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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매력의 도시 맨해튼

박향숙 / 수필가

11월의 문을 연 이 아름다운 계절에 맨해튼의 일요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붐볐다.

한국서 온 친척들과 친척들을 만나러 바쁜 시간을 쪼개어 주말에 멀리서 온 딸, 친척들 덕분에 딸을 만나서 행복한 우리 부부는 이른 시간에 맨해튼에 들어갔다. 여러 번 뉴욕에 왔었던 친척들은 조금 씩 다른걸 원했다. 딸은 무슨 뜻인지 알았다고 자기에게 맡기라며 친척들에게 맨해튼을 조금이라도 많이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빡빡한 일정을 세웠다. 머리가 지근지근하고 도시로 간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였으나, 우리 부부는 딸과 함께 있는게 좋아서 나섰다.

맨해튼 곳곳을 한 바퀴 돌고 우린 브런치를 하기위해 plaza 호텔의 지하 푸드 코트로 갔다. 번쩍번쩍한 plaza 호텔 하면 비쌀 거라는 생각에 멈칫했지만 출구도 저렴해 보이는 지하 푸드 코트가 있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우린 즐거운 마음에 뉴욕커의 흉내를 내며 브런치를 하고 걸어서 이곳저곳을 들려 구경을 하다 보니 트럼프 타워에 이르렀다. 관광객들은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북새통이었다. 동생은 꼭 사진을 찍어 가겠다고 우기고 우린 늙은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주어 그 곳에서 사진도 찍었다. 점심으로는 관광객은 꼭 먹어봐야 한다는 길 음식인 '할랄가이즈'의 양고기 요리를 샀다. 옆의 공원 비슷한 양지 바른 곳에 음식을 들고 서서, 서로 쳐다보며 먹다보니 동심이 머릴 들어 저절로 목소리도 커지고 웃음도 마구 나왔다.

한국에서 오신 연세가 많은 어머니는 길에서 먹는다는 소리에 처음엔 뜨악하였지만 또 하나의 재미난 추억을 만드셨다. 딸은 이런 걸 경험하셔야 한다며 서울 친척들을 설득했다. 밥을 먹고 나니 나른해진 우리는 차로 맨해튼 구석구석 다니기도 하고 때로는 내려서 걷기도 하면서 아이들이 다녔던 학교를 보고 싶다는 할머니께 맨해튼에서 유일한 캠퍼스가 있는 대학이라고 설명도 해드렸다. 클로이터 박물관에 가서 중세의 문화도 엿보고 우리에겐 더 좋았던 박물관 산책로의 조금 남은 단풍과 허드슨 강을 오랫동안 감상했다. 한국서 온 동생은 셀카봉을 갖고 와서 다함께 사진을 찍자고 조르고 살이 쪄서 사진 찍기 싫어했던 나도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그 즐거움을 누렸다. 다리 건너 뉴저지에 살아도 맨해튼 나가기가 한국 가기보다 더 멀리 느껴, 복잡하다며 되도록 이면 가지 않으려 했던 맨해튼을 친척들 덕분에 구석구석을 돌아보았다. 직장 생활을 몇 년 한 딸은 꼭 학생들을 데리고 다니는 인솔 교사처럼 우리에게 하나라도 더 설명해주려 했고 그런 딸의 모습이 좋아서 열심히 듣다보니 맨해튼이 점점 좋아져서 우리 부부는 피곤한지도 모르고 열심히 따라 다녔다.



저녁 무렵이 되어 강을 따라 뉴저지로 돌아오는 길에 이렇게 멋진 도시에 사는데 우린 복잡하고 귀찮다는 생각에 맨해튼을 도외시 했구나 하는 반성과 함께 젊은 사람들이 이토록 매료당하고 전 세계 관광객이 몰려드는 이곳을 나도 함께 분석하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스트릿마다 다른 얼굴을 한다는 맨해튼은 계속 진화하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지루한 걸 못 참는 젊은이들을 열광하게 한다. 나도 이제 주말이면 작은 백 팩 하나 메고 맨해튼을 다니며 감탄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젊은이의 시각이 아닌 많이 살아낸 중년의 시각으로, 무엇을 어쩌겠다는 것이 아니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있는 게 없을지라도 공부한다는 것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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