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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골대 불운+이강인 교체출전' PSG, 도르트문트에 0-1 패... 합계 스코어 0-2→UCL 결승 진출 실패[경기종료]

[OSEN=노진주 기자] 파리 생제르맹(PSG)의 이강인(23)이 교체 출전한 가운데, 팀은 '별들의 무대'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PSG는 8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도르트문트와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4강 2차전을 치러 0-1로 패했다. 1차전에서 0-1로 졌던 PSG는 1,2차전 합계 0-2로 뒤지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홈팀’ PSG는 4-3-3 포메이션을 꺼내들었다. 음바페, 하무스, 뎀벨레, 루이스, 비티냐, 자이르 에메리, 멘데스, 베랄두, 마르키뉴스, 하키미, 돈나룸마(골키퍼)를 선발로 내보냈다. 이강인은 벤치. ‘원정팀’ 도르트문트는 4-2-3-1 포메이션으로 맞섰다. 퓔크루크, 아데예미, 브란트, 산초, 자비처, 찬, 마트센, 슐로터베크, 홈멜스, 뤼에르손, 코벨(골키퍼)을 먼저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루이스는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후반 11분 아데예미과 교체로 투입됐다. PSG가 선제골을 노렸다. 전반 12분 역습 찬스에서 공을 소유한 하무스는 아크 부근에서 오른발 총알 슈팅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확도가 부족했다. 도르트문트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전반 18분 스로인 상황에서 파생된 기회 속  뤼에르손이 박스 안 오른쪽에서 반대편 골문을 보고 회심이 슈팅을 날렸다. 공은 골대 밖으로 향했다. 전반 26분 PSG에서 다소 어이없는 슈팅이 나왔다. 비티냐가 왼쪽 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수비 견제 없는 틈을 타 골문을 겨냥했다. 그러나 ‘홈런’ 슈팅이 나왔다. 4분 뒤 음바페가 개인기로 상대 선수의 시선을 모두 빼앗은 상황에서 나왔던 뎀벨레의 슈팅도 골대 위로 향했다. 계속해서 PSG가 공격을 시도했다. 전반 34분 루이스가 도르트문트의 왼쪽 측면을 개인기로 허문 뒤 문전 중앙에 있던 음바페에게 공을 내줬다. 그는 곧바로 공을 반대편으로 슬쩍 돌리는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수비가 이를 걷어냈다. 도르트문트는 위기 뒤 기회였다. 음바페의 슈팅이 막히자 도르트문트의 역습 찬스가 이어졌다. 전반 35분 아데예미가 무려 중원에서 PSG 박스 안쪽까지 빠르게 공을 몰고 들어갔다. 그는 넘어지면서까지 기어코 왼발 슈팅을 날렸다. 돈나룸마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PSG는 매섭게 도르트문트를 괴롭혔다. 전반 41분 비티냐가 중거리를 때렸다. 공은 야속하게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전반전은 0-0으로 마무리됐다.  후반 2분 PSG가 땅을 쳤다. 코너킥 찬스에서 파생된 기회에서 에메리의 슈팅이 골대를 강타했기 때문이다. 왼쪽에서 길게 올라오는 공을 반대편에 받아낸 에메리는 오른쪽 골대 근접한 거리에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다. 이는 골대 맞고 밖으로 튕겼다. 에메리는 상당히 아쉬워했다. 위기를 넘긴 도르트문트가 선제골을 뽑아냈다. PSG의 패스미스가 빌미가 돼 코너킥을 얻어냈다. 후반 5분 날아오는 공에 홈멜스가 정확히 머리를 갖다대 PSG 골망을 흔들었다.  PSG가 또 골대 불운에 1골을 눈앞에서 놓쳤다. 후반 15분 하무스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이강인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PSG는 후반 30분 자이르 에메리를 빼고 이강인을 그라운드로 내보냈다. 후반 31분 PSG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코너킥 위기에서 골망이 흔들렸다. 그러나 오프사이드 판정이 나와 추가 실점은 없었다. PSG는 끈질기게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 35분 이강인이 코너킥 키커로 나서 기회를 창출하고자 했지만, 그가 올려준 공을 슈팅으로 가져간 선수는 없었다. 후반 36분 이강인이 '택배 크로스'로 도움을 기록하나 했다. 그는 먼거리 프리킥 키커로 나서 킥을 올렸다. 마르퀴뇨스가 헤더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공은 종이 한 장 차이로 골대 옆으로 빠졌다.  후반 41분 PSG가 또 골대에 무너졌다. 음바페의 인사이드 슈팅이 골대를 때렸다. 3분 뒤 비티냐의 슈팅도 골대를 강타했다. 1,2차전 합계 6번째 골대 불운이다. 경기는 도르트문트의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jinju217@osen.co.kr 노진주(jinju217@osen.co.kr)

2024-05-07

'투헬 키스 세례' 김민재, 뮌헨 730억이면 이적 시킨다... 15G 고군분투에도 레알전 부진으로 이적대상

[OSEN=우충원 기자] 키스 세례를 날릴 정도로 애정을 드러냈지만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설 곳이 줄어 들고 있다.  바바리안 풋볼은 6일(이하 한국시간) "바이에른 뮌헨이 김민재를 방출 명단에 올렸다. 적절한 제안이 온다면 한 시즌 만에 김민재를 내보낼 준비가 됐다"라고 보도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오는 9일 스페인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을 치른다. 이미 바이에른 뮌헨은 홈에서 열린 1차전서 2-2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선제골을 허용한 바이에른 뮌헨은 자네의 동점골과 해리 케인의 역전골로 경기를 뒤집었지만 이후 비니시우스가 페널티킥을 성공시켜 멀티골을 달성하면서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전반 24분 레알 마드리드의 비니시우스에게 기습 선제골을 내준 바이에른 뮌헨은 후반 초반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 8분 사네와 해리 케인(페널티킥)의 연속골이 터지며 2-1 리드를 잡았다.  그런데 후반 36분 김민재가 결정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박스 안에서 위협적으로 공을 소유해 달려들어가던 로드리고를 과도하게 잡고 발을 걸며 넘어트렸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찍었다. 키커로 나선 비니시우스가 침착하게 득점에 성공했다.   1차전서 다이어와 함께 센터백 듀오로 선발 출전한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2실점 모두 관여하면서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독일 빌트에 따르면 토마스 투헬 감독은 경기 후 “김민재는 너무 욕심이 많았다. 과했다. 다이어가 도와주러 오고 있는데 그때 파울을 범하다니, 욕심이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를 공개 석상에서 깎아내리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지만, 투헬 감독은 참지 않았다. T-온라인에 따르면 바이에른 뮌헨의 헤르베르트 하이너 회장은 김민재에 대해 "조금 더 차분하고 신중했으면 좋겠다. 무리해서 나오려다가 속도를 늦추기보단 그냥 상대 뒤에 서 있었으면 한다"라고 투헬 감독과 결을 같이 했다. 매체에 따르면 김민재는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했다. 이후 김민재는 지난 5일 슈투트가르트와의 분데스리가 경기에서 90분 풀타임을 뛰었지만 이날 3실점이나 허용하면서 다가오는 레알 마드리드와 UCL 4강 2차전의 출전 가능성이 줄었다.  UEFA는 홈페이지를 통해 뮌헨이 4-2-3-1 전형을 내세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누엘 노이어가 골문을 지키고, 누사이르 마즈라위, 에릭 다이어, 더 리흐트, 요주아 키미히가포백 수비진을 구성했다. 3선은 레온 고레츠카와 콘라트 라이머가 맡고, 2선에 자말 무시알라, 토마스 뮐러, 자네를 배치했다. 최전방 원톱 자리에 해리 케인을 올렸다. 라인업과 함께 부상으로 인해 경기에 나설 수 없거나 가능성이 낮은 선수도 소개했다. 사샤 보이(허벅지), 킹슬리 코망(햄스트링), 하파엘 게헤이루(발목), 부나 사르(무릎)는 부상으로 결장할 것이라고 확신했고, 다요 우파메카노(발목)는 출전 여부를 확답하지 못했다. 더 리흐트도 무릎 부상에서 회복 중이지만 선발로 나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키커가 예상한 뮌헨 선발 라인업도 포메이션은 4-3-3 전형이지만, 선수 명단은 UEFA가 내놓은 라인업과 동일했다. 바바리안풋볼은 "올 시즌 김민재가 인상적이었던 적은 아주 가끔 있었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서 실수가 나오며 상황이 굉장히 나빠졌다"면서 "바이에른 뮌헨은 방출 리스트에 김민재를 올렸다"고 보도했다.  또 "지나치게 탐욕스러운 태클은 바이에른 뮌헨 팬들을 화나게 했다. 바이에른 뮌헨도 적절한 제안이 올 경우 김민재를 내보낼 예정"이라고전했다.  김민재가 올 시즌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해 현재 독일 현지에서는 관심이 없다.  지난여름 김민재를 데려온다고 화상통화까지 했던 투헬 감독은 태세를 바꿔 김민재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시즌 전반기 때만 하더라도 김민재와 투헬 감독 사이는 끈끈했다. 뮌헨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때 이적료 5000만 유로(약 722억원)를 지불하고 이탈리아 세리에A SSC나폴리에서 활약하던 김민재를 영입했다. 김민재가 바이에른 뮌헨 입단을 위해 구단에 방문 했을 때 투헬 감독은 김민재를 격하게 환영했다. 김민재가 훈련장에 도착하자 그는 두 팔을 벌리고 포옹을 나누면서 "만나서 반갑다"라고 인사했다.  포옹만 했을 뿐만 아니라 김민재의 어깨를 툭 치고 뺨을 어루만지며 친근감을 표시하더니 김민재 볼에 뽀뽀까지 했다. 격한 애정 표현까지 한 투헬 감독은 "넌 아주 잘할 거야. 너도 그 과정을 좋아할 거야. 분명 약속한다"라며 김민재의 자신감을 이끌어 내기 위한 노력까지 펼쳤다.   김민재도 여름 이적시장 기간 동안 많은 빅클럽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투헬 감독은 새로 합류한 김민재를 곧바로 선발로 내세웠다. 분데스리가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선 김민재는 꾸준히 선발 출전 하면서 15경기 연속 선발 풀타임을 뛰어 과부하가 우려되기도 했다. 그러나 후반기가 시작된 김민재 입지는 크게 변했다. 투헬 감독은 다이어와 더리흐트가 나란히 센터백으로 선발 출전했을 때 경기 내용이 좋자 두 선수를 주전 센터백 조합으로 결정했다. 전반기 때 핵심 수비수였던 김민재가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바바리안 풋볼은 "그동안 김민재는 판매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이적은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만약 5000만 유로(730억 원) 정도의 이적 제안이 온다면 바이에른 뮌헨은 김민재를 이적 시킬 의향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 우충원(10bird@osen.co.kr)

