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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위력 이 정도였어! "WOW"…멋진 춤·감동 눈물

11일 저녁 7시, LA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 봄학기 종강식이 열렸다. 수강생들의 K팝 무대로 꾸며진 종강식에는 학생들과 가족들이 참여해 만원을 이뤘다. 아이돌 그룹부터 7080 가수 김광진까지. 한국을 사랑하는 마음만큼 다양하게 선택된 곡들이 눈길을 끌었다. 한국서 말로만 듣던 K팝의 위력을 미국 현장에서 인턴기자들이 느꼈다.

#걸그룹보다 보이그룹

"언젠가 꽃은 지겠지… 그 때가 오늘은 아니지 No no not today."

청춘들의 선전포고 같은 가사, 소년의 야성미가 묻어나는 리듬. 한국 아이돌 BTS의 'Not today' 를 선택한 참가자가 무대에 올랐다. 언뜻 보이는 실루엣이 어린 소년 같아보인다. 그러나 조명이 밝아지고 무대에 선 사람은 하얀 피부의 가냘파보이는 소녀다. 참가자는 얼굴에 흰 마스크를 쓰고 시크한 검은 옷을 입었다. 보이시한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겠지만 마스크도 긴 속눈썹의 예쁜 눈을 가리지는 못했다.



BTS 뮤직비디오 영상이 나오고, 이어 긴장감 있는 전주가 흘렀다. 빠른 비트의 음악이 시작되자 소녀가 갑자기 튀어 올랐다. 작은 체구에서 나올 수 없는 파워풀한 동작이 이어졌다. 스크린 속 댄서들과 소녀의 움직임이 똑같다. 막 화면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이미 참가자는 영상 속 아이돌 그룹과 하나였다. 얼마나 연습했을까. 정신없이 이어지는 현란한 동작에 넋이 나가있을 무렵, 곡의 마지막이 가까워진 듯 점점 비트가 빨라진다.

그리고 마지막, "총! 조준! 발사!" 하는 가사에 맞춰 참가자가 두 손을 쭉 내밀더니 탄력 있는 동작으로 관객석을 향해 총을 쐈다. 잠시 정적. WOW, 함성소리가 이어졌다.

#오늘은 내가 '인기왕'

이날 행사는 인기 아이돌 그룹 BTS로 시작해 BTS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앞줄에 앉아 BTS노래만 나오면 열광하며 응원봉을 흔드는 여성 팬들을 의식한 듯,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 남성 참가자도 있었다. 묘수였다. BTS의 노래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는 여성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다.

"줍지마라 먹지마라 #% & % (죽지마라 묻지마라)" 아직 한글 기초반인 그가 빠른 비트의 한국어 가사를 소화할 리 만무했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져나오는데도 그는 꿋꿋하게 발음도 박자도 맞지않는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불렀다. 앞줄에 앉은 여성 수강생들의 환호가 더해지자 후렴부에서는 가벼운 춤까지 추는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 노력상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크리스는 수상자 명단에 들지 못했다.

#부족해도 괜찮아!

앞선 참가자들이 너무 뛰어난 모습을 보여 상대적으로 긴장한 사람도 있었다. 한국어 강의 레벨2를 수강 중인 소피아다. 빨간 후드 티를 입고 나타난 곱슬머리의 그녀는 긴장한 표정으로 무대에 서더니 노래가 시작되자 점점 무대 구석으로 움츠러들었다. 동작도 점점 작아졌다. 곧 박자를 놓쳐버린 그녀가 완전히 멈춰 서버렸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누군가 그녀를 도와주길 바랐는데 감동적인 움직임이 일어났다.

객석 중간 앉아있던 그녀의 친구들이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가 민망하지 않도록, 그리고 즐기기 위한 대회니 긴장하지 말라는 듯 경쟁자들은 함께 춤을 췄다. 다시 분위기가 밝아지자 소피아가 미소를 지으며 수줍게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소피아는 수상자 명단에는 들지 못했지만, 이날 한국어 수강생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준 일등공신이었다.

#아이디어 톡톡

최신 가요에 익숙하지 않은 귀에도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혼성 그룹 투개월이 리메이크 해 인기를 끌었던 김광진의 '여우야'다. 피아노, 트럼펫 소리로 예쁘게 채워진 전주에 맞춰 참가자는 귀여운 율동을 선보인다.

노래 시작부터 손에 꼭 쥐고 있던 모자는 후렴 부분에서 그 빛을 발한다. 여자 파트에서 남자 파트로 바뀔 때마다 갑자기 모자를 쓰고 목소리를 바꿔 굵게 만든다. 다시 여자 파트로 바뀌면 모자를 벗고 귀여운 표정을 짓는다. 간단한 퍼포먼스지만 반응은 폭발적. 모자를 쓰고 벗을 때마다 관객들이 웃음을 터뜨린다. 폴리나는 퍼포먼스를 하면서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 무대를 누볐다.

#남북한 다 좋아요!

무대를 마친 폴리나에게 다가섰다. 현재 문화원에서 한국어 중간 단계를 공부하고 있다는 폴리나의 직업은 영어 교사다. '한국이 좋냐'는 뻔한 질문을 던지자 "물론 좋아한다. 남한과 북한 모두"라는 신선한 대답이 돌아온다. 폴리나는 "2개의 한국(both of Korea) 모두에서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고 했다.

드라마를 통해 처음 한국 문화를 접했다는 폴리나는 지난 2012년, 한국의 TaLK 프로그램(외국인 초청 영어 교육 봉사 프로그램)에 선발돼 대전 금산초등학교 학생들과 겨울 방학을 함께 보냈다. 2016년 여름에는 북한에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평양행을 택했던 이유에 대해 그는 "한국과 한국 사람들이 정말 좋았고, 사는 동안 세계 평화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말하며 수줍게 웃었다.

#K팝 가사, 알수록 빠져들어요

'당신의 한숨. 그 깊일 이해할 순 없겠지만, 괜찮아요. 내가 안아 줄게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사. 그 따뜻한 감정을 전달하는 게 중요한 이하이의 '한숨'이 무대 위에 흘렀다. "이 가사를 이해할까?"

하지만 무대에 오른 재스민은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노래를 소화했다. 관객 모두가 숨죽여 그를 지켜봤고 노래 가사에 공감했다. 외국인이 부르는 한국 노래가 마음을 울릴 수 있다는 사실이 생경해 무대가 끝나고도 한참 멍했다.

이날 1등상은 재스민(24)에게 돌아갔다. 샌타모니카칼리지에서 음악을 전공한다는 재스민은 10년 전 우연히 K팝을 접하게 됐다. 친한 친구가 제이팝(J-pop, 일본의 팝 음악)을 추천해 인터넷 서치를 하던 중, 생뚱맞게 한국 보이그룹 '수퍼주니어'의 뮤직비디오에 매료됐다. 지금은 아이돌 그룹을 넘어서 K팝의 모든 장르를 골고루 듣는다.

재스민은 가사를 이해하면 K팝의 매력이 더 커진다고 했다. 이번에 콘테스트에 참가할 곡을 고를 때도 그 점을 염두해 뒀단다. 특히 노래 마지막에 나오는 "괜찮아요. 내가 안아줄게요. 정말 수고했어요"라는 가사를 좋아한다. 'K팝=춤' 혹은 'K팝=아이돌 그룹'이라는 공식은 이미 깨지고 있었다.


김재라·김지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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