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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9월이 시작된 지 2주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한기를 느낄 정도로 기온 강하를 체감하지만, 한낮의 기온은 여전히 높고 습하다.

그리스 사람들은 9라는 숫자를 엔네아드(Ennead)라 하여 완전 균형, 중심 또는 질서를 나타내는 거룩한 수이자 인간이 넘을 수 없는 지평선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래서 9를 속세와 영원을 연결짓는 심판의 수이자 극한의 경계로 인식한다.

반면 가톨릭에서는 9를 10이라는 완전(열십자 또는 십자가)에 이르기 위한 고통이라 생각하며 구원의 은혜와 특별한 소망을 담아 9일 기도를 드리는데 이것을 노베네(Novene)라 하고 히브리어 자모체계에서 9번째 문자가 Teth인데 이것은 생명의 맹아가 싹트는 여성의 신체기관인 자궁의 의미를 지녔다고 한다. 자궁에서 생명의 씨가 9개월을 준비하다 새로운 빛을 보게 되는 그래서 9를 시작을 위한 준비라고 보는 것이다.

동양에서는 9월을 잔서지절(殘暑志節), 즉 가을의 문턱에 이르렀으나 자투리 더위가 남아있는 계절의 균형추 같은 달로 표현한다. 그 외에도 엄청난 장신에 이르는 구척장신(九尺長身),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에서 구출되었다는 구사일생(九死一生 ) 등의 고사성어 등에 9라는 숫자가 인용됨을 볼 때 9는 완전에 이르기는 부족한 절정으로 새 세계 입문의 울타리 정도로 인식되는 듯하다. 그래서 서양은 9월이 되면 새 학년, 동양에서는 새 학기가 시작된다.



개인적으로도 2020년 9월은 의미를 떠나 사랑의 걸림돌 같은 유감의 달이다. 2018년 말 1년 6개월 기한으로 스코틀랜드 본사로 스카우트 되어간 막내아들 가족이 지난 월요일 JFK를 통해 귀국했다. 떠날 때는 셋이었는데 올 때는 넷이다. 그곳에서 손자 하나를 더 달고 돌아왔지만, 아들은커녕 생후 7개월 된 문제의 녀석 얼굴조차 아직 대면 못 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의미와 선한 뜻을 지닌 9월이 가을의 향취를 잔뜩 머금고 우리 곁을 찾아왔다지만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시절이 하 수상하니 올 둥 말 둥 한 것 같다. 언제 다시 높고 푸른 9월의 하늘 공간을 무제한 숨 쉬고 길거리 가득한 등교생들의 재잘거림을 목격하나 싶으니 애달프다.

보도로는 코로나 백신 개발은 지난 7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 175개 업체가 도전 중인데 그중 미국의 모더나와 화이자,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 중국의 시노팜, 시노백 등 5개 업체가 임상 3상에 진입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지난달 임상 3상조차 실시하지 않은 백신을 내놓고는 세계 최초라며 치고 나갔는가 하면 중국 또한 관련 발표가 임박한 모양새다.

이렇게 러시아의 백신이 국제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중국산 백신이 미국인에게 접종될 가능성이 희박한 가운데 주목받고 있는 회사가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다. 이 회사는 이미 백신 후보 물질로 18~55세 성인 107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에서 1회 접종 90%, 2회는 전원이 체내에 중화항체 및 T 세포 형성을 확인한 뒤 현재 8000명을 대상으로 3상이 진행 중이지만 영국인 1명에게 심한 후유증이 발생하여 일시적으로 시험이 중단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기대를 모았던 미국의 모더나의 플랫폼 방식도 1상 소식 후 핵심인 동물 면역 후 공격시험(Animal Challenge Study) 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가톨릭의 간절한 9일 기도 ‘노베네’가 이때를 위함이 아닌가 싶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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