2024-05-07

“항상 유니폼 더러운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육성선수→정식선수→데뷔 첫 안타가 결승타, 165cm 신인의 초심 변치 않기를

[OSEN=잠실, 한용섭 기자]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SSG 선발 라인업의 9번 2루수는 배번 95번 선수였다. 올해 신인 정준재(21)가 주인공. 프로 데뷔 첫 선발 출장이었다.  정준재는 강릉고 3학년 때 2022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동국대로 진학한 정준재는 2학년을 마치고 얼리 드래프트를 신청, 2024년 신인드래프트 5라운드(전체 50순위)로 SSG의 지명을 받아 입단했다.  입단 후 정준재는 육성 선수 신분으로 퓨처스리그에서 뛰다가 지난 1일 정식선수로 전환되면서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2루수 자원인 베테랑 김성현, 신인(1라운드 10순위) 박지환이 잇따라 부상으로 빠지면서 콜업된 것.  SSG 스카우트팀은 정준재에 대해 “단신(165cm)의 신체 사이즈이나 우수한 운동 능력과 폭발적인 주력이 최대 장점이다. 콤팩트한 스윙 메커니즘으로 강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하고 컨택 능력이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정준재의 키는 KBO리그 최단신 삼성 김지찬, 김성윤(이상 163cm) 보다 2cm 크다. 정준재는 4월말까지 퓨처스리그에서 18경기 출장해 타율 2할8푼8리(52타수 15안타) 4도루를 기록했다. 1군 콜업 직전 4경기에서 17타수 7안타(타율 .412)로 좋았다.  경기 전 이숭용 감독은 팀내 연쇄 부상 악재와 선발진 난조를 언급하며 “조금 천천히 가볼 생각이다. 오늘 2루수는 (정)준재가 나간다. 한 타석 봤지만 그림도 괜찮고, 2군에서도 좋은 그림이 계속 있었다고 했기 때문에 스타팅으로 써봐서 좀 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정준재는 지난 3일 NC전에서 8회 대수비로 교체 출장하며 데뷔전을 치렀다. 8회말 1사 3루에서 1루수 땅볼로 데뷔 첫 타점을 기록했다.  정준재는 이날 2회 1사 1,2루에서 LG 선발 최원태에게 3구삼진으로 물러났다.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에 3번 연속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0-0 동점인 4회 1사 1루에서 2번째 타석, 1루주자 오태곤이 2루 도루에 성공했다. 정준재는 최원태의 변화구에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슬라이더가 3개 연속 들어오는 걸 지켜봤고, 1볼-2스트라이크가 됐다. 4구째 체인지업은 볼이 됐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슬라이더를 밀어쳐 좌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때렸다. 빠른 주력으로 2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여유있게 세이프 됐다. 2루 주자는 득점. 선취점을 올리는 데뷔 첫 안타였다. 이후 최지훈의 우전 안타 때 데뷔 첫 득점까지 기록했고, 덕아웃에서 팀 선배들의 뜨거운 축하를 받았다.  5회 2사 1,3루에서 세 번째 타석 기회가 왔는데, LG는 투구 수 99개가 된 선발 최원태를 내리고, 김대현을 구원 투수로 올렸다. 2볼-2스트라이크에서 포크볼(137km)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3-1로 앞선 6회 수비 때 수비 강화를 위해 최경모로 교체됐다.  정준재는 경기 후 "스타팅으로는 첫 출장이라 긴장이 많이 됐다. 첫 타석에서는 그 긴장 탓인지 여유도 없고 의욕이 앞서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코칭스태프분들과 선배님들께서 긴장 풀고 지금까지 2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으니 그만큼 자신감을 가지라고 격려해주셨다. 그 덕분인지 두 번째 타석에서 여유를 갖고 나의 타격 존에 들어오는 공만 컨택하려 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첫 안타일 것 같다”고 기뻐했다.  정준재는 “올 시즌 항상 유니폼이 더러운 선수로 기억되면 좋겠다. 전력을 다하는 허슬플레이를 보여드리고 싶다”고 당찬 각오를 보였다.  /orange@osen.co.kr 한용섭(sunday@osen.co.kr)

2024-05-07

"못 던지는 공이 뭐야?" 다저스 기대 폭발, 158km 한국산 괴물 투수…2이닝 3K 퍼펙트 '성공적 데뷔'

[OSEN=이상학 기자] LA 다저스와 1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우완 강속구 투수 장현석(20)이 루키리그를 통해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다저스 산하 루키리그에 소속된 장현석은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 캐멀백랜치 컴플렉스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 산하 루키팀과의 경기에 선발등판,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잡으며 안타와 사사구 없이 무실점 퍼펙트로 막았다.  1회 웰바인 프랜시스카를 2루 땅볼 잡고 시작한 장현석은 메레호를 루킹 삼진 처리했다. 이어 호세 피렐라를 1루 땅볼 유도하며 삼자범퇴한 장현석은 2회에도 알베르토 멘데스를 우익수 뜬공 처리한 뒤 예를린 루이스, 야이켈 미하레스를 연이어 헛스윙 삼진 돌려세웠다. 구체적인 구속이나 구종은 알려지지 않았다. 첫 등판이라 긴 이닝을 던지지 않았지만 2이닝만으로도 충분히 임팩트를 남겼다.  193cm, 90kg 거구의 우완 정통파 투수 장현석은 마산용마고 2학년 때부터 최고 시속 156km 강속구를 뿌리며 대형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3학년이 된 지난해에는 최고 구속을 158km로 높이며 9경기(29이닝)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93 탈삼진 52개로 압도적인 투구를 선보였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KBO 신인 드래프트에 나왔다면 전체 1순위 지명은 따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장현석은 드래프트 신청서를 내지 않았고, 지난해 8월 다저스와 계약금 100만 달러에 사인하며 미국 도전을 결정했다. 이후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까지 받은 장현석은 군입대에 대한 부담 없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7일에는 ‘MLB.com’이 공개한 다저스 유망주 랭킹 18위에 이름을 올리며 무한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지역지 ‘LA타임스’도 3월20일 ‘다저스 유망주 장현석이 MLB 차세대 한국 스타가 될 수 있는 이유’라는 제목하에 다저스가 박찬호, 류현진에 이어 장현석이 한국의 차세대 성공 신화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장현석은 193cm 큰 키에 90마일대 후반 패스트볼에 삼진을 잡을 수 있는 다양한 변화구까지, 미래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롭 힐 다저스 마이너리그 피칭 디렉터는 “우리는 선발 로테이션 최고 투수로 장현석의 미래를 보고 있다. 그는 많은 것을 할 수 있고, 발전하기 위해 노혁할 줄도 안다. 그에겐 한계가 없다”고 칭찬했다. 이어 “장현석이 못 던지는 공이 뭔가?”라고 농담을 던지며 “실제 커맨드와 운영하는 능력이 나이에 비해 상당히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장현석은 지난 봄 다저스 선수 육성 스태프와 함께 싱커, 체인지업, 커브, 슬라이더 등 다양한 구종을 다듬었다.  브랜든 곰스 다저스 단장도 지난 2월4일 팬페스트에서 장현석이 196cm 장신 투수 바비 밀러 옆에 서도 밀리지 않는 체격에 놀랐다. 곰스 단장은 “밀러 옆에서도 작아 보이지 않을 때 ‘그래, 이 친구는 단단하구나’ 싶었다. 지금 그 몸에 패스트볼 구질을 보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가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한편 LA타임스는 장현석 영입을 두고 다저스와 텍사스 레인저스가 경쟁했다고 뒷이야기도 전했다. 장현석과 계약할 만한 국제 보너스 계약금 자금이 부족했던 다저스는 지난해 8월5일 루키팀 투수 유망주 알드린 바티스타, 막시모 마르티네스를 시카고 화이트삭스에 주고 국제 유망주 계약금 슬롯을 확보하는 트레이드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8월14일 다저스 입단식에서도 장현석은 “다저스에 갈 줄 몰랐는데 유니폼을 입게 돼서 영광이다. 날 오랫동안 지켜봐주셨고, 대회를 하러 서울에 갔을 ��마다 한 번씩 마주쳤다. 나에 대한 관심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계약이 될 줄은 몰랐다”고 놀라워했다.  그만큼 다저스는 장현석의 가능성을 높게 봤고, 물밑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루키리그이지만 첫 등판부터 장현석은 2이닝 퍼펙트 투구로 다저스의 기대에 걸맞은 신고식을 치렀다. /waw@osen.co.kr 이상학(rumi@osen.co.kr)

