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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바람기의 신앙적 이해

살며 사랑하며 가는 인생행로는 계절에 따른 다양한 날씨를 만나며 가듯, 사는 동안 스치며 가는 인간의 기후도 비슷하다. 기후는 탓할 대상이 아니고 그에 적절한 대응을 하면서 수용해야 하듯이 사람들이 빚어내는 환경도 수용하고 대처하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우리말의 바람기는 영어의 훌러팅(flirting)과 유사하다. 매력 있는 이성에게 이끌리어 뜻 없이 가까워지기를 시도하거나 성적인 호감을 갖고 접근하거나 사적인 관심을 가진 대화나 시선을 나누는 것을 훌러팅이라고 한다. 바람은 말 그대로 바람의 기운이다. 비를 몰아오는 바람이 불면 들녘이 온통 수선스러워지는 것을 아는 사람이면 바람기라는 다소 시적인 단어가 함축하는 의미를 더 잘 이해할 것이다. 바람은 들뜨는 것이며 예측이 안 되는 것이며 또한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바람은 곧 지나가는 법이라고 수긍하며 살다 가셨다.

장석남 시인의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 같이”라는 시에는 사람들이 가진 애매한 그러나 절절한 동경의 바람기가 잘 묘사되어 있다. “ 내 작은 열예닐곱 고등학생 시절 처음으로 이제 겨우 막 첫 꽃피는 오이넝클만한 여학생에게 마음의 닷마지기 땅을 빼앗기어 허둥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다. 어쩌다 말도 없이 그앨 만나면 내 안에 작대기로 버티어놓은 허공이 바르르르르 떨리곤 하였는데 서른 넘어 이곳 한적한, 한적한 곳에 와서 그래도는 차분해진 시선을 한 올씩 가다듬고 있는데 눈 길 곁으로 포르르르르 멧새가 날았다. 이마 위로, 외따로 뻗은 멧새가 앉았다 간 저, 흔들리는 나뭇가지가, 차마 아주 멈추기는 싫여 끝내는 자기 속으로 불러들여 속으로 흔들리는 저것이 그 때의 내 마음은 아니었을까. 외따로 뻗어서 가늘디 가늘은, 지금도 여전히 가늘게는 흔들리어 가끔 만나지는 가슴 밝은 여자들에게는 한없이 휘이지고 싶은 저 저저 저 심사가 여전히 내마음은 아닐까. 아주 꺾어지진 않을 만큼만 바람아,/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어디까지 가는 바람이냐/ 영혼은 저 멧새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 같이/ 가늘게 떨어서 바람아/ 어여 이 위에 앉아라/ 앉아라.”

바람기는 누구에게나 있다. 바람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연애사건으로 비화되는 것을 영어로 어페어(affair)라고 하며 우리말로는 외도라고 표현한다. 낭만이든 스캔달이든 인간적으로는 이해되는 이 복잡한 인간사의 한면을 신앙적으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기독교 신앙인이 아니어도 아는 인류에 관한 이야기의 첫 사건이 창세기 3장에 나오고 아담과 이브 그리고 뱀이 등장한다. 뱀이 교묘한 말로 최초의 인간을 회의하게 하고 금단의 열매를 먹게 하는 내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아는 진부한 이야기일 것이다. 요한복음 19장에는 유대인들이 십자가형을 요구하며 끌고온 예수를 판결하며 로마총독 빌라도가 자기에게 예수의 생사를 정할 권한이 있다고 으시대자 예수가 하신 말씀이 나온다: “위에서 주지 아니하였다면 나를 해할 권한이 없었으리니 그러므로 나를 네게 넘겨준 자의 죄는 더 크니라.” 여기서 예수를 넘겨준 자들은 유대인들이다. 예수가 빌라도에게 한 말은 죄를 지은자보다 죄를 짓게 한 자의 죄가 더 크다는 의미다. 하나님이 죄를 지은 첫 인간보다 죄를 짓게 한 뱀을 더 크게 저주하신 이유와 맥락이 같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 다른 사람을 마음속에 들인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에 부응하는 행동이 누군가의 불행을 담보로 자신의 행복을 꾀하는 것이라면, 누군가에는 죄를 짓게 하는 것이면, 죄를 짓는 것보다 더 중한 죄를 받게 되는 자리에 있게 됨을 기억해야 한다. 그 유혹이 설령 동토에 내리는 햇살 같은 유혹일지라도 거절해야 한다. 신앙은 일상의 갈등에서 선택하는 결과로 드러나는 열매가 전부다. 혼자서 치루는 혹독한 시험- 성령의 도움으로 이기는 싸움이다. [종려나무 교회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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