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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점지의 행복

우리나라의 어떤 신을 알고 있나요? ‘신과 함께’와 같은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우리나라 전통적인 신앙이나 신의 이름에 관심이 깊어졌지만, 여전히 아는 신의 이름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신의 이름 중에서 칠성님이나 삼신할미는 우리가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신의 이름입니다. 예전에 보면 어머니나 할머니께서 무언가 간절히 기도할 때 천지신명(天地神明)이나 칠성님께 빕니다. 또 삼신할미께 아이를 점지해 달라고 빌기도 합니다. 삼신할미는 이렇게 우리의 탄생을 관장합니다. 삼신할미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습니다만, 저는 아이의 생명을 관장하는 신이라는 점에서 ‘살다, 삶’과도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글자 그대로 세 신령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점지하다.’라는 말은 ‘신불(神佛)이 사람에게 자식을 갖게 하여 준다’는 의미로 사전에는 나와 있습니다만, 주로 점지의 역할은 삼신할미의 몫입니다. 점수(點授)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를 점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가 모두 세상에 나와 있으니까 점지가 쉬워 보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삼신할미께 빌어도 점지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수많은 실패가 있는 겁니다. 정성을 기울여 백일기도를 하기도 하고 날마다 새벽에 정화수를 떠놓고 빌기도 합니다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아이를 갖지 못해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도깨비는 신이라기보다는 환영에 가깝습니다. ‘도섭’이라는 단어가 예전에는 환영(歡迎)이라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도깨비는 ‘돗’에 아비나 개비가 붙은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비는 우리가 지금도 사용하는 아버지의 다른 말이고, 개비는 ‘허깨비’ 등에서 사용되는 말입니다. 허깨비는 ‘헛+개비’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도깨비는 그래서인지 새벽이 되면 스르르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도깨비와 밤새도록 씨름을 하였다는 이야기가 전설로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나라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라기보다는 장난꾸러기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에게 제일 좋아하는 드라마를 하나 들라고 하면 저는 ‘도깨비’를 꼽습니다. 내용도 좋고, 연기도 좋고, 영상도 좋고, 음악도 좋은 드라마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얻었고, 다른 나라에서 인기가 높았던 한류 드라마입니다. 무엇보다도 제가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 것은 대사입니다. 명대사가 수도 없이 나타나는 드라마이고, 그 대사 속에는 우리 세상이 살 만한 곳이라는 진리를 들려줍니다. 슬프지만 행복한 좋은 대사가 많아서 드라마를 보는 내내 슬픈 행복을 느꼈습니다.



여주인공 지은탁은 어릴 때 부모를 잃고 참으로 외롭고 힘들게 삽니다. 그런 은탁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드디어 세상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졸업식 날 모든 졸업생의 부모님이 아이들을 안아주는 장면에서 쓸쓸해 하는 은탁을 다른 모습으로 변한 삼신할미가 나타나 꼭 안아줍니다. ‘왜 저를 안아주세요?’라고 묻는 은탁에게 삼신할미는 ‘너 점지할 때 행복했거든’이라고 귓속말을 해 줍니다. 이 말은 전에도 삼신할미가 은탁에게 들려주었던 말입니다. 은탁은 삼신할미인 줄 몰랐지만 말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눈물이 났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고통스러운 인생이라도 귀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나는 스스로를 불행한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점지하신 분은 행복한 마음으로 나를 세상에 내놓았을 겁니다. 힘들 때마다 내가 귀하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겁니다.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이 바뀝니다. 우리는 모두 귀한 사람입니다. 우리는 행복하게 점지된 사람입니다. 사실입니다. 그게 우리 삶에서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 최근에 다시 드라마 도깨비를 보고 이 부분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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