2024-05-07

[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멈추고 다시 숨고르기

돌아갈 곳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마음 따뜻한 일인가. 다시 시작할 무엇이 남아 있는 삶, 하고 싶은 무엇인가를 품고 사는 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시골 촌뜨기가 도시로 이사 온 뒤 방학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가 삼거리 골목을 쏘다녔다. 치마 양쪽에 새하얀 줄을 단 명문학교 교복 입고 동네를 한 바퀴 돌면 동네 어른들이 “현풍댁 딸래미 잘 건사 했네. 고생한 보람 있구만” 하며 쌈지 주머니에서 격려금(?) 몇 푼을 꺼내주기도 했다.     ‘큰 칼 옆에 차고’ 이순신 장군처럼 나라 지킨 영웅은 아니라도 일류 학교를 상징하는 ‘흰 칼(하얀 줄이 있는 교복 치마)’은 마을 사람들의 기대를 받기에 충분했다. 그 기대는 평생토록 올가미가 되기도 했지만 나락에 빠질 때마다 절망에서 건져주는 동아줄이 된다.     기대(Expectations)는 어떤 일이나 대상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다림이다. 기대는 동기를 유발시킨다. 긍정적인 측면으로는 인물의 성장에 영향을 미치거나 역경을 이겨내는 원동력이 된다.     기대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높아지면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폐인이 되거나 타락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자존감은 ‘자아 존중감(自我尊重感)’이다. 자신을 존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인식하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거나 받들어 주길 바라는 감정이지만 자존감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감정이다.   나이 들면 힘차게 달려오던 생의 깃발 멈추고 숨고르기를 해야 한다.     너무 힘들게 달리면 객사한다. 자존심이 센 사람은 상처를 입기 쉽다. 자존감은 상처입고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시킨다. 자존감은 스스로 무너트리기 전에는 살아 갈 인생의 지표가 된다.     나이 드신 어른 몇 분이 사업과 집을 정리하고 자녀들이 사는 타 주로 이사할 준비를 한다. 청춘을 바쳐 힘들게 지탱해 온 사업과 직장을 접고 땀 흘려 마련한 둥지를 버리고 떠날 준비를 한다.     뻐꾸기는 둥지를 짓지 않고 다른 새가 둥지를 비우는 틈을 타서 몰래 알을 낳고 원래 있던 알을 둥지 밖으로 밀어낸다.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알이 바뀐 줄도 모르고 버꾸기 알을 정성스레 키운다. 어미 뻐꾸기가 탁란을 하는 이유는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나누어 낳으면 둥지 하나가 없어지더라도 다른 둥지에 낳은 새끼를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남의 둥지에서 자란 새는 슬퍼도 울지 않는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삶에 길들여진다. 불행하게도 기대가 무너지고 멍에가 되면 고삐 메인 소처럼 삶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일이 오늘 같고 내일은 오늘의 반복인 삶을 산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내일을 믿지 않고 스스로를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긋고 가치 있는 삶을 포기하며 대충 사는 일이다. 자신의 가치를 폄하하고 기대치를 낮추면 남은 시간을 허둥지둥 허비하며 산다.   힘들었던 시간 멈추고 다시 생의 고삐를 움켜쥐면 남은 시간이 소중하게 보인다.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염려하지 말고, 어떤 것을 하고 싶은 지 고심할 때다.     하릴없이 서성이는 허무의 발길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었단 일에 포커스를 맞추면 해가 서산으로 기울기 전, 황혼이 쏘아 올린 빛은 찬란하고 눈부시다. (Q7 Fine Art 대표)     이기희이기희의 같은 하늘 다른 세상 둥지 하나 자아 존중감 명문학교 교복

2024-05-07

美 "라파에서의 중대한 작전 반대…민간인보호 종합계획 필요"(종합)

美 "라파에서의 중대한 작전 반대…민간인보호 종합계획 필요"(종합) "이-하마스 휴전·인질 석방 협상 재개…입장차 좁혀야" "가자행 검문소봉쇄 용납 못 해…이', 케렘샬롬검문소 8일 개방 계획" 협상 중대기로서 美, 이스라엘 상대 냉온탕 오가며 미묘한 외교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백악관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7일(현지시간) 카이로에서 재개됐다면서 양측이 남은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협상 재개 사실을 확인한 뒤 "양측의 입장에 대해 면밀히 평가해보면 양측이 남아있는 간극을 좁혀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며 "우리는 그 과정을 지원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커비 보좌관은 이 같은 언급의 근거에 대해 "(협상안의) 수정안들이 제안됐고, 거기 담긴 내용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바탕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협상이 "매우, 매우 조기에" 타결되길 희망한다면서도 결실을 볼 것으로 예상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 될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커비 보좌관은 이스라엘군이 7일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있는 팔레스타인 쪽 국경검문소를 장악한 데 대해 이스라엘로부터 가자지구로 무기와 자금을 밀반입하려는 하마스의 역량을 차단하기 위한 제한된 범위와 규모, 시간의 작전이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전했다. 커비 보좌관은 "미국은 가자지구로의 인도적 지원이 방해받지 않고 흘러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스라엘군은 7일 아침 401기갑여단이 라파 국경검문소의 가자지구 쪽 구역에서 작전 통제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검문소 장악 과정에서 20명의 무장 괴한을 사살하고 3개의 지하 터널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별도 브리핑에서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전면전을 벌일 경우 미국에 통보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물음에 "분명히 이스라엘은 그들의 작전에 대해 말할 것"이라며 "다시 한번 매우, 매우 분명하게 말하건대 우리는 라파에서 중대 작전이 이뤄지는 것을 보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이스라엘이 피난처를 찾아 라파에 온 가자지구 민간인 100만∼150만 명을 보호하는 데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보길 원한다"고 부연했다. 장-피에르 대변인은 가자 남부 지역으로 인도적 지원 물자가 들어가는 두 통로인 라파 검문소와 케렘 샬롬 검문소가 실질적으로 봉쇄된 상황에 대해 "닫힌 검문소들은 열려야 한다"며 "그것들이 봉쇄된 것은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케렘 샬롬 검문소를 내일(8일) 재개방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또한 장-피에르 대변인은 미시시피대학에서 지난 2일 발생한 친팔레스타인 시위에 대한 '맞불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인종차별적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이 확산한 데 대해 "품위 없고 인종차별적"이라며 "영상 속의 행동들은 미국 사회에서 가장 저질스러운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격화와 휴전 사이의 중대 기로에 접어든 상황에서 이스라엘에 대해 지지와 견제를 번갈아 가며, 미묘한 외교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7일 홀로코스트 희생자를 기리는 연설을 하면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장기화와 민간인 사망자 증가 속에 '세'(勢)를 얻고 있는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한편, 작년 10월 7일 이번 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기습 공격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와 동시에 미국은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통해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막후 조율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라파 지상전 의지를 꺾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또 이스라엘에 '무언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이스라엘로 가는 일부 무기 공급을 잠정 중단했다는 미 언론 보도도 잇달아 나왔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조준형

2024-05-07

푸틴, 새 임기 과제 "러시아를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푸틴, 새 임기 과제 "러시아를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2030년까지 달성 목표…합계출산율 1.6 명으로 (모스크바=연합뉴스) 최인영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2030년까지 러시아의 경제를 세계 4위권 규모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이날 취임식을 통해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6년간의 새 임기 국정 과제를 담은 '국가 발전 목표에 관한 대통령령'(5월 법령)에 서명했다. 이 법령에 따르면 러시아는 2030년까지 구매력평가(PPP) 기준 국내총생산(GDP) 세계 4위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과정에서 러시아의 GDP 성장률은 세계 평균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고 푸틴 대통령은 주문했다. 또 2030년까지 연구개발(R&D) 비용을 GDP의 2% 규모로 늘려 경제 규모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순위를 세계 10위권 내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GDP에서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을 17%로 줄이고 비자원·비에너지 상품 수출은 최소 3분의 2 이상 늘린다는 방침이다. GDP 내 관광 산업 비중은 5%로 확대한다는 내용도 법령에 포함됐다. 농산업 생산량은 2030년까지 2021년 대비 25% 늘리고 이 부문 수출은 150% 증대한다는 목표도 설정했다. 인구 사회 분야에서는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을 1.6 명으로, 기대수명은 78세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2030년까지 빈곤율을 7% 미만으로 낮추고 고등교육기관에 50만명 이상의 외국 학생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시민들에게 1인당 최소 33㎡ 면적의 주택을 제공한다는 목표도 눈에 띈다. 새 내각은 2030년까지의 국정 과제와 2036년까지의 국정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통합 계획을 오는 12월 31일까지 제시해야 한다. 지난 3월 대통령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취임식을 통해 2030년까지 정권을 연장했다. 그가 2030년 대선에서도 당선되면 2036년까지 러시아를 통치할 수 있다. abbi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최인영

