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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네트워크] “한국이 부자 나라”라는 트럼프에게

지난 21일 여야 3당 원내대표는 워싱턴에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와 아툴 케샵 동아시아·태평양 수석 부차관보를 만나 이런 얘기를 들었다.



‘미국이 수십 년 동안 국민 세금으로 세계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사이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는 경제발전을 이뤘으니 이젠 새로운 한·미 동맹 틀 안에서 한국이 적절한 방위비를 내야 한다.’ 또 '한국은 건강보험이나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를 잘 갖췄고, 고속철도 있는데 미국은 그런 게 없다. 다른 나라가 자국민을 위할 때 미국은 그렇지 못했다’는 언급도 했다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한국은 “부자 나라”이기 때문에 주한 미군 주둔 비용을 올려 받아야 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주장과 궤를 같이한다. 트럼프 참모들은 조율한 듯, 공개적이며 반복적으로 “부자 나라 한국”을 외치고 있다.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19일 마닐라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은 10일 한·일 방문길 기내에서 이같이 말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3일 캐나다에서 “한국은 부자이면서 강한 나라”라고 했다.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한국을 전방위로 압박하기 위한 전략이라면 오판이다. 협상 진전은커녕 민심만 자극할 뿐이다. 하필 한국 경제가 꺾여 내리막길을 걷는 때에 ‘부자’ 운운하니 여론은 부글부글 끓는다. 3% 안팎을 유지하던 경제성장률은 올해 1%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12개월 연속 수출 감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소비·투자 심리는 꽁꽁 얼어붙었다. 부자는 감성적, 상대적 개념이다. 더구나 나라가 부자라고 개인도 부자는 아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한국인도 잘 안다. 만약 더 내야 한다면 대차대조표를 놓고 이치를 따지는 게 먼저다. 그게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규칙이다. 부자이기 때문에 내년도 방위비를 올해의 5배인 50억 달러로 올려야 한다는 무논리를 자꾸 외치면 친미도 반미로 돌아설 수 있다. 당장 온라인에는 ‘그만 나가라’ ‘임대료 받아라’ 같은 댓글이 넘친다.



미 의회가 검토 중인 내년도 국방수권법안에 따르면 주한 미군 주둔 예산은 약 44억6000만 달러다. 그걸 전액 한국이 내라는 것도 무리인데, 여기서 발생하지 않는 비용까지 얹으려면 쉽지 않을 것이다. 한·미 동맹을 깨지 않으면서 조금이라도 더 얻고자 한다면 적어도 협상장 밖에서는 ‘부자’ 얘기는 접는 게 실속있을 듯싶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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