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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문재인 대통령의 딜레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어제 전격적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핵 평화협상 회담을 취소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는 더더욱 불투명하게 됐다. 또 회담 장소로 예정됐던 싱가포르 역시 세계적인 관광대국으로 이미지를 쌓을 기회를 날려버리며 커다란 실망감을 나타냈다.

불과 이틀 전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난 문재인 대통령도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내달 12일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서 긍정적 결실이 나왔을 경우 지방선거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젠 야당의 공세를 어떻게 차단해야 할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말았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면담 직후 확신했던 '99% 평화 회담 성사' 발언을 트럼프가 직접 번복함에 따라 크게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됐다.



이때문에 자칫하면 문재인 정부가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적폐청산 작업까지 힘을 잃게 될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은 감옥에서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가 가장 총애했던 한 명은 서울시장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고 또 한 명은 박정희 대통령의 장녀로 당내 경선 재수 끝에 부녀 대통령 탄생이란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지금 이들이 받고 있는 혐의는 부정부패·뇌물수수에 직권남용 등 헤아리기조차 힘이 들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살벌한 유신독재 시절이던 1974년 '김대중 납치사건'에 분노한 재일 한인 문세광의 흉탄에 어머니를 잃고 프랑스 유학을 중단한 채 귀국, 20대 초반부터 5년 동안 퍼스트 레이트 역할을 맡았다. 기자를 포함한 장년세대는 40여년 전 이런 정세를 비교적 상세히 기억한다.

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숙녀가 노인들 앞에서 각종 사회현상과 인생에 대해 이런 저런 연설이나 강연을 하는 모습도 흑백TV에 자주 등장했다. 대통령 딸이 고아원·양로원에 주는 선물이 '하사품'이란 왕조시대 용어로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었다. 최순실이라는 사람은 그 때부터 곁에서 각종 조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고교 선생님이 이를 두고 "주변에서 보좌를 잘못한 책임이 크겠지만 상식적으로 보기에도 안 좋다"라며 제자들 앞에서 권위주의 시대에 대한 미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시 이름도 여러 차례 바꾸고 정체마저 불분명한 자칭 종교인 최태민이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을 꿈에서 보았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내며 접근해 왔을 때 그를 감싸고 돌며 "그런 좋은 분을 욕하는 것은 천벌을 받을 일"이라며 적극적으로 옹호했다. 결국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최태민에 대한 비리를 보고했지만 흐지부지 되며 10·26 사태가 촉발되고 말았다. 미주, 특히 LA 한인들 중에는 당시 이런 유신체제가 싫어 이민 온 경우도 많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누가 어떻게 표현하더라도 결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자살로 몰고 간(그쪽 주장에 따르면) 당시 집권세력을 상대로 앙갚음을 이어가는 중이라는 시각이 많다. 일종의 정치보복인 셈인데 청와대 주인이 바뀔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이런 일은 언제쯤에나 없어질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국의 상황이 이렇게 복잡한데 트럼프는 문 대통령을 만나자 마자 김정은과의 역사적 회담을 틀어버렸다. 21세기로 접어든지도 20년이 가까워 오는데 한국은 안정은 커녕 또 어떤 격랑이 일지 걱정이 앞선다.

역사와 인생은 돌고 돌아 제자리로 찾아간다는데 한국 입장에서 '제자리'가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언제쯤이 될까.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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