2024-05-07

올트먼, AI에 서울방어 맡겨도되나 묻자 "따져봐야할 질문 많아"

올트먼, AI에 서울방어 맡겨도되나 묻자 "따져봐야할 질문 많아" 'AI시대의 지정학' 대담…"우리는 미국편이지만 전 인류에 도움되기를" "중국도 AI의 파국적 위험 줄여야 한다는 목적 공유하기를 바라" "AI 기반시설 확대 위한 반도체 수급 어느 정도 해결…전력공급은 쉽지 않아"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인간이 전쟁을 인공지능(AI)에 맡겨도 되는지를 두고 논란이 있는 가운데 AI 산업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도 이게 쉽지 않은 문제라는 인식을 드러냈다. 올트먼은 7일(현지시간)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가 'AI 시대의 지정학적 변화'를 주제로 개최한 대담에서 북한이 서울을 기습 공격해 한국이 이를 방어하려면 인간보다 대응 속도가 빠른 AI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질문받았다. 진행자는 북한이 서울을 향해 군항공기 100대를 출격시키고, 한국이 AI가 통제하는 로봇 무리를 이용해 항공기를 전부 격추해 북한 조종사 100명이 목숨을 잃는 상황을 가정하고서 어떤 상황에서 AI에 사람을 죽이는 결정을 맡겨도 되느냐는 취지로 질문했다. 올트먼은 "항공기가 한국에 접근하고 있고 인간이 의사 결정에 관여할 시간이 없을 때 AI가 요격 결정을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공격이 일어나고 있다고 정말 확신할 수 있나? 어느 정도로 확실해야 하나? 예상되는 인명 피해는? 회색지대의 어느 지점에 선을 그어야 하는가? 정말 (우리가 따져봐야 할) 질문이 많다"고 답했다. 그는 "난 누군가 'AI가 핵무기 발사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또한 누가 접근하는 미사일을 요격할 때처럼 정말 빠르게 행동해야 할 때 AI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그사이에 이런 지대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내용은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니라고 시인하면서 "오픈AI에서 이런 결정을 하지 않아도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지정학적 경쟁이 AI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질문을 받고서는 "우리는 매우 분명히 미국과 우리 동맹의 편"이라고 답했다. 이어 "인도주의적인 면도 있는데 우리는 이 기술이 인류 전체에 득이 되기를 원하지, 우리가 동의하지 않는 지도부가 있는 특정 국가에 살게 된 사람들에게만 득이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AI 시스템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의미하는 'AI 컴퓨트'(AI compute)와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등 AI 기반 시설이 "미래에 가장 중요한 상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AI 기반 시설이 저렴해지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가 공공재로 투자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AI 기반 시설을 확대하는 데 있어서 반도체 수급이 문제였지만 어느 정도 해결이 됐고 지금은 전력 공급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이 이끌면서도 꽤 넓고 포용적인 연합체"가 AI 기반 시설 확충을 주도하면 좋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국만 AI 데이터센터를 지어야 한다는 방식은 통하지 않을 것이며 세계 다른 나라들이 그렇게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나도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AI와 관련해 중요한 수많은 것에서 중국과 동의하지 않겠지만 난 대개 우리 모두 AI의 파국적인 위험을 줄여야 한다는 목적을 공유한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AI 기업들이 AI가 선거 방해에 사용되는 것을 막는 데 초집중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선거가 끝날 때까지 편집증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이전보다 AI를 활용한 가짜뉴스 등을 더 경계하고 있어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AI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새로운 위협이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blueke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동현

2024-05-07

"트럼프와 성관계" 전직 성인영화 배우 美 재판서 증언

"트럼프와 성관계" 전직 성인영화 배우 美 재판서 증언 '성추문 입막음 돈' 당사자, 트럼프 형사재판 증인 출석 "골프대회 후 호텔방 초대해 저녁 식사…TV쇼 출연 제의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의 핵심 증인이자 돈을 받은 당사자인 전직 성인영화 배우가 7일(현지시간) 법정에 출석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만남과 입막음 돈을 받은 사실을 증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이 열리는 뉴욕 맨해튼형사법원 법정에는 이날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니 대니얼스가 증인으로 출석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대선 직전 대니얼스와의 과거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천만원)를 지급한 뒤 그 비용과 관련된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니얼스는 이날 증언에서 2006년 미 서부의 관광명소 타호 호수 인근에서 골프 대회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호텔 스위트룸으로 저녁 식사를 초대받았고, 이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증언했다. 대니얼스가 주장한 성관계 시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와 결혼한 지 약 1년이 지난 시점이다. 그날 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녀에게 자신이 진행하는 유명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에 출연할 것을 제의했고, 자신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에 개의치 말라고 말했다고 대니얼스는 언급했다. 대니얼스는 성관계 사실을 침묵해 달라고 요구한 코언과의 협상이 돈 때문은 아니었다고 부인하면서 코언과 트럼프 전 대통령 탓에 돈을 제때 받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가 불과 몇 미터 앞 증언대에서 말하는 내내 시큰둥한 표정을 보였으며, 때로는 그의 변호인에게 뭔가 속삭이거나 고개를 가로저었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니얼스와의 성관계 사실을 지속해서 부인해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이날 오후 대니얼스의 증언 내용이 선정적이어서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이유로 판사에게 심리 무효(Mistrial) 선언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는 대니얼스의 말이 명백히 거슬리긴 했으나 그녀가 증언한 일부 내용은 말하지 않게 놔두는 것보다 나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심리 무효 요청을 반려한 배경을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재판 시작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니얼스의 증인 출석 사실을 알리며 변호인이 이에 대비할 시간조차 주지 않았다고 분노하는 글을 올렸다가 약 30분 뒤 삭제하기도 했다. 앞서 머천 판사는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증인이나 재판 관계자 비방을 금지한 함구령을 또 어길 경우 구금에 처하게 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p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지헌

2024-05-07

틱톡, '강제매각법' 입법 맞서 소송제기…"명백한 헌법 위배"

틱톡, '강제매각법' 입법 맞서 소송제기…"명백한 헌법 위배" "강제 매각, 상업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불가능" (워싱턴=연합뉴스) 김경희 특파원 =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이 7일(현지시간) 미국내 사업권 강제매각법에 대한 소송을 공식 제기했다. 틱톡은 워싱턴 DC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매각법이 모호한 국가 안보 우려에 근거해 비상하고 위헌적인 권력을 주장하며 헌법이 보장한 1억7천만명 미국인들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틱톡 금지는 명백한 위헌"이라며 "강제 매각은 상업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가능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틱톡 모회사인 중국기업 바이트댄스가 270일(대통령이 90일 연장 가능) 안에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서비스를 금지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정치인들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고 있는 틱톡이 수집한 민감한 사용자 정보가 중국 정부에 흘러 들어갈 경우 심각한 안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추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대통령의 법안 서명 직후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며 소송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틱톡과 미국 정부가 본격적인 법적 분쟁에 들어감에 따라 법안의 실제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틱톡은 이미 주정부 차원의 금지 시도와 관련해 다수의 법적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몬태나주에서는 주 내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한 주 정부의 결정을 예비적으로 중단했으며, 몬태나주는 현재 이 명령에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kyungh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김경희

2024-05-07

시카고 필드박물관, 희귀 공룡 화석 공개

시카고 필드 박물관이 희귀 화석을 공개했다. 이 화석은 공룡에서 조류로 진화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필드 자연사 박물관에서 공개된 화석은 아키압터릭스(Archaeopteryx)라고 불린다. 약 1억5000만 년 전에 현재의 유럽 지역에서 살았던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동물은 공룡과 새의 중간 단계로 추정된다. 털과 부리를 지녔고 작은 치아와 날개도 가져 날았을 수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펭귄 크기의 화석이 학술적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는 이유는 희귀성 때문이다.     아키압터릭스 화석 자체가 1861년 처음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단 13개만이 발견됐다. 특히 시카고 아키압터릭스라고 불리는 이 화석은 보전 상태가 완벽에 가까워 향후 화석 연구에서도 큰 기대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키압터릭스가 처음 발견된 때는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간된 후 2년 뒤였는데 전문가들은 만약 다윈이 아키압터릭스의 존재를 알았다면 그의 연구 결과에도 큰 변화를 끼쳤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만큼 이 화석이 공룡에서 새로 진화하는 과정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화석이 처음 발견된 지역은 독일. 이 화석이 생존했을 당시 독일은 열대지방이었고 당시 아키압터릭스는 열대식물과 호수 근처에서 살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필드 자연사 박물관은 이 화석을 지난 2019년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접했다. 이후 연구와 소장 가치가 뛰어나다는 판단을 내렸고 중동의 화석 소장가로부터 매입에 성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드 박물관은 아카압터릭스를 소유하고 전시하는 서반구의 유일한 자연사 박물관이 됐다.     이번 시카고 아카압터릭스의 전시로 필드 박물관은 대형 티라노사우러스 렉스 화석인 수(Sue)에 버금가는 인기 전시물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한편 필드 박물관은 오는 가을 시카고 아키압터릭스의 전시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공식 소개를 할 예정이다. 6월 9일까지는 그리핀 홀 입구 쪽에서 계속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Nathan Park 기자필드박물관 시카고 희귀 화석 시카고 필드 화석 소장가

