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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있는 사색] 싸움을 통해 만들어지는 도덕적 가치들

좋은 일은 좋은 내용 그 자체로 얻을 수 없는 것인가. 세상일을 돌아보면 아무리 좋은 것을 목표로 그것을 이루려 노력해도 자연스럽거나 갈등 없이 이루어지는 일은 없고 대부분 꼭 싸움이나 투쟁을 해야만 얻는 그런 현상을 겪으며 산다.

선을 예로 들어 보자. 선이란 인간 정신이나 마음에 바른 결과를 가져와 행복하게 하는 요소다. 마음이나 생각에 행복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실체가 선인 것이다. 반대로 악은 바르지 못한 생각이나 마음을 갖게 하여 좋지 않은 결과, 즉 갈등이나 불행을 만들어 내는 요소가 악이다.

흥미롭게도 문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선을 이루려 하는 데는 선 자체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은 대부분 악의 상징인 싸움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평화 같은 가치도 같은 현상이다. 처음부터 화목이나 화평으로 평화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작게는 개인 간 싸움으로, 크게는 국가 간의 전쟁을 통해서 세워지는 모습을 역사에서 볼 수 있다.

그러한 실제 예는 무수히 많다. 세계 제1, 2차 대전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처음부터 평화롭게 살면 좋았으련만, 몇몇 국가에 의해 갈등이 생기고, 분란이 생겨 결국 전쟁까지 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1, 2차 세계대전이다. 그 전쟁들을 통해 무수한 인명피해, 재산피해를 남겨놓고서야 국제연합이 창설되고 그런대로 지금까지 평화를 유지해 오고 있다.



오죽하면,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이었던 토머스 제퍼슨(1776-1783)은 “민주주의라는 나무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말을 했을까. 민주주의라는 고상한 국민주권 중심의 선한 정치체제도 목숨을 내놓을 만큼의 심한 갈등을 겪고, 싸움을 겪어야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아무리 좋은 것, 선이라든가, 평화라든가, 행복도 어떤 갈등이나, 시련, 투쟁, 심하면 국가 간의전쟁 같은 것을 겪고 나서야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말한다.

국가의 국회도 한가지다. 국민을 잘살도록 하기 위한 안건 하나를 놓고 치열한 언쟁을 하기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국회의원끼리 멱살을 잡는가 하면, 주먹이 왔다 갔다 하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다. 그런 일이 있고서야 뭔가 해결이 되어 선이라는 목적을 이룬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 국회에서 자주 보고 듣는 고성, 비명, 호통, 또는 문을 걷어차는가 하면, 건축연장을 가져와 문짝을 뜯어내기까지 한다. 늘 고상하게 행동하던 국회의원들이 부끄러움도 없이 바닥에 드러눕기도 한 것을 목도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하고 한숨 돌린 후, 국민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안건을 처리한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전에 먼저 싸움을 하는 것이다. 결국, 선을 만들어 가는데, 선 자체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악을 통해 선을 이루는 것이다.

싸워서 선이라든가, 평화라든가, 아니면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어떤 다른 가치 한 조각이라도 바로 얻었다면 그나마 지혜로운 자들이라 할 수 있겠다. 왜냐하면, 아예 부숴버리고 짓밟아 하나도 건지지 못하는, 그야말로 악 그 자체를 행사하고 끝내는 자들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성경의 사도 바울도 선을 이루기 위한 싸움을 말했다. 그는 “악에게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 말하고 있다. (로마서 12:21) 선으로 선을 만들 뿐만 아니라, 그 선으로 악을 이기라 한다. 다시 말해 선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싸움도 불가피하게 있을 수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폭력이나 상처를 주는 악한 싸움이 아닌 “선한 싸움을 싸우라” 말 한 것이다.

어린 시절 강원도 험한 산 준령을 버스를 타고 지나는데 “삶은 투쟁이다. 투쟁하여 살길 찾자”라 바위에 쓰인 글을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선한 것을 이루기 위하여 싸움할 수밖에 없다 해도, 자기만 살고자 상처 주고 피 흘리는 그런 일까지 해서는 절대 안 된다.

인간은 그 못난 성품 때문에 하나님이 좋은 것을 좋게 주셨어도 감당하지 못하고 사는 존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싸움 없이 선한 것으로 선을 쌓고, 평화나,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가치들을 세워나가야 되겠다.


장석민 목사 / 빛과 사랑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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