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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의 일주일…예수의 고난을 묵상한다

기독교계 고난주간 시작
경건과 금욕생활 추구해
교회들 각종 행사로 기념
새벽기도ㆍ음악회 줄이어
21세기형 금식까지 등장
미디어 및 SNS도 자제해



침묵 속에서 고난을 품는다. 경건이 묻어나는 시간이다.

기독교계의 침묵이 시작됐다. 예수의 죽음을 묵상하는 고난주간(25일~31일)이기 때문이다. 교계는 이 기간 예수가 겪은 수난과 십자가의 길을 묵상한다. 예수의 발자국을 따라 그 고난에 함께 동참하겠다는 암묵의 표현이다. 교계에서는 고난 뒤에 찾아올 소망을 꿈꾼다. 예수에게는 고난의 종착이 죽음이 아닌 부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난과 죽음은 부활의 기쁨으로 귀결된다. 교계도 이를 기념하기 위해 고난주간이 끝나면 부활 주일(4월1일)을 맞이한다. 고난주간을 보내는 교계의 모습을 알아봤다.





고난주간은 모순의 기간이다.

대척점에 놓인 죽음과 부활을 두고 그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라 그렇다.

예수에게 십자가는 형벌과 고난이었다. 인간의 죄에 대해 예수에게 주어진 대속은 운명이었다.

십자가의 죽음은 그 운명을 받아들인 곳이다. 반면, 예수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부활의 신비를 통해 환희와 소망을 전하는 게 예수의 메시지다.

기독교는 이 상반된 두 개념을 통해 예수를 신앙의 본질로 삼는다. 고난주간은 고난과 기쁨의 개념이 교차한다. 의미상 모순 같지만 기독교 신앙을 재정립하는 시간인 셈이다.

의미의 되새김은 같아도 교회마다 동참하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우선 대부분의 한인교회는 고난주간을 '특별 새벽기도' 기간으로 정하고 교인들의 참여를 독려한다. 이 기간 교인들은 경건의 삶을 살며 새벽마다 교회로 나와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심지어 '사순절(부활절 40일 전 기간)'부터 전교인을 상대로 금식기도 및 새벽기도를 실시하는 교회들도 많다. 그만큼 예수가 겪은 수난의 시간을 온 마음으로 되새겨 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기독교인 김일경(43ㆍLA)씨는 "이번주는 퇴근 후 약속을 잡지 않고 최대한 일찍 잠자리에 들어 다음날 새벽기도를 가려고 한다"며 "1년 내내 새벽기도를 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 고난주간을 계기로 내 삶과 예수님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보려 한다"고 말했다.

고난주간에 맞는 금요일(3월30일)은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음을 맞이한 날이다. 이를 위해 각 교회는 이날 '성금요일(Good Fiday)' 특별 예배도 진행한다. 이때는 예수의 피와 살을 기념하는 '성찬식'을 거행하는가 하면 회개의 의미를 담아 이마에 십자가 모양의 재를 바르는 의식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기간 교회들은 예배 뿐 아니라 다양한 이벤트나 행사도 준비하기도 한다.

커뮤니티를 위한 봉사활동, 부활절 특별 음악회, 양로원 방문 등을 통해 이웃들을 위해 신앙을 실천하는 시간도 갖는다.

또, 한인교계 곳곳에서는 부활절 새벽 연합 예배(1일)도 진행한다. LA를 비롯한 오렌지카운티, 샌퍼낸도밸리, 사우스베이, 벤투라카운티, 샌디에이고 등 각 지역 교계 단체들은 서로 연계해 지역별로 부활절 특별 연합 예배도 가질 예정이다.

교인들도 개인적으로 경건의 시간을 갖는다. 특히 최근에는 21세기형 금식도 등장했다.

일부 기독교인들은 인터넷 사용을 줄이거나 TV 시청은 물론이고 심지어 페이스북,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 사용도 금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금식을 하며 금욕 생활을 추구한다.

기독교계 유명 문화 선교회인 팻머스의 경우 올해 고난주간 동안 '미디어 가려먹기'라는 주제를 내걸고 젊은 기독교인층을 겨냥한 광고 문구도 선보였다. 팻머스 선교회는 '#예수가 죽었는데 푹~잠이 웬말이냐' '#예수가 죽었는데 세끼밥이 웬말이냐' '#예수가 죽었는데 게임이 웬말이냐' 등의 포스터를 공개해 화제가 되고 있다. 또, 기독교 교육 센터인 놀이미디어교육센터에서는 '미디어를 꺼라, 삶을 켜라(Turn off Media, Turn on Life)'는 구호를 내걸고 경건한 삶을 권장하기도 한다.


고난주간 반드시 지켜야 할까?
절기 아니므로 의미 정도만…


현재 교계에서는 고난주간을 보내고 있지만 사실 개신교의 신학적 입장은 현실과 다소 차이가 있다.

우선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비롯한 크리스마스 등은 단순히 '교회 절기' 정도로 여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절기는 예수 그리스도를 상징적으로 묘사하는 표상일 뿐 반드시 지켜야 하는 의무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때문에 고난주간과 부활절은 신앙의 의미를 묵상하는 기회나 계기로 삼아야지, 의무적으로 특정하게 보내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건 신학적으로 지양해야 한다는 거다.

합동신학대학원 이승구 교수는 "사람들은 성경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낸 후 그것에 종교적 의미를 부여해 이를 지켜 나가는 방식을 만들기도 한다"며 "종교개혁 시기의 개혁교회와 칼뱅과 청교도들은 특별한 절기를 지키지 않고 매일 십자가의 빛에서 살아가야 함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교회 절기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절기가 의식적으로 지켜지고 세속적으로 변질되어가는 양상을 우려한다.

개혁신앙연구회 김병혁 목사는 "대부분 개혁교회의 신앙고백서들은 예수가 이 땅에 온 이후로 사람들이 임의로 만든 절기들을 성수하는 것에 대해 비성경적, 비신앙적 관점으로 본다"며 "요즘은 교회 절기에 대한 잘못된 이해로 오히려 그것이 율법이나 의식적으로 지켜지고 세속과 인본적으로 변질되어가는 양상을 보인다"고 전했다.

실제 한국내 최대 교단으로서 미주 지역 한인 목회자들도 다수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합동)는 이미 수년전 부터 '사순절 절기의 비성경적 이유(84회 총회 신학전문 위원회)'를 결의했지만 아직도 많은 교회들이 이와 별개로 교회 경절처럼 이 기간을 보내고 있다.

나성남포교회 한성윤 목사는 "많은 교회가 사순절이나 고난주간을 지키는 일에 반대하지 않지만 여러 행사나 프로그램으로 특별하게 지내려는 것에는 반대한다"며 "특별한 절기에 금식 등을 통해 경건하게 보내는 사람들을 지지하고 훌륭한 마음이라 생각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안에서 사는 매일의 삶이 신앙의 정수"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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