2024-05-07

일리노이 천연가스 요금 급등 우려

향후 일리노이 주민들이 납부해야 하는 천연가스 요금이 급격히 오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천연가스 회사들이 시설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시민단체인 Building Decarbonization Coalition과 Groundworks Data가 공동으로 연구한 보고서는 일리노이 천연가스 회사들의 최근 시설 투자 현황을 집계했다.   피플스 가스와 나이코 가스, 노스 아메렌 가스, 노스 쇼어 등 일리노이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회사들의 지난 10년간 시설 투자 현황을 집계했는데 투자금액이 90억달러에 달했다. 이들 회사는 천연가스 공급 라인과 유통 라인, 지하 저장고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다.   이 투자금은 향후 몇십년에 걸쳐 고스란히 천연가스 사용자인 일리노이 주민들에게 전가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40년에서 70년에 걸쳐 이 투자금이 회수될 것으로 전망했다.     일리노이 천연가스 회사들은 피플스 가스와 같이 투자자 소유인 경우 천연가스에 이윤을 붙여 공급하지 않는다. 대신 투자금에 약 9%의 이윤을 부과할 수 있도록 주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많은 투자금을 집행할수록 향후 사용자들이 납부하는 사용료 명목으로 이윤이 증가하도록 정해진 것이다.     이렇다 보니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천연가스 회사들의 투자비 증가는 곧 요금 증가로 이어지게 되어 있다. 현재와 같은 천연가스 회사들의 투자가 계속된다면 2030년까지 일리노이 천연가스 요금은 50% 증가하고 2035년까지는 현재 대비 두 배 증가할 것이라는 게 시민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를 평균 요금으로 환산하면 2050년에는 추운 겨울 난방비가 한 가정당 650달러로 뛴다는 예측이 가능하다.     문제는 천연가스는 환경에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천연가스가 온실효과의 주범인 메탄가스로 이뤄져있고 메탄가스는 이산화탄소에 비해 열을 80배 이상 더 잡아둘 수 있는 성질 때문에 기후변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일리노이는 전국에서 천연가스를 여덟번째로 많이 소비하는 지역이다. 일리노이는 2050년까지 석탄이나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를 완전히 중단시킨다는 법을 통과시킨 바 있지만 천연가스가 난방에 사용되는 것을 어떻게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규정한 바가 없다.     이에 시민단체에서는 시카고와 오크파크에서와 같이 새로 짓는 건물에 천연가스 대신 전기 난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해야 하는 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은 천연가스 회사들과 관련 노조들의 반대로 제대로 시행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아울러 주정부가 나서 천연가스 회사들의 요금 인상을 완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연구 보고서의 주장이다.  Nathan Park 기자일리노이 천연가스 일리노이 천연가스 천연가스 요금 천연가스 회사들

2024-05-07

버렸던 부모가 "돈 불려줄게"…월30만원 자립수당도 뜯어간다 [소외된 자립청년]

초등학교 6학년 때 부모 이혼으로 서울 용산구의 한 보육원에 맡겨진 강현중(26·가명)씨는 8년 전 아버지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았다. 보호종료기간이 끝나갈 때쯤이었다. 아버지는 “보육원에서 나올 때 받은 돈을 주면 크게 불려주겠다. 넌 경제관념이 없으니 내게 맡기라”고 했다. 강씨는 자립정착금 500만원과 보육원에서 모은 후원금 300만원을 합쳐 약 800만원을 아버지에게 건넸지만 지금까지 받지 못하고 있다. 강씨는 “아버지가 생활비와 대출 갚는 데 돈을 다 쓴 것 같다. 성인이 되면 생기는 목돈을 노리고 일부러 자식을 보육원에 잠깐 맡기는 부모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은 만 18세에 아동양육시설·공동생활가정(그룹홈)·가정위탁 등에서 독립하면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자립정착금을 받는다. 지역별로 서울은 2000만원, 경기·대전·제주는 1500만원, 경남은 1200만원, 그 외 시·도는 1000만원이 지급된다. 2019년부턴 매달 30만원(현재 50만원)의 자립수당도 보호 종료 뒤 5년간 받는다. 이외에 2007년부터 아동발달지원계좌(CDA·디딤씨앗통장)에 민간 기부자들이 보낸 후원금을 모았다는 퇴소할 때 한꺼번에 주기도 한다. 자립 뒤 학자금이나 주거비, 직업 훈련비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이 같은 목돈을 생활경제 교육을 받지 못한 자립준비청년이 가까운 지인에게 뺏기거나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박지연(24·가명)씨는 남자친구에게 뜯긴 경우다. 박씨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교제한 남자친구로부터 “보육원에서 나와 같이 살려면 원룸 보증금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모아둔 후원금 800만원을 건넸다. 한 달 뒤 남자친구는 다른 여성과 돈을 갖고 잠적했다. 박씨는 “주변에서 아무도 돈 관리하는 법을 알려주지 않아 나이를 먹어도 돈을 모으거나 쓸 줄 모른다”며 “몸만 큰 어른이 된 것 같다”고 했다. 분양사기·중고거래 사기꾼의 표적이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19년 보육원에서 나온 이모(26)씨는 2021년 서울 강남 길거리에서 7억1500만원짜리 오피스텔 분양 사기를 당했다. 부동산 지식이 전무했던 이씨는 “계약금 10%만 내면 나머지 분양금은 대출 80%에 나머지는 월세로 충당하면 되는 좋은 물건”이라는 분양대행사 직원의 말만 믿고 정착금과 후원금, 보육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과 대출 3000만원을 받아 계약금 1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영종도 신도시의 해당 오피스텔은 잔금 대출이 최대 40%밖에 안 된 데다 임대수요도 없어 계획했던 대로 소유권은 갖지 못한 채 계약금 반환 소송을 힘겹게 진행 중이다. 이씨는 “대행사 직원 설명과 실제 상황은 전혀 달랐다"며 "시키는 대로 서명했을 뿐인데 큰 빚만 떠안게 됐다”며 “도움을 줄 가족도 없는데 당황스럽고 무섭다”고 토로했다. 중고차 사기를 당하거나 유흥·게임 등에 목돈을 탕진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굿네이버스 경남 자립준비전담기관 황민주 과장은 “보험료나 수리비 등 관리 비용에 대한 개념 없이 중고차를 사다보니 사후 관리가 어려워져 카푸어가 되는 경우가 많다”며 “비싼 명품을 사거나 성형수술을 하며 수백만 원을 한 번에 다 썼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자립준비청년을 등치는 하이에나 때문에 “보호종료 전후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교육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중앙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자립준비청년 20명 중 7명도 ‘자립에 가장 필요한 것’으로 경제·취업 관련 교육을 꼽았다. 보육원 출신 A씨는 “아르바이트 면접 갈 때 복장·말투 등의 에티켓이나 전세 계약서를 쓸 때 주의할 점 등 인터넷을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삶의 지혜를 알려줄 어른이 없다는 게 가장 답답하다”며 “인생의 롤모델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존재인데 이들을 만날 기회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모(28)씨도 “물고기를 그냥 주는 게 아니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2011년부터 보호 종료 전에 일상생활, 자기 보호법, 돈 관리, 진로 탐색, 직장생활 기술 등 자립준비교육을 아동양육시설과 그룹홈에서 매년 의무적으로 시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초등학생과 고등학생을 한데 모아 같은 수업을 듣게 하는 등 형식적인 교육”이라고 자립준비청년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2021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년 차 자립준비청년 31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상생활·자기보호·돈 관리·지역사회자원 활용·사회적 기술 등 기초자립 교육 5과목 가운데 참여했다고 응답한 프로그램은 평균 1.75개에 그쳤다. 진로탐색 및 취업기술·직장생활기술 등 진학 교육 2과목 중에선 평균 0.53개에 불과했다. 보육원 출신 B씨는 “시간을 때우다 사진 촬영만 하고 끝내는 교육이 부지기수”라며 “매번 비슷한 내용의 수업이 반복돼 집중하는 애들이 거의 없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사기 등 범죄에 노출되거나 단기간 목돈을 탕진해 생계가 곤란해진 뒤 고립감과 우울감에 빠지고 또 다른 범죄에 노출되는 악순환을 우려한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청년정책연구단장은 “지원기관과 연락이 두절된 자립준비청년들은 가족과 함께 사는 일반적인 고립·은둔 청년과 달리 심각한 사회·경제·행정적 단절 상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들의 사회적 고립은 중장년, 노년 시기의 노인 빈곤과 고독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믿을 수 있는 주변 어른 없이 보육원 선·후배 관계 중심으로 사회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다 보니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어려워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자립준비청년 보호자가 없거나 양육을 포기해 아동보육시설·그룹홈·위탁가정에서 성장한 뒤 만 18세가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한 청년. 보호종료 이후 5년간 정착지원금 및 자립수당 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립준비청년이 20명이라고 집계했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죽음은 훨씬 더 많았다. 김서원.정세희.박종서(kim.seowon@joongang.co.kr)

2024-05-07

"15세 때 성추행 당해 보육원 나왔는데, 아무 지원도 못 받았다" [소외된 자립청년]

