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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캘리 비서실장이 물러나야 할 이유

# 트리멘더스(Tremendous) 또는 트리멘더슬리(-ly). '크다' 또는 '굉장하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사회적인 어감은 과도한 강조나 과장으로 다가온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뭔가 엄청난 것을 묘사하고자 할 때 쓰는 단어다. 아이들과 젊은이들은 휴멍거스(humongous), 또는 자이갠틱(gigantic) 등도 즐겨 쓴다. 대부분 이런 단어들은 수치적 묘사가 불가능할 때(또는 수치적 묘사를 하고 싶지 않을 때,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할 때) 쓰는 '정교하지 못한' 표현이다. 다시 말해 이런 표현을 자주 쓰거나 즐겨 쓰는 사람은 치밀함과는 거리가 있으며, 신뢰도도 높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공통점이라고 하면 틀리지 않다.

# 레이시스트(Racist). '인종차별주의자'라는 말은 일상에서 매우 듣기 힘든 말이다. 레이시스트는 누군가를 지목해 인종차별을 중단하라고 말하거나, 사회과학에서 학문으로 다루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금기시된 단어다. 듣는 사람만큼이나 하는 사람도 매우 불편하거나, 분노가 섞이지 않고는 하기 힘든 말이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면전에 두고 인종차별적인 언행이라고 지적한다면 그것은 대화가 중단되거나, 감정이 개입될 수 있는 소지가 매우 커진다.

이 표현을 공개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매우 정의롭다고 스스로 생각하거나, 공격적이거나, 스스로 정의의 기준이 되겠다는 주장을 내놓는 사람이다. 현대사회에서 이런 주장을 공개적으로 내놓는 사람은 매우 호전적일 가능성이 높다.

# 호러블(Horrible). 끔찍한 상황이나 태도를 묘사하는 형용사다. 사람에 대한 직접적인 묘사로 호러블을 쓴다면 이는 주먹다짐을 각오한 것일 수도 있겠다. 매우 노골적이고 공격적인 표현임은 물론, 사적이든 공적이든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 담긴 '선언적인' 단어다. 특히 어떤 방식이나 추상명사에 대해 호러블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은 사실상 매우 극단적인 경우이다.



# 자꾸 문장을 반복하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본인들은 '친절의 발로'라고 여긴다. 특히 선생님들이 자주 그런다. 가르치는 내용을 반복해서, 또는 문장을 바꿔서 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이 아닌 곳에서 평범한 문장을 똑같이 다시 하는 경우에는 '당신이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내 말을 똑똑히 잘 듣고 인식하라'라는 고압적인 자세로 해석될 소지가 크다. 이를 듣는 사람들은 '과하다'라고 받아들이기 쉽다. 특히 공식적인 대화와 설득에서 이런 언어습관이 지속된다면 듣는 사람들은 불쾌하고 무례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위에 언급된 단어와 표현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중간선거 직후 전세계에 생중계된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유감없이 보여준 것들이다. 눈과 귀가 의심스러워 녹화장면을 서너 차례 다시 봤다.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가 아니고 대통령 기자회견이 분명했다.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대통령이라는 점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정책 성향과는 별개로 국가 원수로서 최소한의 품위와 자세는 갖춰야 하지 않을까. 이 모든 것들을 조직하고 준비할 책임자인 존 캘리 비서실장은 도대체 무엇을 하며 월급을 받는 사람인가.

캘리 비서실장은 해병대 출신이다. 군인으로서의 품위와 자세가 생명인 그가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대통령이 이런 저급한 표현과 언변으로 대중과 전세계에 노출되는 것은 그의 직무 태만이자 책임 방기다. 조속히 대통령 연설문 작성자와 동반 사퇴하길 바란다. 그것은 하원 탈환과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지지자들을 위한 길이기도 하다.


최인성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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