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사람들은 왜 사기를 당할까

지난 달 14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바이오 벤처기업인 '테라노스'의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의 의결권을 박탈하고 향후 10년간 상장사의 관리자 이상 직위로 일할 수 없다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미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 사건은 잘 알려져 있어 간단하게 설명한다. 2014년 엘리자베스 홈즈는 자기 회사가 개발한 메디컬 키트인 '에디슨'이 260여 개 질병을 피 한 방울로 진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 발표와 함께 테라노스는 전세계 의료시장을 뒤흔들 새로운 유망기업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당시 테라노스의 시장 가치는 90억 달러로 평가됐고 홈즈는 순식간에 전설적인 창업자로 45억 달러 억만장자로 큰 명예를 누리게 됐다. 그러나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취재한 결과 실제 에디슨 키트로 진단할 수 있는 질병은 16종에 불과했고 나머지 200여 개의 질병은 기존 기업이 출시한 기기를 이용해 진단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거의 0으로 추락했고 홈즈의 모든 재산이 무효화 되었을 뿐 아니라 사법 당국의 조사까지 받았다.

흥미로운 사실은 홈즈가 갖고 있는 스토리 때문에 많은 언론과 투자자, 전문가들이 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다는 것이다. 첫째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그렇게 들어가기가 어렵다는 스탠퍼드를 2년차에 중퇴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를 연상하게 한다. 둘째, 몇백 달러가 들어가는 혈액검사 대신에 당뇨병 키트같이 혈액 몇 방울로 260여 가지 검사를 할 수 있다. 비용도 싸고 방법도 획기적이라서 의료시장의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를 받았다. 셋째, 더할 나위 없이 착해보이고 젊고 예쁜 백인 여성의 순수성, 진실성이 돋보였다. 불과 몇 달러짜리 키트로 수많은 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며 저소득층이나 아프리카에서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데 누구도 토를 달지 못했다.



물론 많은 사람이 의구심을 가졌다. 너무나 혁신적이기에 기술의 진위를 따져 물어본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면 홈즈는 적용된 기술이 매우 중요한 비밀이라 알려줄 수 없다는 답변만 했다. 잡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원리를 묻는 질문에 희한한 답변을 한 것을 읽은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에 의해서 파헤치기 시작할 때까지 말이다. 정작 제대로 설명해야할 혈액 진단기술을 실험이나 논문으로 증명하지 않고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 언변, 자기 PR능력으로 모면했던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아직 완성도 되지 않은 기술임에도 헨리 키신저, 루퍼트 머독, 조 바이든 같은 유명인사와 투자자들이 믿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액의 투자를 하는 망신을 당했다. 더군다나 제니퍼 로렌스 주연으로 영화까지 만들려고 했다.

그러면 테라노스와 엘리자베스 홈즈만이 문제였을까. 의학자들의 견해보다 언론이나 투자자들의 판단을 100% 믿을 수밖에 없었을까. 혹시 언론은 진실과 상관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기도 믿지 않으면서 홍보에만 열을 올렸던 것은 아닌가.

한국에서 철학도 이념도 없는, 조선시대 행랑채 식객을 연상하게 하는 한 인물이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내놓으라고 여권 실세를 협박했다고 한다. 혹시 언론은 진실과 상관없이 돈만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자기도 신뢰하지 않으면서 그 사람 편만 드는 것은 아닌가.

드루킹이 체포 직전 소셜미디어에 남긴 '2017년 대선 댓글 부대의 진짜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 언젠가 깨끗한 얼굴을 하고 뒤로는 더러운 짓 했던 넘들(놈들)이 뉴스 메인 장식하는 날이 올 것이다'라는 글의 진실이 밝혀지면 좋겠다.


장병희 / 사회부 부국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