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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교차로] 그러니까 사랑이다

이기희 / 윈드화랑 대표·작가

'이디오피아 착륙. 탄자니아 도착. 내일 아침부터 하이킹 시작. 앞으로 열흘간 연락 불가능' 아들이 보낸 문자다. 지난 달 결혼한 아들이 드디어 킬로만자로의 대장정에 올랐다. 직계가족 16명만 초대해 태평양이 병풍처럼 둘러쌓인 절벽 위에서 결혼식 올려 가족들을 놀라게 하더니 킬로만자로 산행과 아프리카 탐험을 위해 신혼여행을 떠났다. 결혼식 날 아침은 베이글과 커피, 점심은 피자, 피로연은 친구들 초청해 집들이 겸 파티를 했다. 너무 생소하고 기막혀(?) 처음엔 어리둥절 했는데 생각할수록 웃음이 나오고 기특하다. 양가 부모 폐 안 끼치고 결혼비용 아껴서 부자 동네에 허름한 집 사서 결혼 전에 리모델링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청춘이 아름다운 것은 아무 것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움 때문이다. 세속과 유행, 트랜드에 물들지 않고 확고한 신념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용기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자신이 원하는 꿈을 향해 질주하는 용기가 청춘이다. 청춘은 발칙한 도전이고 발랄한 창의로움이며 불타오르는 사랑의 묘약이다. 킬로만자로는 탄자니아 북동부와 케냐의 국경지대에 걸쳐있는 아프리카 대륙의 최고봉이다. 산 이름은 스와힐리어로 '번쩍이는 산'이라는 뜻인데 적도 근처에 위치하면서도 일년 내내 만년설에 덮여 있어 백산(白山)이라고도 한다.

헤밍웨이는 그의 단편소설 '킬로만자로의 눈'의 도입부에 "서쪽 정상 부근에는 표범의 사체가 말라 얼어붙어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라고 적고있다. 그렇다. 표범이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무엇을 찾았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정상이던 산골짜기던 험난한 계곡이던 내려오는 길 돌아오는 방법을 알았더라면 표범은 죽지 않았을지 모른다.

힘들게 정상에 올랐다고 오래 머물면 안된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번갈아 앞을 막는 인생길에서 정상에 오르는 것 만큼 내려오는 것도 중요하다.



킬로만자로 산 서쪽에 위치한 세렝케티 국립공원은 면적이 서울의 약 24배에 달하는데 사자.코끼리.들소.사바나 얼룩말.코뿔소.버팔로.톰슨가젤.코끼리 등 약 300만 마리의 대형 포유류가 살고 있다. 우기가 끝나고 건기가 되면 수천마리의 소.얼룩말.노루.황새.큰물떼새 등이 물과 풀을 찾아 장관을 이루며 대 이동을 하는데 이들을 먹이삼는 사자와 표범의 치열한 생존경쟁은 참혹하기 그지없다.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 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건 (중략)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있는 내 청춘에 건배. 사랑이 외로운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조용필의 노래 '킬로만자로의 표범' 중에서

아들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목숨 걸고 모든 것을 다 바치는 것이 사랑이란다. 삶도 아픔도 고통도 그리고 찬란한 행복도 사랑 속에 있다. 모든 것이 사랑이다.

꿀같이 달콤한 신혼여행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너라. 한눈 팔지않고 너희 둘만의 세상을 꿈꾸어라. 높히 날아올라라. 꿈과 희망이 있는 곳이라며 어느 산이건 정상을 향해 도전해라. 둘이 꼭 잡고 있는 손 놓치 말아라. 오르막길이 힘들면 서로 당겨주고 내리막길에는 발 헛디디지 않도록 손 잡아 주거라. 너희 둘이 만들어낼 새로운 세상을 위해 고민하거라. 지금처럼 배낭 매고 두 손 잡고 전진하거라. 생의 찬미가를 함께 부르며 땅 끝까지 하늘 끝까지 진군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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