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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옮길 준비하라"…경주로 향했다

'김경준의 주홍글씨' BBK를 말한다 #5

BBK 정관과 다스 송금
'BBK 시계'는 2000년이 되면서 더 빨라졌다. MB가 약속대로 '공식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연초부터 그는 서울 중구 삼성생명빌딩 17층의 BBK 사무실로 출근했다. MB의 방은 이미 입주 당시부터 마련되어 있었다. 이미 밝힌 대로 모든 사업은 처음부터 MB와의 합의 아래 기획됐기 때문이다. 'MB의 집사' 김백준은 그 옆방을 썼다.

MB가 출근하면서 가장 먼저 챙긴 것 중 하나가 BBK 정관이다. 그는 정관을 통해 BBK를 통제했다. 당시 BBK 정관은 이미 한차례 개정했다. 99년 4월 BBK의 법인 등록시 만든 정관을 11월에 투자자문업 인가 신청을 하면서 금감원 규정에 맞게 바꿔야 했다. 1차 개정 정관상 BBK 의결권은 100% 내게 있었다.

MB는 그 정관에 본인의 소유권을 분명히 하는 내용을 넣길 원했다. 그래서 'BBK와 관련된 모든 의사 결정은 김경준과 이명박이 합의해야 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그게 언론에 공개된 2차 개정 정관이다.

MB 측에서는 이 정관을 내가 위조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위조라면 내게 이익이 있어야 한다. 상식적으로 내 지분의 50%를 남에게 줘서 손해를 볼 목적으로 정관을 위조하는 바보가 어디 있나.



MB는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우리가 합의했던 본인의 역할을 실천했다. 그의 영향력으로 운영자금과 투자금이 몰려들었다.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 BBK 투자자문 인허가를 받을 때 e캐피탈에서 빌린 30억을 갚아야 했다.

MB는 "자금을 받아야 하니 경주로 가보라"고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찾아간 회사가 바로 '다스'다. MB는 여전히 본인과 다스가 관련없는 회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MB는 다스를 설명하면서 "내 회사니까 형제처럼 지내라"고 했다.

다스의 원래 이름은 대부기공이다. '대부 오토 시스템스'의 영문 앞글자를 따서 다스(DAS)로 바꿨다.

공항에서 내리니 부사장과 직원 2~3명이 마중와서 귀빈대접을 했다. 회사에 도착해 2층 사장실로 안내받았다. 악수를 청한 이는 당시 대표이사였던 김성우 사장이다. 그는 MB에 대한 칭찬부터 시작했다.

"제가 현대에서 이명박 회장님을 모셨습니다. 대단하신 분이죠. 이 회장님과 어떻게 아십니까. 이런 사업까지 하실 줄 몰랐습니다."

간단히 MB와 기획한 사업을 설명했고, 저쪽에선 내가 왜 왔는지 이미 들어 알고 있다고 했다. 다스의 최대 주주가 MB의 큰 형 이상은 회장이고 감사가 김재정이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여담이지만 이상은 회장을 한번 직접 만난 적이 있다. 어느 날 MB가 내게 인터컨티넨탈 호텔로 아침 일찍 오라고 한 적이 있다. 기독교 조찬모임이었다. 다소 늦게 도착했는데 한 테이블에 MB의 가족들이 모여 앉아있었다. 이상은 회장, 이상득 의원의 식구들과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MB의 형수들이 날 보고 '잘 생겼다'고 칭찬했던 기억이 난다. MB는 가족들과 있을 때는 막내티가 났다. 이 회장과 이 의원 두 형들은 말을 아꼈지만, MB는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하여간 '다스 출장'에서 돌아온 며칠 뒤 MB는 "자금을 옮길 준비를 하라"면서 전화번호를 하나 줬다. 다스 자금을 관리하는 부사장이었다.

첫 송금액 18억이 BBK로 들어왔다. 이후 2개월여 사이 총 50억이 입금됐다. 그중 30억이 모이자마자 e캐피탈에 빌린 돈을 갚았다.

