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기독교 성경에 보면 소돔과 고모라라는 도시의 이야기가 나온다. 환락에 빠져서 온갖 타락과 죄악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하나님은 도시를 멸망시키고자 한다. 그 때 아브라함은 의인(義人) 50명이 있다면 멸망시키지 않으시겠냐고 묻는다. 신은 그러겠노라 대답한다. 여러 번 여쭌 후에 의인이 10명이라도 있으면 멸망시키지 말기를 아브라함은 다시 청한다. 신은 그러겠다고 하였지만 결국 의인을 찾지 못한다. 이 내용에서 사람들은 타락한 세상과 하나님의 심판을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의로운 사람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단 한 명만이라도 신실한 사람이 있었다면 소돔과 고모라는 멸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한 명이 바로 나 자신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는 세상이 나빠지고 타락하는 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말하지만 사실은 다 나와 관계있는 일이다. 수신과 치국이나 평천하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 문제가 생겼을 때 누구의 탓일까? 물론 문제의 근원에 조금 더 가까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결국은 내 문제다.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가족은 달라질 수 있다. 어렵지만 그게 진리다. 겉으로는 내 탓인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분노와 원망만 가득해서는 가족이 달라질 수 없다. 수신이 곧 제가(齊家)인 셈이다. 제가가 안 된다면 수신(修身)이 안 되었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회가 엉망이다. 온갖 범죄와 끔찍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누구의 잘못일까?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와는 정말 상관이 없는 일일까? 아니다. 사실은 다 내 문제다. 나는 평범한 사람이니 나라를 다스리는 문제나 사회를 변화시키는 문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치국(治國)은 정치인만 하는 게 아니다.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왕이나 귀족만이 하는 게 아니다. 모든 사람이 각각의 역할 속에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치국은 곧 수신이다. 물론 수신이 곧 치국이기도 하다. 나라가 엉망이라면 나부터 잘 해야 한다. 내가 잘 함으로써 사회를 바꾸어야 한다. 어렵지만 이게 진리다.
세상이 말세라고 이야기한다. 곧 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멸망의 날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하지만 소돔과 고모라의 이야기가 보여주듯이 세상이 멸망하는 것은 다른 사람 때문이 아니다. 내가 무슨 세상을 평화롭게 할 수 있냐고 묻지만 세상은 나로부터 시작된다. 내가 의인이면 세상은 멸망하지 않는다. 수신은 곧 평천하(平天下)요, 평천하의 기본은 수신이다.
수신과 제가와 치국과 평천하라는 말을 보면서 내 가정에 대한 책임, 사회에 대한 책임, 세상에 대한 책임을 두렵게 느낀다. 나는 동떨어져 있는 혼자가 아니다. 가족에 서운하고, 친척을 못마땅해 하고, 사회가 불만스럽고, 세상이 말세인 것처럼 느껴질 때 다시 나를 바로잡아야 한다. 나를 돌아봐야 한다. 그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세상이다. 한가위를 지내고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제가의 문제는 수신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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