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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매트로 역에서 길을 잃다

이은미/미드웨스트대 조교수

내가 플로리다에서 공부를 하던 시절, 온 가족을 이끌고 워싱턴에 ‘구경’을 온 적이 있다. 일단 도심에 차 끌고 다니는 것이 무서우니 매트로를 타고 내셔널 몰에 진입하기로 작전을 세웠는데, 난관은 매트로 역에서 시작되었다. 도무지 매트로 표를 어떻게 사야 하는지 난감했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석사를 마친 남편과, 박사공부를 하고 있던 내가 중고등학생 두 아들과 매트로표 자판기 앞에 웅성거리고 서서, 진땀을 흘리며 ‘작전회의’를 한 끝에 간신히 우리들의 하루치 매트로 표를 사는데 성공을 한 적이 있다.
 
그 날, 매트로를 타고 스미소니안 역을 통해 디시 내셔널 몰에 입성한 내가 역을 나오자 마자 맞은 편에 보이는 하얀 궁전을 가리키며 “저기 화이트하우스가 보인다!” 하고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듯 외쳤던 일이 생각난다. 곁에 있던 남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아이들 못 듣게 작은 소리로 내게 말해주었다, “여보게, 저것은 국회 의사당이라네.”
 
몇 년 후 공부를 마친 나는 직장을 찾아 워싱턴에 둥지를 틀게 된 것인데, 시내에 가기 위해서 매트로를 타러 갈 때마다 늘 그 첫 날의 기억이 떠올라 혼자 웃고 만다. 그런데, 어느 날이었다. 내가 평상시처럼 매트로 역에 들어서서 익숙하게 스마트 카드에 잔고를 채우고 떠나려는데, 양복을 단정히 빼어 입은 신사가 내 곁으로 다가와 아주 또박또박하고도 점잖은 영어로 물었다. “나는 텍사스에서 컨퍼런스 때문에 이곳에 왔는데, 매트로 표를 사는 방법을 잘 모르겠어요. 좀 가르쳐주시겠습니까?” 그래서 그 자리에서 신사에게 목적지를 묻고, 편도인지 왕복인지 물은 후에 요금 표를 들여다보며 차비 계산하는 방법이며, 현금이나 카드로 운임을 지급 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여, 그가 표를 살 때까지 지켜봐 주었다. 그는 곁에서 시종일관 지켜봐 준 내게 무척 감사해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워싱턴 일대를 통과하는 매트로는 다섯 가지 구간으로 이루어져 있고, 노선 별로 초록, 파랑, 주황, 노랑, 빨강 색깔로 표시가 된다. 사람들이 헛갈려 하는 것은 매트로의 운임체계일 것이다. 매트로 역의 티켓 자판기에는 운임표가 있는데, 내 목적지 매트로 역 이름을 찾아내어서 편도나 왕복 운임을 확인 해야 한다.
 


그런데, 동일한 구간이라고 해도 워싱턴을 통과하는 이 매트로는 세가지 다른 가격 체계를 갖고 있다. 우선 일반 가격 (Regular Fare)은 새벽부터 오전 9시 30분, 그리고 오후 3시에서 7시 사이의 시간에 적용된다. 그런데 a peak-of-the-peak fee 라는 출퇴근 할증 시간대가 있다.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9시, 그리고 오후 4시30분부터 6시까지는 보통 운임에 20 센트를 추가로 낸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대는 할인 가격(Reduced Fare)으로 표를 산다. 처음에 나는 이 시스템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데 생각을 좀 더 해보니, 이런 식으로 해서 승객들의 이용 시간대를 한가한 시간대로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보였다.
 
계산을 잘 못하여서 표에 찍힌 가격에서 돈이 모자라면 어떻게 할까? 그때는 역 안에 있는 Exit Fare 라는 표시의 기기에 가서 필요한 만큼의 동전을 넣어서 차표에 채워 넣으면 된다. 반대로, 매트로 표에 몇 푼 남아있다면, 나중에 필요한 운임만큼 채워서 사용하면 된다.
 
매트로 이용을 자주 한다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스마트카드를 사용하면 편리하다. 이 스마트 카드는 매트로 주차비를 낼 때나 시내버스와 연동되어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신용카드나 현금으로 충전이 가능하다. 참고로 스마트카드 자체의 가격이 5달러이다. 그래서 스마트카드를 새로 장만하기 위해서 자판기에 10달러를 넣으면 카드에 채워져 나오는 금액은 5달러이다. 처음에 나는 스마트 카드를 사면서 5달러가 사라진 것을 발견하고, 카드가 잘 못 되었다고 분개를 한 적이 있다.
 
워싱턴 지역에서 매트로 표 사기가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당신, 안심하시길. 이것을 어려워하는 미국인들이 한 둘이 아니고, 뭐든 처음에는 어려운 것이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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