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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낮잠의 유혹

점심 식사 후 노곤한 것이 낮잠 생각이 간절하다. 나른한 여름 잘 자란 상추를 뒤뜰에서 가져 와서 상추쌈을 싸고 나면 누구나 눈이 감긴다. 오후 대청마루에 스쳐 가는 바람을 즐기며 부채질을 하다가 보면 요란한 매미의 울음소리를 자장가 삼아 어느 사이 잠에 떨어지게 되면 신선이 하는 놀음이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자고 일어나면 정신이 맑아지고 다시 힘을 얻어 오후 일터로 나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낮잠을 자고 나면 가벼운 마음으로 일터로 나갈 수 있다는데 반대로 두통과 함께 일어나는 사람도 있다. 똑 같은 낮잠을 자고 서로 다른 결과를 가져 오니 원인이 궁금하다. 기록에 의하면 낮잠이 사람에게 이로운 점이 많다고 한다. 적당한 낮잠은 혈압을 내려 주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증가하고, 심장병 사망률을 낮추어 주고, 스트레스 해소도 되고, 30분 미만의 잠은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특히 노인에게는 적당한 낮잠이 치매예방에도 좋은 건강 개선 방법이라고 한다. 그리스의 어느 병원 연구진은 낮잠이 "비용을 들이지 않는 건강개선 방법"이라고 까지 말했다고 한다. 사람의 생체리듬이 오후 2시쯤 되면 잠을 한 번 더 자야 정상인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낮잠이 건강에 좋다고 하는데 즐거운 낮잠에서 두통과 함께 일어나는 나 같은 사람은 연구 대상이다. 두통 때문에 낮잠을 피하다 보니 자연이 초저녁 잠이 많고 아침에는 턱없이 일찍 일어난다.

어느 날 NJ에서 친구를 만나 점심을 하고 고속도로를 타고 돌아오는 중인데 아무리 눈을 떠도 잠깐 사이에 옆 라인을 침범했나 보다. 옆 줄에서 울리는 긴 경적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머리를 아무리 내 손으로 때려도 저절로 감기는 눈은 어찌할 수가 없어서 무척 고생을 했다. 그 후부터는 오후 시간이면 꼭 떠나기 전 커피를 마시고 운전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가장 부러운 것은 장소에 상관 없이 누구든지 앉으면 잠을 잘 수 있는 사람이다. 금방 함께 차에 타고 나는 운전을 하면서 이야기를 한참 하다가 보면 옆에 앉은 친구는 대답이 없다. 본인으로 봐서는 행복한 순간이지만 운전하는 사람은 약이 오를 때도 있다. 스페인에서는 오랫동안 내려오던 시에스타를 공식적으로 폐지 했다고는 하지만 언제인가 발 세로나 호텔 옆 가게에 갑자기 필요한 것이 있어서 3시쯤 내려 갔더니 가게 문이 닫혀 있었다. 외출에서 들어오다가 보니 5시 이후에 열려 있는 것을 보니 아직도 오랜 습관을 지키는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유명한 나폴레옹이나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낮잠을 즐겼다고 한다. 그 시절 벌써 낮잠이 작업에 효율적이고 몸과 마음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자신이 깨달아 알고 있었나 보다.

낮잠은 어쩐지 게으르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모든 것을 손으로 거두어야 하니 바쁜 농사일에 손이 하나라도 더 필요한 시절에 언감생심 낮잠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그 시절 낮잠이란 게으르다는 이미지를 남겨주어서 낮에는 감히 머리를 기대어 볼 엄두도 못 내고 더구나 여자들이 낮잠을 잔다는 생각도 못 할 일이다.

항상 내가 부러워하는 것은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쉽게 잠이 들고 두통 없이 잠을 깨어 오후시간과 저녁시간을 맑은 정신으로 보내는 것이 나의 소원이다.


김동주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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