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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의식의 신비

정명숙 / 시인

"죽음이 그대의 방문을 두드릴 때/ 그대는 무엇을 줄 것인가?// 내 인생의 풍만함-/ 가을날과 여름밤의 달콤한 포도주/ 오랜 세월을 통해 쌓아온 내 조그만 지식의 창고/ 그리고 삶으로 풍요롭게 채워진 시간들// 이것이 내가 주어야할 선물/ 죽음이 내 방문을 두드릴 때"

시성 타고르의 '그대는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시 전문이다. 삶의 비밀을 아름답게 표현한 부드럽지만 강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한 카톨릭 신자였던 지인의 장례식에 다녀왔다. 고인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평안함과 고요 속에 누워 있었다. 심장과 뇌의 활동이 멈춘 시공을 초월한 무간의 세계에 들어선 듯 경이로웠다. 육신의 평온과 영혼의 자유가 번지고 있었다. 중환자실에서 일하다 보면 심폐소생술로 환자를 살려 놓아도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한 경우 뇌사에 이른다. 뇌는 활동을 멈춰도 심장과 폐는 계속 순환한다. 이 때 전문의 둘이 뇌사를 판명하고 사망진단서에 사인한다. 스티브 잡스는 죽음이 인간이 발명한 최고의 발명품이라 했다. 죽음은 그 자체로서 많은 화두가 된다. 그는 죽음은 인간에게 끝없는 삶의 에너지를 생성하게 한다고 했다. 나는 여기 평온하게 쉬고 있는 육신을 앞에 두고 그의 영혼을 쫓아가본다. 과학자들은 전 우주의 구성물 중 4%만이 눈에 보이고 나머지 96%는 보이지 않는 어둠의 물질이라고 한다. 과연 고인의 영혼은 육신을 벗고 어디를 여행하고 있는 것일까. 빛으로 표현되는 밝은 세상을 떠나 어둠의 세계에 막 들어선 영혼을 따라가 본다. 기독교에서는 하나님은 인간을 죽음의 굴레에서 구원해 주시고 하나님의 도움으로 인간은 죽음을 통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고 믿는다. 천주교에서는 육신의 죽음 이후 연옥에 들어가 바로 자신의 행실과 믿음에 따라 심판을 받게 되고 연옥에서 완전히 정화된 사람들이 천국에 들어가 그리스도와 함께 영원히 살게 된다고 한다. 또 어떤 종교에서는 육신의 죽음이 아닌 산자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 비로소 죽음을 인정한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누구도 죽음을 경험한 사람이 없다. 하지만 임사체험을 한 사람들의 진술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경험자들은 유체이탈로 육신을 빠져나오자 자신의 육신과 그 육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그들에게 말을 걸어보기도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을 알아듣거나 이해하지 못한다. 자유로워진 영혼은 의식의 힘을 이용하여 다른 곳을 여행하다 이미 죽은 자들을 만나보기도 하지만 때가 아니어서 현세에 다시 돌아왔다고 말한다. 개성과 기억은 희미해져가지만 '나'라는 개념은 여전히 남아 의식으로 존재한다. 그들이 진술하는 특징은 그들이 평소에 갖고 있던 종교적 세계관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종교전문가인 Huston Smith는 "그들이 내세에서 겪은 모든 경험은 우리 인간들의 정신작용의 반사물들이다"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문화권마다 서로 다른 내세의 모습을 보고한 실례를 보면 분명 인간은 저마다 서로 다른 내세를 창조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죽음이 임박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이미지는 바로 자신의 의식을 투영하고 있음이다. 즉 내세는 인간의 의식 속에서 창조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세는 그자체가 창조하는 의식이다. 의식은 경계가 없다. 의식 속에서 정신은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고 어디든 날아갈 수도 있다. 의식 안에서 창조하는 일은 인간이 지닌 가장 위대한 재능이며 그 창조의 진화를 거듭해 나가게 되어있다. 당신이 창조자로서 마음을 개방한다면 당신은 더 많은 자유를 얻게 될 것이다. 시간은 순수하게 주관적인 것이며 당신이 실제로 경험하는 것은 자신의 의식이다. 내면의 자아와 단절된 사람은 현세에도 고전하고 내세에도 좌절할 것이다. 당신이 어떤 내세를 선택할 것인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있다. 마음의 가장 중요한 선물은 바로 그것이 우리들의 창조성의 근원이라는 데 있다. 의식은 우리의 흔적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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