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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홀로 일어서는 아이들

지난 주 날씨가 뜨거웠다. 지구가 끓는 듯했다. 바깥 놀이를 못해 몸을 비트는 어린이들이 측은하기까지 했다. 그런 무더위 속에 어린이 두 명이 동시에 입학했다. 어린아이 둘은 서로 마주 보며 울었다. 교사가 새로 입학한 어린이를 안아주고 달래며 땀을 흘렸지만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처음 부모를 떠나 학교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는 으레 운다. 익숙해 있던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환경과 친구가 낯선 것이다. 분리되는 두려움을 울음으로 표현한다. 아이의 성격과 양육 방법에 따라 다르지만 누구나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학교가 즐거운 곳이라고 인식되기까지.

우는 아이의 심경을 헤아려본다. 안쓰럽다. 적응하려 애쓰는 그 마음은 무척이나 힘들 것이다.

곁에 있던 세 살 여자아이가 우는 애의 손을 잡아줬다. 마음을 나누며 토닥토닥해주는 모습에 가슴이 찡했다. 그 여아는 엄청나게 울었던 아픔을 갖고 있다. 입학할 당시 공교롭게도 부모가 이혼해 양쪽 집을 오가야 했다. 생모와 헤어지는 슬픔 때문에 필사적으로 울었던 기억이 남아 있을 것이다. 자기가 겪었던 아픔을 기억하며 친구를 위로해 주는 마음이 대견하다. 시간이 약이랄까. 마침내 새 친구는 교사의 관심 속에서 다른 친구와 어울리며 즐거워하기 시작한다. 또래끼리 공감을 형성하며 사회성을 터득해 간다. 동질감으로 마음의 평정을 찾으며 스스로 헤쳐나간다.



어린이 학교에 입학해 적응하기도 힘든데 하물며 문화와 언어가 다른 타인종 어린이와의 적응엔 어려움이 많을 게 분명하다. LA에서 오렌지카운티로 이사 갔을 때 딸이 겪은 일이 떠오른다. 새로 입학한 초등학교에 한국 어린이가 없었다. 며칠 후부터 딸이 학교 앞에 도착하면 배가 아프다며 구토를 했다. 반복되는 난감한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고, 알게 된 병명은 신경성 위장염이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두려움이 원인이었다.

백인 아이들 속에서 발견한 동양 아이가 있어 마음을 주었다고 했다. 의지했던 친구로부터 물건을 강요당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강하게 자라길 바랐는데 마음이 아팠다. 외국에서 자라는 2세들이 극복한 숨겨진 이야기가 많으리라.

불현듯 입양아가 겪었을 외로움과 슬픔이 느껴진다. 한국전쟁 이후 많은 고아가 바다를 건너 생의 터전을 옮겨왔다. 더욱더 좋은 환경에서 자라길 바랐지만 정체성 방황을 극복하며 어렵게 자랐다. 입양아로서 당했던 인종차별, 따돌림과 고독 사이에서 겪었던 아픔을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버림받았다는 미움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찾고 성장 후 친부모를 찾는 이야기도 많다.

주어진 환경에서 포기하지 않고 슬기롭게 자라는 어린이들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에 청량한 바람을 맞는다.


이희숙 / 수필가·어린이 학교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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