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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무얼 위해 걷나

미국 3대 종단 코스 완등한 김기준씨
살 갈라져 피나도 멈출 수 없는 이유

때로는 외로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그리즐리 곰과 늑대가 목숨을 위협하기도 했다. 살기위해 짐승들의 오줌을 걸러 마시기도 했고, 배낭의 무게 때문에 가슴팍의 살이 갈라져 피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김기준(43)씨는 멈추지 않았다. 아니, 산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김씨는 몬태나의 캐나다 국경부터 록키산맥을 따라 뉴멕시코주의 멕시코 국경까지 이어지는 ‘컨티넨덜 디바이드 트레일(CDT)’을 최근 완등했다. 지난 7월 3일 출발해서 지난달 20일까지 4개월 반 동안 약 3100마일을 걸었다. 고도가 높고 식수원이 뜸해 도전자가 적다보니 등산로조차 완성되지 않은 난코스다.

2008년 아팔래치안 트레일(AT)을 시작으로 2015년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을 정복한 그는 이로써 미국의 3대 종단 하이킹 코스를 모두 완등한 ‘트리플 크라운’이 됐다. 3개 코스를 합한 거리는 1만2700마일로 지구 둘레 3분의 2에 해당하며, 평균 고도는 백두산보다 높다.

미장거리산행협회(ALDHA)에 따르면 지금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산악인은 300명이 채 되지 않으며, 한인으로서는 김씨가 세번째인 것으로 한인 산악인들 사이 알려졌다. 특히 김씨는 3개 코스를 모두 북쪽에서 시작해 남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산을 타지 않을 때는 뉴욕에서 옷 수선공으로 일하는 김씨는 뉴욕으로 돌아가는 길에 애틀랜타에 들려 조지아 산악회 회원들과 지난달 30일 만났다. 그는 2008년 조지아에서 끝나는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완등할 당시부터 조지아 산악회원들과 형제같은 인연을 이어왔다.

그는 산에서 “많이 울었다”고 털어놨다. 몇일씩 사람과 말을 섞지 못할 땐 외로워서 울었고, 야밤에 사나운 야생동물이 나타났을 땐 두려움에 울었고, 눈앞에 아름다움 광경이 펼쳐질 때는 짜릿한 감동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만큼 김씨에게 등산은 나 자신과 하는 여행이었고, 자연을 스승삼은 배움의 길이자 애증의 연애였다.

“산을 혼자 걷다보면 내 속에 숨어있는 것들이 나온다. 나쁜 것은 반성하게 되고, 후회하게 되고, 다음부터는 이러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는다. 좋은 것은 바로 실천에 옮기게 된다. 자연은 조금씩 사람을 바꾼다”.

하지만 이번 산행에서 김씨는 혼자가 아니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304명의 사진이 새겨진 깃발을 간직하고 다녔다. 문재인 대통령은 워싱턴DC에 왔을 때 김씨의 깃발에 사인을 하기도 했다. 장거리산행협회는 김씨와 304명 모두의 이름으로 완등 인증서를 발행해 유가족들에게 보내주기로 했다.

CDT가 끝이 아니다. 김씨는 내년에 이 깃발을 챙겨 PCT에, 내후년에는 아팔래치안 트레일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에게도 ‘트리플 크라운’을 씌워주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조국이 안전한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염원을 표현하는 나만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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