울산에 사는 자립준비청년 A씨(24)는 열다섯살이었던 2015년 보육원 관계자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다른 담당자에게 털어놓자 “다른 보육원에 옮길지, 원래 집으로 돌아갈지 선택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A씨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상황이었지만 결국 집을 선택했다. 7년 만에 돌아간 집에선 아버지는 또다시 손찌검을 일삼았고 몇 개월 만에 집을 나왔다. A씨는 보육원을 퇴소할 때 받은 800만원으로 인천·부산 등 고시원을 전전했다. 성인이 되어 자립준비청년 정부 지원 제도를 알아봤지만 정착금·수당 등 지원 대상이 ‘만 18세에 보호가 종료된 자’여서 15살에 보육원을 나온 A씨는 해당이 안 됐다. 그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너무나도 막막했다”고 말했다. 만 18세 이전 보육원 퇴소자를 비롯해 자립준비청년 중 상당수가 정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자립준비청년마다 처한 상황은 제각각인데 정부 지원 기준이 일률적이기 때문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만 15세 이후 보호종료자도 지원 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도 퇴소자 등을 발굴할 방법은 미비한 상태다. 중도 퇴소자 등을 찾아 제도를 안내하기 위해선 아동보호시설·위탁가정의 협조를 받아야 하지만 정보 공유가 쉽지 않다. 또 당사자들이 보육원·그룹홈 출신이란 사실을 드러내기 꺼려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이상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아동가족정책연구센터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자립전담기관에서 사례 발굴·관리를 하고 있지만 본인이 신청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전체 자립준비청년 중에서도 약 5분의 1에서 3분의 1 정도만 관리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경계성 지능 장애가 있는 자립준비청년도 정부 지원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경계성 지능 장애란 지능지수(IQ)가 71~84 수준으로 일반인의 평균 지능(100)보다 조금 낮지만 지적 장애인보다는 높은 경우다.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사회에 나간 뒤 대인관계나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폭력·사기 등 범죄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굿네이버스 경남 자립준비전담기관 황민주 과장은 “자립준비청년 10명 중 2명 정도가 경계성 지능 장애인으로 추정될 만큼 많지만 제대로 된 통계도 없어 밀착관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립지원 전담기관은 장애 전문 인력이 부족한 데다 정부의 매뉴얼도 미흡해 경계성 지능 장애 자립준비청년을 지원할 여건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아동권리보장원의 ‘자립 지원 업무 매뉴얼’에는 ‘경계선 지능 아동과 같은 자립취약아동의 보호 종료 시 지원을 강화할 것’, ‘연장 보호를 검토할 것’, ‘별도의 서비스 개입 계획을 수립할 것’ 등 원론적인 안내 외에는 자세한 내용이 없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백혜정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나라 지원은 신청주의에 기반해 사각지대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아 당사자 간 네트워킹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사회 내 사각지대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활동을 늘리고 경계성 지능 청년 등을 위해서는 쉬운 말 안내 등 눈높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립준비청년 보호자가 없거나 양육을 포기해 아동보육시설·그룹홈·위탁가정에서 성장한 뒤 만 18세가 되어 홀로서기를 시작한 청년. 보호종료 이후 5년간 정착지원금 및 자립수당 등 정부 지원을 받는다. 정부는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립준비청년이 20명이라고 집계했다. 하지만 정부 통계에는 잡히지 않는 청년들의 죽음은 훨씬 더 많았다. 정세희.박종서.김서원(jeong.saehee@joongang.co.kr)

2024-05-07

이곳 노을, 실망한 적이 없다…다도해 뺨치는 충청도의 보석

진우석의 Wild Korea ⑬보령 외연도 철새가 잠시 머무는 4~5월의 외연도는 활기가 넘친다. 섬은 연둣빛 신록으로 부풀어 오르고, 탐조 동호회원들은 어여쁜 새들 볼 생각에 달떠 오른다. 해변 데크에서 캠핑하면서 철새처럼 하룻밤을 보냈다. 20종 멧새가 찾는 섬 충청남도에는 내세울 만한 섬이 많지 않다. 하지만 보령 외연도는 섬 천국인 전남 신안이나 진도에 내놓아도 이쁨받을 만하다. 외연도는 알음알음 알려진 백패킹 성지다. 텐트 치기 좋은 데크 전망대가 해변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다. 대천항을 떠난 여객선이 3시간만에 외연도에 닿았다. 금요일인데도 큰 배낭 멘 사람은 나 혼자다. 외연도 해변이 몽땅 내 것이라는 생각에 배시시 웃음이 나왔다. 섬에서 하나뿐인 평화슈퍼에서 물과 라면을 사고, 식당에서 어젯밤 앞바다에서 캤다는 바지락을 샀다. 마을로 들어서자 배에서 봤던 탐조 동호회원들이 정신없이 새 관찰 중이다. “새 많이 왔어요?” 망원경으로 새를 관찰하는 머리 희끗희끗한 사내에게 물었다. 그는 한참 만에 망원경에 눈을 떼지 않고 “볼 만해요”라고 말했다. 외연도 남쪽에서 올라오는 통과철새들의 중간기착지다. 봄에는 멧새류가 대세다. 참새처럼 작은 새들로 20여 종이 외연도를 찾는데, 13종쯤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배낭을 내려놓고 동호회원들과 새 구경에 몰두한다. 찧고, 까불고, 날고, 먹고, 몸치장하는 모습이 앙증맞다. 외연도를 찾은 철새들은 15~30일쯤 머물다가 떠난다. 작고 여린 몸으로 바다를 건너 먼 길을 떠난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봉화산에서 감상하는 몽환적 노을 외연도 일몰 명소인 ‘노랑배’ 근처에 텐트를 쳤다. 노란색을 띤 암석이 배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다. 외연도에는 지도에 안 나오는 재미난 지명이 많다. 산길을 30분쯤 올라 봉화산 정상에 닿으니 서쪽 조망이 시원하게 열렸다. 작은 섬 소청도가 헤엄치는 고래처럼 보인다. 먼바다는 해무가 살짝 껴 오묘하게 빛난다. 스멀스멀 몰려온 해무가 소청도 일대를 뒤덮었다. 외연도란 이름도 해무와 관련이 있다. 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인다는 뜻이다. 해무 속에서 노을이 지니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외연도의 노을은 나를 실망하게 한 적이 없다. 텐트로 돌아왔다. 서둘러 바지락을 넣고 라면을 끓인다. 저물었는데도 빛나는 바다를 보면서 한 젓가락, 어둠이 빛을 집어삼키는 걸 보면서 또 한 젓가락. 반짝이는 별을 보며 만찬을 즐겼다. 이튿날 아침, 가볍게 짐을 꾸려 트레킹에 나선다. 약수터에서 조금 내려가면 만나는 ‘작은 명금’은 몽돌 해안이다. 외연도에서 유일하게 해수욕을 즐기는 곳이다. 작은 명금 옆의 ‘돌삭금’은 커다란 거친 돌이 흩어져있다. 여기가 주민들의 양식장이다. 홍합과 전복 품질이 최상급이란다. 돌삭금에서 길은 마을을 거쳐 망재산 입구에 닿는다. 그윽한 대숲과 울창한 숲길을 통과하면 정상에 닿는다. 예전에는 마을이 잘 보였는데, 관목이 들어차 시야를 가린다. 노랑배·고래조지…재미난 지명 정상에서 내려오면 울창한 소사나무 숲을 통과한다. 구불구불 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시야가 열리면서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여기가 ‘고래조지’다. 바위가 고래의 생식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앞쪽으로 무인도인 횡견도·대청도·중청도가 차례로 펼쳐지고, 그 앞을 어선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다. 다시 둘레길을 따른다. 고래조지에서 ‘고라금’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오솔길은 바다를 끼고 걷는다. 식생이 좋고 부드럽게 굴곡져 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이 길을 뚝 잘라다가 나의 ‘길 노트’에 책갈피처럼 껴 넣고 싶다. 고라금에서 길은 당산으로 이어진다. 당산은 주민들이 제사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당산 숲에는 푸조나무·자귀나무·팽나무 등 활엽수와 후박나무·동백나무·붉은가시나무 등 상록수가 어우러진다. 나무마다 내뿜는 각양각색 신록의 물결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당산에는 전횡장군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 중국 제나라 왕의 동생인 전횡장군은 나라가 망하자 군사 500여 명과 함께 쫓기다가 외연도에서 닿았다고 한다. 이후 한 고조가 그를 불렀지만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결했고 부하 500명도 함께 순절했다. 노랑배로 돌아와 텐트를 정리한다. 외연도는 장거리 비행을 준비하는 철새에게도, 쉼이 필요한 백패커에게도 야박하지 않다. 자신의 품에서 쉬게 하고, 어깨를 토닥토닥 다독여 먼 길 떠나게 한다. 여행정보 캠핑사이트는 돌삭금, 노랑배, 약수터 등이 좋다. 인기 장소였던 고라금은 데크가 없어졌다. 트레킹은 캠핑사이트를 기점으로 한 바퀴 돈다. 이번엔 노랑배~봉화산~돌삭금~망재산~고래조지~당산~노랑배 코스를 걸었다. 거리는 11.5㎞, 4시간 30분쯤 걸린다. 보령 대천항여객터미널에서 외연도 가는 해랑호가 하루 한 번(오전 11시 또는 정오) 운행한다. 6월 이후 기존에 다니던 배가 수리되면 하루 2회로 는다. 상록수림맛집에서 활어회와 영양솥밥을 먹을 수 있다. 진우석 여행작가 mtswamp@naver.com 시인이 되다만 여행작가. 학창시절 지리산 종주하고 산에 빠졌다. 등산잡지 기자를 거쳐 여행작가로 25년쯤 살며 지구 반 바퀴쯤(2만㎞)을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걷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캠프 사이트에서 자는 게 꿈이다. 『대한민국 트레킹 가이드』 『해외 트레킹 바이블』 등 책을 펴냈다.

