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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한미군 감축, 트럼프의 수사학일까?

주한미군 감축 문제가 최근 미국 정치권의 핫이슈로 등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계속 회자되기는 했지만 이번엔 대통령 선거 상황과 맞물려 꽤 설득력 있게 들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국무성에 압박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보도하면서 발단이 됐다. 이후 정치권에선 주한미군 감축 반대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야가 따로 없다.

공화당의 벤 새스 상원의원은 “이러한 전략적 무능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주한미군 축소 반대행렬에 가세했다.

이처럼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주한미군은 단순히 한반도 전쟁억제를 넘어 중국의 해양진출을 견제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결국 마크 에스퍼국방부 장관은 “철수 명령을 내린 적이 없다”며 한발 물러섰다. 에스퍼 장관은 그러나 병력의 최적화를 위한 조정은 검토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주한미군 재배치도 포함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미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군 철수 계획을 막기 위해 초당적으로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미 상·하원이 마련하고 있는 2021년 국방수권법(NDAA)에는 주한미군을 현재 규모인 2만8500명 이하로 줄이는데, 예산을 쓰지못하도록 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그대로 따를지는 의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대통령은 군 통수권자이면서 외교 문제와 관련해 유일한 국가대표”라고 강조했다. 의회가 부과한 각종 제한 조항을 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위협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연 주한미군 감축을 끝까지 밀어붙일까?

쉽지 않다. 우선 가뜩이나 중국과의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 패권전쟁의 지정학적 요충지인 한반도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또한 미국인 10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한다. 실제 미국 웨스턴 켄터키 대학 산하 국제여론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2.85%는 주한미군 철수에 반대했다. 철군 찬성자는 응답자의 26.84%에 불과했다. 대통령 선거를 불과 3개월여 앞두고 여론에 반하는 정책의 강력 추진은 확률이 낮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궁금하다.

일각에선 현재 난항을 겪고 있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타결을 위한 압박용이라고 분석한다. 타결할 경우 업적으로 홍보해 대선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가 힘들다는 전제 아래서다. 주한미군이 철수하면 태평양 서쪽은 중국의 바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남중국해 갈등이 이를 반증한다. 일리가 있다.

이와 관련,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한인 비하 발언’을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래리 호건 미 메릴랜드 주지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공화당 주지사 협회 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상대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인들은 끔찍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한국인들’이란 전후 문맥을 따져보면 한국인 전체를 지칭한다기보다 문재인 정부의 관련 인사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하노이에 이어 판문점까지 3차례 정상회담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정권과 관련해선 계속 침묵하거나 우호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최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직접 대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를 종합하면 주한미군 감축설이 단순히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압박카드라는 분석은 다소 설득력이 떨어진다. 혹시 여기에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려는 다목적 의도가 포함된 것은 아닐까?

나아가 미국이 극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한국을 대신해 북한에 ‘린치핀’(linch pin)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는 비약적(?) 추론을 해본다. 린치핀이란 마차나 수레, 혹은 자동차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꼽는 핀을 말한다.

외교에서는 동반자란 뜻이 있다. 쉽게 풀면 핵심이다. 이 경우 미국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중국에는 더욱 압박 강도를 높이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다. 한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북한 카드는 트럼프의 재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를 둘러싼 풍운은 다시 몰려오고 있다.


권영일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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