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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복제인간과 인간의 경계

- ‘블레이드 러너 2049’를 보고 -

SF 명작이며 사이버펑크영화의 효시로 꼽히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1982)’의 속편이 35년 만에 공개됐다. 영화 속 시간 배경은 전작의 2019년에서 2049년으로 30년이 흘렀다. 공간 배경은 여전히 로스 앤젤레스다.

리플리컨트의 반란 이후 리플리컨트 (복제인간)의 제작이 금지되고, 전편에서 리플리컨트를 제작하던 타이렐사는 파산했다. 이후 타이렐사를 인수한 니앤더 월레스 (자레드 레토 분)가 복종형 리플리컨트의 제작을 재개했다.

로스 앤젤레스 경찰국 (LAPD) 소속 블레이드 러너인 리플리컨트 K (라이언 고슬링 분)는 구모델인 불복종형 리플리컨트를 찾아 제거하던 중, 의문의 유골을 발견한다. 검사 결과, 유골의 주인공은 전편에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 (해리슨 포드 분)와 함께 사라진 리플리컨트 레이첼 (숀 영 분)이고, 출산한 흔적이 남아있다. 리플리컨트가 출신까지 했다는 사실이 알려질 경우에 야기될 사태를 우려해 K의 상관인 조시 부서장 (로빈 라이트 분)은 K에게 함구할 것과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행방을 찾으라고 명한다. 아이의 행방을 좇으면서 K는 자신이 그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심증을 갖게 된다. 그렇다면 자신은 제작된 리플리컨트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무척 고무된다.

영화의 길이가 164분이나 된다. 무척 길다. 초중반에 지루함이 느껴진다. 더구나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에겐 인내의 시간이 될 것이다. 중반부터 활발한 전개가 펼쳐지면서 눈도 즐겁고 관심도 증폭되지만 초중반에 놓친 부분이 많아 스토리 연결에 무리가 따르기 쉽다. 그래서 이 영화는 전편을 먼저 보고, 보는 게 바람직하다. 전편을 이해한 관객에겐 좀더 넓고 깊어진 속편이지만 크게 어렵지 않다.



‘그을린 사랑 (Incendies, 2010)’,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 (2015)’, ‘컨택트 (Arrival, 2016) 등으로 현재 가장 핫한 감독 중 한 명인 드니 빌뇌브 감독답게 멋진 속편으로 연출해 냈다. 전편의 분위기와 스토리를 거의 그대로 이어 받았다. 30년이 지난 로스 앤젤레스의 분위기는 더욱 암울하고 황폐해졌지만 비주얼은 한층 더 강렬하게 업그레이드 됐다. 스토리도 전편의 마지막 장면이었던 데커드 형사와 레이첼의 실종으로부터 풀어간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을 가진) 리플리컨트’란 전편의 주제도 더욱 확장돼, 리플리컨트의 생식 능력과 정체성 찾기 과정을 통해 ‘리플리컨트가 인간으로 대우받지 않을 이유가 있는가?’ 라는 데까지 나아가고, 인공지능 홀로그램의 인격까지도 고려의 대상에 포함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캐릭터인 인공지능 홀로그램 조이 (아나 데 아르마스 분)는 자유자재로 겉모습을 바꿀 수 있고, 사용자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이 있다. K는 조이에게서 위안을 얻고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육체가 없는 조이와의 육체관계를 갖기 위해 리플리컨트 매춘부의 몸을 빌리는 장면은 처절하면서 섬뜩하다. 조종장치가 파손돼 조이가 소멸된 직후, 도시의 밤에 대형 홀로그램으로 다시 등장하여 대중을 상대로 호객하는 조이를 바라보는 K의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데커드의 정체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고, 리플리컨트의 새로운 창조자인 니앤더 월레스의 정체도 의심스럽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 밖에서 데커드가 리플리컨트라고 말했지만, 영화 속에서는 밝혀진 적이 없고 많은 팬들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발언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족1: 로스 앤젤레스 거리 간판 중, ‘독수리’, ‘행운’, 이런 한글이 눈에 띈다.

사족2: 숀 영 (레이첼 역)의 출연은 대역 배우에 숀 영의 모습을 C.G.로 입혀 구현했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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