2024-05-07

미 제재 비웃듯…전쟁 중인 러 '중국 알리'서 반도체 사들인다

온라인에서 전자부품을 팔아 온 중국인 행크(가명)는 지난 2022년 4월 러시아 최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OZON에 판매자로 등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서방 빅테크 기업이 러시아를 떠나던 시점이다. 무주공산인 시장에서 그는 몇 개월 만에 중국에서보다 3배나 큰 이윤을 낼 수 있었다. 행크가 판매한 제품 중엔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텔·AMD의 반도체가 있었다. 반도체는 서방이 러시아로의 수출을 통제하는 대표적 제품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이른바 ‘이중용도 물품’의 러시아 반입은 서방의 제재를 비웃듯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중용도 물품은 반도체나 볼베어링처럼 민간용으로 개발·제조됐어도 군사용으로 활용될 우려가 큰 상품을 말한다. 핵심 공급지는 중국이다. 일본 닛케이아시아는 “행크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 업자로부터 러시아가 공급받은 민간 전자부품이 (우크라이나) 전쟁터로 향하고 있다”며 “알리익스프레스 러시아(알리 러시아)나 OZON 등 러시아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버젓이 거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플랫폼에선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모형 항공기 부품 등 드론과 미사일에 쓰일 수 있는 제품도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 이커머스 플랫폼은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서방의 제재가 심화하자 중국 시장과의 연계를 강화했다. OZON은 2022년 11월 광둥성 선전에 사무실을 열고 물류 시스템을 확충해왔다. 지난해 3분기부터 중국 이커머스 업체 징둥닷컴의 자회사 JD로지스틱스와 배송 계약을 맺었다. 한국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알리도 러시아 시장에서 인기가 많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알리 러시아의 시장 점유율은 20%에 육박하고 월간 사용자만 350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국제사회 제재 규정을 지키고 있다고 강조한다. OZON은 닛케이아시아에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출 통제 대상인 컴퓨터 반도체 및 기타 품목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지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플랫폼 내 판매 제품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알리 러시아와 OZON 등에서 ‘인텔 CPU’ 등을 검색하면 관련 제품들이 지금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 행크는 “인텔과 AMD의 반도체를 (러시아) 시장에 파는 건 어렵지 않다”며 “서방이 감시하기 어려운 복잡한 구조를 가진 페이퍼컴퍼니를 중국 밖에 설립하는 걸 이용한다”고 말했다. 여기에 다른 나라에서 4~5회가량 사고파는 이른바 ‘세탁’ 과정을 거쳐 러시아로 제품이 들어온다. 사실상 원산지 추적이 불가능하다. 이런 과정을 통해 중국산 이중용도 제품은 러시아군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 CNN에 따르면 지난해 러시아의 초소형 전자제품 수입 비중의 90%는 중국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미사일과 탱크, 항공기 등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필수 물품이다. 러시아는 탄약 및 포탄 생산을 급격히 늘리고 있는데, 여기에 쓰이는 핵심 재료인 니트로셀룰로즈도 대부분 중국산이다. 현재 러시아의 탄약 및 포탄 생산은 미국과 유럽보다 거의 3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대규모 공세를 취할 수 있는 배경엔 중국의 지원이 있다고 보고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달 24~26일 중국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작 기계, 초소형 전자기기, 광학 부품을 중국에서 러시아로 대량으로 들러가면서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군수품, 미사일, 장갑차 등을 생산했다”며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침략을 계속할 수 있게 해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거래를 중단하지 않으면 (중국에) 취할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의 무역 거래를 지원하는 중국 은행을 글로벌 금융 시스템에서 차단하는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고에도 중국의 러시아 지원이 중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6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시 주석이 이중 용도 제품의 러시아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하겠다고 했다”고 말했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고 있다. 중·러 간 밀착도 여전하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오는 15~16일 5선 성공 이후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다. 이승호(wonderman@joongang.co.kr)

2024-05-07

이화영·한동훈에 김혜경까지…野특검 만능주의, 與도 특검 맞불

7일 오전 경기 수원구치소에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소속 의원과 당선인이 모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검찰의 술자리 회유 의혹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단장인 민형배 의원은 “22대 국회가 개원하는 대로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위에 대한 특검법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된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으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같은 날 국민의힘 김민전 비례대표 당선인은 페이스북에 “김건희 여사 특검을 받아들이는 대신 김혜경 여사의 국고손실죄 의혹, 김정숙 여사의 옷과 장신구 의혹 등 ‘3김(金) 여사’ 특검을 하자”고 썼다. 야당의 특검 공세에 여당에서 또 다른 특검을 들고나오는 게 지금 여의도의 현주소다. ‘특검 정치’란 말이 과언이 아니다. 4·10 총선 때도 특검은 여야 공방의 핵심 이슈였다. 민주당은 유세 현장마다 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외쳤다. 이에 질세라 조국혁신당은 ‘한동훈 특검법’을 22대 국회에서 처리할 1호 법안으로 내세웠다. 총선 직후에도 “특검 추진이 곧 민심”이라는 야권과 이에 반발하는 여권의 충돌로 시끄럽다. 민주당은 2일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밀어붙였고, 22대 국회에선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을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특검이란 말이 정치권에서 일상화되다시피 했지만, 여야가 서로를 겨눈 정치적 성격의 특검은 2018년 6월 출범한 ‘드루킹 특검’을 제외하곤 헛돌기만 했다. “특검이 실체적 진실이나 진상규명보다는 정치 집단의 소모적 정쟁 도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이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발의한 김태우·신재민 폭로 진상 규명 특검법(2019년 1월)과 라임·옵티머스 금융사기 의혹 특검법(2020년 10월),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대장동 게이트 특검법(2021년 9월)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을 겨눴던 민주당의 본부장(본인·부모·장모) 의혹 특검법(2022년 3월) 등도 마찬가지였다. 정치권을 뒤흔든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김 여사 주가조작 의혹)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후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다. 2일 본회의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가 실종된 자리를 특검이 파고드는 상황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통화에서 “정치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민생보다 정쟁성 특검 카드부터 챙긴다면 어떤 국민이 납득하겠나”라고 지적했다. 특히, 총선에서 이긴 정당이 승전고를 울리듯 특검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형사·사법 시스템을 무시하는 의회 권력의 독주”라는 지적도 나온다. 최창렬 용인대 특임교수는 “특검을 과도하게 앞세우는 정치는 수사 기관에 대한 흠집 내기를 넘어 자칫 사법부에 특정 판결을 종용하는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금처럼 정치적 특검이 난무하면 ‘의석을 무기로 법치주의를 위협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검이 상대 정파를 공격하기 위한 용도로 비치는 것은 특정 정당에 넘어간 ‘특검 후보 추천권’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2012년 2월 디도스 사건 특검까지는 대한변호사협회, 국회의장 혹은 대법원장 등 중립지대에서 특검 후보를 추천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2012년 9월 내곡동 사저 특검 후보를 추천한 뒤부턴 사실상 추천권이 야당 교섭단체에 넘어갔다. 여권 관계자는 “특검 후보를 정치권이 선별한 뒤부터 특검이 정치색을 띨 여지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특검 정국마다 국민의힘 측은 공안·특수통 검사 출신을, 민주당 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를 특검 후보군으로 주로 내세웠다. 최창렬 특임교수는 “정당이 형사·사법체계에 손을 뻗칠수록 객관적ㆍ법리적 증거가 아닌,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의 위상에 따라 사법적 판단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14차례 특검 중 일방 처리 4차례…상설특검은 사문화 됐다 역대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은 지난 2일 처리된 ‘채상병 특검법’을 포함해 총 14건이다. 이 가운데 10건은 여야 합의로, 4건은 합의 없이 처리됐다. 특검이 처음 도입된 건 김대중(DJ) 정부 때인 1999년이다. 당시 김태정 검찰총장 배우자에 대한 재계의 ‘옷 로비’ 의혹과 검찰의 조폐공사 파업 유도 의혹 규명을 위해 여야 합의로 도입됐다. 2001년 이용호 G&C 회장의 횡령 및 주가조작 혐의와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를 위해 출범한 ‘이용호 게이트 특검’도 여야 합의 처리됐다. 노무현 정부에선 총 세 번의 특검이 국회를 합의 통과했다. 2003년 출범한 대북송금 특검은 DJ 때 6·15 남북정상회담 성사 대가로 현대그룹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다는 의혹을 수사해 박지원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구속기소했다. 2005년 ‘철도공사 유전개발 의혹 특검’,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도 여야 합의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명박 정부에선 ‘스폰서검사 특검’(2010년)과 ‘디도스 특검’(2012년)이 여야 합의로 출범했다. 합의가 불발돼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도 있다. 2003년 11월 10일 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 등의 금품 수수 혐의를 밝히기 위해 출범한 ‘측근 비리 특검’은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의 반발 속에 야3당(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대선 정국이던 2007년 12월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이 이명박(MB)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해 발의한 BBK 특검법을 놓고선 여야가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대치했다. 본회의 표결 직전 MB가 기자회견을 열고 특검 수용 의사를 밝혔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항의 표시로 표결에 불참했다. 2012년 MB의 내곡동 사저 부지 의혹을 겨냥한 내곡동 특검법도 여당이 기권·반대표를 던진 가운데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대통령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2일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국회가 이를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 출석,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앞서, 노 전 대통령은 ‘측근 비리 특검’이 국회를 통과한 지 15일 만에 “진행 중인 검찰수사가 끝나면 특검을 수용하겠다”며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무기명 투표로 실시된 국회 재표결에서 야당 의원들이 일제히 찬성표를 쏟아내 통과됐다. 2016년 박근혜 정부에서 민간인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다룬 이른바 ‘최순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거센 비판 여론 속에 여당 의원들마저 대거 이탈하며 무난히 국회를 통과했다. 2018년 민주당원의 대선 댓글·여론조작 의혹을 겨냥해 출범한 ‘드루킹 특검’은 당초 민주당이 강하게 반대했으나, 김성태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대표가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며 열흘간 단식농성을 벌인 끝에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고(故) 이예람 중사의 사망사건을 계기로 공군 내 성폭력 및 은폐·무마 의혹 진상규명을 위해 2022년 4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특검법을 제외하면 역대 특검 대부분은 ‘정치형 특검’의 성격이 짙다. 이 과정에서 2014년 제정된 ‘상설특검법(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상설특검법은 총 7명으로 구성된 특별검사추천위원회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는데, “대통령 입맛대로 특검을 임명할 것”이라고 의심하는 야당이 상설특검을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설특검법에 따라 임명된 특검은 2020년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요구를 국회가 받아들여 통과된 ‘세월호 특검’이 유일하다. 손국희.성지원.김정재(9key@joongang.co.kr)