(다스 김성우 사장이 미국 법정에서 증언한 투자 배경은 김경준의 증언과 사뭇 다르다. 김 사장은 2000년 1~2월 서초동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친 김백준의 추천으로 투자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을 MB의 맏형이자 다스 대주주인 이상은 회장과 처남인 김재정 감사에게 설명하고 투자에 대한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했다. 그후 김 사장이 김경준을 경주로 불러 투자 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다스 측은 BBK에 보낸 돈이 펀드에 투자하라고 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분명히 밝혀두지만 다스는 BBK 법인 계좌로 송금했다. 펀드 투자라면 펀드 투자용 계좌를 따로 개설해 송금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첫 송금을 시작으로 다스가 그해 BBK로 보낸 돈은 총 190억이다. 금액이 결정된 배경을 설명하면 투자금이 아니라 MB와 내가 합의했던 사업 자금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BBK 투자자문 인허가에 필요한 30억, 지주회사인 LKe뱅크 자본금으로 60억, e뱅크증권(ebk) 인허가 자금으로 100억이 필요했다. 이 190억을 다스는 5월까지 50억, 10월에 50억, 12월에 90억씩 3차례 나눠 보냈다.

당시 다스의 연수익은 30억 원 정도였다. MB가 아니었다면 연수익의 6배가 넘는 거액을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내 설명만 듣고 BBK에 송금했겠나. 다스로 돈이 들어오기 시작하던 시기에 삼성생명의 투자도 유치했다. 역시 MB의 입김이 작용했다.

난 내 힘으로 삼성생명의 투자를 받으려 무던히 노력했지만 번번이 벽에 부딪혔다. 고민하다 MB에게 말했더니 '왜 나한테 얘기하지 않았느냐'면서 바로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그길로 나설 채비를 했다. 그는 이학수 부회장(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 본부장)을 만나겠다고 했다. 이후 열흘 남짓 만에 삼성생명은 100억 원을 BBK가 운용하는 MAF 아일랜드 해외펀드에 투자했다.

MB는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투자했기 때문에 다스도 따라서 투자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언뜻 설득력 있게 들리지만, 한번 더 생각하면 허점을 찾을 수 있다. 당시 삼성생명이 투자한 사실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경주에 있는 중소기업이 국내도 아닌 해외 펀드에 대기업 삼성이 투자한 사실을 어떻게 알 수 있나.

다스가 송금하기 시작하고 삼성 투자가 이뤄진 2월, 우린 한걸음 더 내디뎠다. BBK의 지주회사 LKe뱅크를 설립했다. 모든 것이 순조로운 듯했다. 이듬해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BBK 사건수첩

이상은

1933생으로 MB의 3형제중 맏형이다. 2살 아래 동생인 이상득 전 의원은저축은행 비리로 2013년 징역 1년 2월에 추징금 4억5000여만원을 선고받았다. MB는 8살 아래 막내다. 포항 동지상고를 나와 1985년 대원산업 대표를 거쳐 1987년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의 전신인 대부기공의 대표 이사가 됐다. 그후 30년간 회장직을 맡고 있고 최대 주주다.

BBK 정관

MB가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낳은 대표적 자료다. BBK가 2000년 5월 법무법인의 공증을 받아 금감원에 정식으로 제출했다. 30조 2항에는 "과반수의 결의에는 발기인인 이명박 및 김경준이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명박 및 김경준이 지명한 이사가 의결권을 행사하여야 한다"고 명기돼 있다. 이는 MB나 김경준의 의결권 행사 없이는 이사회 결의가 무효라는 제한조항이다.

다스

87년 12월 MB의 큰형 이상은씨와 처남인 김재정씨가 일본 후지기공으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공동 설립한 자동차 부품 회사다. 대부기공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어 이듬해부터 현대자동차에 납품을 시작했다. 당시는 MB가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로 재임하던 시절이다. 2015년 현재 매출액은 2조 1300억원이다. 매출액의 절반 이상이 현대자동차와 납품 거래에서 발생한다.


정리=정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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