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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돈

“돈,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어라.” 20세기의 전설적 투자가 앙드레 코스톨라니(1906~1999)가 남긴 말이다. 그가 남긴 유작의 한국어 번역본 제목이기도 하다. 원제(‘돈에 대해 생각하는 기술’)보다 직관적이다. 코스톨라니를 지금 소환한 건 역시나 오락가락 갈팡질팡 부동산 정책 때문이다. 한국의 부동산 정책은 코스톨라니의 말과 정반대로 춤을 추고 있다.

돈에 대한 시선은 차갑다. 수익 창출을 향한 인간의 기본적 욕구에 ‘탐욕’이라는 굴레를 씌워 멸시한다. “투기로 돈 버는 사람 없게 하겠다”는 선언 하에 높은 분들이 분야를 막론, 숟가락을 얹으며 혼돈이 과열을 거듭한다. 돈을 차갑게 미워하되 뜨겁게 다루고 있으니, 코스톨라니가 보면 혀를 끌끌 찰 지경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한국인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을지도 모를 일. 듣도 보도 못한 ‘금부(금융·부동산) 분리론’을 논리적으로 증명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고 보니 정권 핵심 실세는 죄다 부동산 신공의 소유자들 아닌가. 2017년 청문회 당시 “남편이 재산 관리해서 몰랐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당당한 3주택자이고, 절세 신공으로 양도세 3억 원을 아낀 분이 청와대의 비서실장이시다. 지난해 12·16 정책으로 강남 진입은 깨끗이 체념한 3040세대의 일원으로서, 이들의 부동산에 대한 열정과 능력에 경의를 표한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모범 사례’로 언급한 싱가포르는 또 어떤가. 편할 때마다 해외 사례를 끌어들이는 경우가 드물지 않지만, 전형적인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격이다. 정해진 침대 길이에 맞춰 희생양들을 늘렸다 줄였다 했다는 그리스 신화 캐릭터 얘기다. 도시국가인 싱가포르는 비판적 시각에선 ‘사실상의 독재’라고도 불린다. 그런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한국과 비교하는 건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하는 격이다.



코스톨라니가 남긴 또 다른 명언 중엔 “투자에서 얻은 돈은 고통의 대가로 받은 돈, 즉 고통 자금이다”란 말도 있다. 이 정부가 악마화한 갭투자의 정석을 담은 책엔 “땀 뻘뻘 흘리며 발품 파는 건 기본” “인테리어비 아끼려 밤새 페인트칠하다 펑펑 울었다” 등이 등장한다. 갭투자를 옹호하려는 게 아니다. 투자는 심리라는데, 정부가 ‘고통 자금’의 심리를 못 읽고 헛발질하는 게 딱할 따름이다.

에밀 졸라(1840~1902)는 소설 ‘돈’ 초안에서 이렇게 썼다. “돈을 공격하지도 옹호하지도 말 것.” 2020년 대한민국 정부의 문제는 돈에 정치의 굴레를 씌워 공격의 도구이자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돈이 무슨 죄인가. 지금이라도 뜨겁게 사랑하되 차갑게 다루길, 국민의 심리를 헤아려주길 바란다.


전수진 / 한국 중앙일보 경제정책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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