2024-05-07

"학교 등진 의대생에 특혜…천룡인이냐" 박탈감 커지는 학생들

" ‘휴학’ 중인 의대생들에겐 아카라카 티켓 단체예약권도 주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 7일 오전 서울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만난 3학년 전모씨는 증원에 반대해 학교에 나오지 않는 의대생들을 비판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카라카는 같은 이름의 연세대 응원단이 주최하는 학교 축제다. 티켓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학과나 동아리 등 재학생 단체부터 티켓을 우선 배부한다. 전씨는 “강의 하루만 빠져도 전공 수업은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들고 교양은 점수가 깎이는데 의대생의 결석에만 학교나 정부가 너그러운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교육부와 각 대학이 의대생들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학년제 전환 등을 검토하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지나친 특혜”라는 불만이 나온다. 두 달 넘게 결석하고 중간고사까지 치르지 않는데도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 박탈감 커지는 학생들 “예비군도 출석 인정도 힘든데” 특혜 논란은 중간고사 기간인 지난달 말부터 일부 대학생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한 서울 소재 대학생은 지난 6일 익명 게시판에 “의대생이 중간고사를 대체하는 팀플 과제를 놓고 ‘수업 거부 때문에 발표 참여는 못 하지만 자료 제작은 도와주겠다’고 하는데, 이런 식으로만 해도 성적이 나온다면 말이 되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대생들의 출석인정 여부를 놓고도 부정적 의견이 나왔다. 연세대 4학년생 유모씨는 “요즘엔 예비군 훈련받으러 갔다가 강의에서 결석 처리 당할까봐 모르는 사람끼리도 익명 게시판을 통해 훈련 날짜를 바꿔가며 수업을 듣는다”며 “적어도 다른 과 학생들이 다 같이 듣는 교양 수업에서는 원칙대로 낮은 성적이 나와야 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대·한국외대 등에서는 예비군 훈련을 다녀온 학생이 장학금을 못 받거나 독후감 작성 등 과제를 부여받아 논란이 됐다. 대학가에서는 의대생을 ‘천룡인’이라고 부르는 밈(Meme·인터넷 유행어)도 생겼다. 천룡인은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등장하는 종족으로, 인간 위에 군림하는 특권계층을 일컫는다. 경북대 공과대학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비가 오나 몸이 아프나 열심히 학교에 출석하며 수업을 들은 학생들만 괜히 초라해지는 느낌”이라고 했다. ━ “의대생에 학사 일정 맞추면 불만 나올 수밖에” 대학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무작정 개강일을 늦추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이 대학 안팎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교무처장은 “8월 개강을 하게 되면 여름·겨울방학도 없이 수업을 내년 2월 말까지 계속해야 한다”며 “의대생 때문에 교수, 교직원들도 쉬는 날 없이 계속 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의대를 운영하는 한 사립대 총장은 “의대생에게만 학사운영 일정을 맞추면 다른 단과대 입장에선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학내 갈등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교육부가 의대 증원을 위한 학내 의견수렴 절차를 모집정원 확정 뒤로 미뤘기 때문이다. 부산대 교수회는 이날 대학평의원회와 교수평의회에서 의대 증원을 위한 학칙 개정을 만장일치로 부결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은 심의 기구일 뿐 의결 권한이 없다. 학칙 개정은 총장이 참여한 교무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승인된다. 서울의 한 사립대 총장은 “의정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학이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며 “학생들의 휴학계도 받아주지 말라고 하고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올 유인이 없는데, 차라리 내년에 좀 더 많은 수의 학생을 제대로 가르칠 방법을 구상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후연.최민지(lee.hooyeon@joongang.co.kr)

2024-05-07

尹이 꺼낸 'DJ 민정복원'…6개월 뒤 '사정'으로 방향 틀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검사 출신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을 직접 소개한 뒤 민정수석실 부활의 계기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했다”는 점을 꼽았다. 국민(民)의 마음(情)을 살피는 ‘민정(民情)’ 기능을 맡기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DJ)께서도 역기능을 우려해 법무비서관실만 두셨다가 결국 취임 2년 만에 민정수석실을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DJ는 대통령 취임과 함께 사정(司正) 기능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로 민정수석실을 폐지했다. 하지만 취임 1년 4개월 만인 1999년 6월에 민정수석실을 다시 설치했다. 1999년 5월 터진 ‘옷 로비’ 사건이 계기였다. 현직 법무부 장관 등 정부 고위층 인사 부인들이 값비싼 옷을 선물로 받았다는 ‘옷 로비’ 의혹은 김대중 정부의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혔다. 러시아·몽골 국빈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DJ가 “잘못이 없는데도 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가면 많은 후환을 남길 것”(1999년 6월 1일)이라고 발언하자, 민심은 더욱 들끓었다. 이에 DJ의 우군(友軍)이던 재야·시민단체 대표들은 “시중 여론이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며 민정수석실 설치를 건의했고, 이 건의를 DJ가 받아들여 사정 기능을 제거한 민정수석실을 설치했다. DJ의 초대 민정수석은 시민운동가 출신의 김성재 전 문화관광부 장관(당시 한신대 교수)이었다. 김 전 장관은 7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대통령이 올바른 국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민심을 살펴 전달하는 게 민정수석으로서 나의 책무였다”며 “당시 언론이 ‘대통령에게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수석은 김성재밖에 없다’고 평가할 정도로 가감 없이 말했다”고 회고했다. 실제 김 전 장관의 집엔 도청이 되지 않는 직통 전화가 설치됐고, DJ는 한밤중에도 전화를 걸어 의견을 구했다고 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민주화유공자 관련법, 의문사진상법, 제주4·3 특별법, 남녀차별금지법 등이 김 전 장관이 꼽은 당시의 성과다. 하지만 DJ조차 사정 기능 없는 민정수석실을 오래 유지하지 못했다. 6개월 뒤 김 전 장관을 정책기획수석으로 승진 인사하면서, 그 빈자리에 신광옥 당시 대검찰청 중수부장을 앉힌 것이다. 민정수석실 산하 사정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도 신설됐다. 이후 김학재(법무부 차관)·이재신(전 수원지검장) 등 검사 출신이 차례로 민정수석에 임명되자 DJ의 민정수석실도 끝내 사정 업무에 치우치게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지냈던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0년 ‘사직동팀’ 해체로 공직 감찰 기능이 취약해지자 ‘정치 사찰은 않되 공직 감찰은 해야 한다’는 취지로 민정실에 사정 기능을 넣었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신임 민정수석은 7일 “앞으로 가감 없이 민심을 청취해서 국정 운영에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민정수석실은 검찰·경찰 등 사정기관을 통제하며 중앙집권적인 대통령제를 강화하는데 활용돼 왔고, 이번에도 그렇게 쓰일 것”(최민석 대변인)이라고 비판했다. 25년 전 같은 이유로 민정수석에 투입된 김 전 장관은 “피의자를 주로 상대해왔던 엘리트 검사는 민심을 살피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냈고, DJ의 비서실장 출신인 박지원 민주당 당선인은 “시민단체나 학자 출신이라면 몰라도, 검사 출신 민정수석은 실제 의도가 순수해도 국민이 그렇게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jeong.yonghwan1@joongang.co.kr)

2024-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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