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법원장 향해서도 포문

"오바마 판사들은 없다"
이례적 성명 발표에
"미안하지만 있다" 반박

자신에 반대하는 누구와도 막말 설전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평소 정치에 휘말릴 수 있는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존 로버츠 대법원장이 21일 이례적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오바마 판사들" 발언을 정면 반박했다.

로버트 대법원장은 이날 성명에서 "우리에게는 오바마 판사도, 트럼프 판사도, 부시 판사도, 클린턴 판사도 없다"며 "우리 앞에 서는 사람들에게 동등한 권리를 주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는 헌신적이고 비범한 판사 그룹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버츠 대법원장은 "독립적인 사법부가 있다는 것은 우리 모두 감사해야할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버츠 대법원장의 이날 성명은 샌프란시스코 제9연방순회법원이 트럼프 정부의 망명 제한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판결을 한 데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오바마 판사"가 수치스러운 판결을 내렸다고 공격했기 때문이다. 망명 제한 행정명령에 대해 일시 중단 명령을 내린 존 티거 판사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의해 임명됐다.

2005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로버츠 대법원장은 보수 진영으로 꼽히지만 사안에 따라 유연한 입장을 보여 2012년 오바마케어 대법원 재판에서 예상을 깨고 합헌 결정을 내려 보수층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도 당시 판결 직후 트위터에 "존 로버츠 축하한다. 미국인이 대법원을 증오하게 만들었다"고 공격했다.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플로리다주에 개인별장 마라라고에서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미안하지만 당신은 정말로 '오바마 판사들'을 두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과는 아주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다"며 "제9 순회법원이 독립적인 사법부라며 왜 그곳에 그렇게나 많은 국경 케이스들이 쌓여있고 왜 수많은 케이스들이 거기서 중단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면서 "숫자를 봐라, 충격적이다. 우리는 보호와 안전이 필요한데 이런 판결들은 우리나라를 안전하지 않게 만든다. 매우 위험하고 현명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3권이 엄격히 분리된 미국에서 대법원장이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반박하거나 대통령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공격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 시대에는 비난과 반박이 일상이 되고 있다.


신복례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