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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5600달러에 '미국 시민권' 탄생…가까이서 본 원정출산 실태 (1)

산부인과·산후조리원 연계
원정출산 매뉴얼까지 제공
중국 임신부에까지 입소문

"OO 산후조리원에서 오셨나요?"

지난 10일 오후 LA지역의 한 병원. 한인들 다수가 출산을 위해 찾는 유명 종합병원이다. 아내의 출산 직후 기자가 아기에 대한 출생 관련 서류들을 신청하는 과정이었다.

"OO가 뭐예요? 저희 그냥 로컬에 사는데요."

병원의 한인 직원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내와 한국말을 하기에 한국서 오신 산모(원정출산) 인줄 알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OO'는 LA지역 유명 산후조리 업체 명칭이다. 물론 이 업체는 로컬 고객들도 받지만 한국에서 온 원정출산 산모들을 주로 관리하는 모양이다.

"한국에서 오는 산모가 많나보죠?"

병원 직원은 "로컬 못지 않게 한국서 오는 경우가 꽤 많다"며 "원정출산을 온 산모들은 아무래도 아기를 낳자마자 곧바로 한국에 들어가야 하니까 출생 증명서를 '러시(rush)'로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미국 병원임에도 일종의 '족보'와 같은 한글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었다. 한국 산모를 위해 원정 출산 과정 등을 상세히 기술한 매뉴얼이다.

이를 입수해서 읽어봤다.

매뉴얼에는 ▶신생아 미국 여권 신청하기 ▶미국에서 아기 낳아 미국 여권으로 한국 가기 ▶출생 신고서 급행으로 받는 방법 등이 총 9장에 걸쳐 매우 자세하게 언급돼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원정출산 관련) 한국 산모들 때문에 인터넷이나 포털 사이트에 있는 주요 내용을 짜깁기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후 LA지역 한인 소아과에 신생아 정기검진을 받으러 갔다. 10여 명의 산모와 아기들이 북적대고 있었다.

김윤정(가명)씨는 원정출산을 위해 LA를 찾았다. 옆에는 김씨와 아기의 병원 방문 절차를 돕고 이동시 차량 제공을 해주는 산후조리원 직원도 함께 있었다. 직원이 업체 이름만 대니 곧바로 대기자 명단에 올라갔다.

김씨는 "계약을 하고 나면 출산과 관련한 모든 절차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까지 업체 측에서 전부 알아서 해주기 때문에 나는 아기만 신경 쓰면 된다"며 "한국서 주변 친구들도 일종의 보험(미국 시민권)으로 LA나 하와이로 가서 아기를 낳은 경우가 많고 인터넷 카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원정출산에 대한 정보를 얻기는 매우 쉽다"고 전했다.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LA지역 한 유명 산후조리업체의 웹사이트를 찾아봤다. 웹사이트에는 이중국적 및 미국 출산 정보 등을 설명해두고 있었다. LA한인타운내 유명 한인 산부인과, 출산 병원, 개괄적인 출산 예산 비용까지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임신부마다 일정이나 조건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은 개인 문의를 통해서만 비밀리에 얻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본지는 실제 A산후조리업체에 출산 예상 비용을 문의해봤다.

우선 자연분만일 경우 총 5400달러(산부인과 검진·분만비용·피검사·마취비 포함)가 소요된다. 제왕절개는 총 8700달러다. 거기에 신생아가 문제가 있을 경우 중환자실 비용(1일·2800달러), 추가 입원비(1일·1250달러)는 따로 내야 한다.

A업체 관계자는 "보통 원정출산을 하려는 임신부의 경우 아이를 낳기 한 달 전에 미국에 들어와서 산후 2~3주 정도까지 관리를 받는 계약을 맺는다"며 "입국할 때 의심을 받을 수 있어 걱정하는 임신부들이 많은데 관광차 들어오는 것처럼 잘 행동하면 별문제 없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출산 예상 비용 외에 산후조리원 비용은 방 크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아기를 낳기 전에는 1일에 150~200달러 선이다. 출산 후에는 본격적인 산후 조리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1일에 300~350달러의 비용을 내야 한다. 또 출생 증명서 서비스 대행, 차량 비용, 서류 수령 주소 제공 등은 500~600달러를 추가로 내면 된다. 한마디로 '돈'만 내면 원정출산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일임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자연분만으로 순산했을 경우 예상 비용(산전 한 달·산후 2주·항공권 약 1200달러)을 계산해보니 1만5600 달러면 원정출산을 통해 아이가 미국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셈이다.

B산후조리원 관계자는 "물론 원정출산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단속 심화 때문에 과거보단 줄어들긴 했지만 매달 10여 명씩 들어올 정도로 수요는 꾸준하다"며 "산후조리원, 산부인과, 출산 병원 등이 연계돼 고객을 서로 알선해주기 때문에 한국 임신부에게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인데다, 요즘은 소문까지 나서 중국계 임신부들도 원정출산시 한인 산후조리원을 많이 찾는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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