

카뮈는 소설의 마지막 단락에서 페스트 균은 결코 죽거나 소멸하지 않으며 수십 년간 가구나 속옷 사이에서 참을성 있게 살아남아 아마도 언젠가는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서 또다시 저 쥐들을 흔들어 깨울 수도 있다며 페스트는 우리들 중에 여전히 유효하다고 경고한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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