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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불신 속에 어디까지 추락하나…기무사 문건과 국방 개혁

장성들 대통령에 '충성' 경례 군통수권자 인식 변화 절실 지휘권 추락, 군 조직 와해 우려 군 사기와 군비 증강 힘써야 나라의 운명은 목숨을 던진 군인의 희생으로 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군인 정신이 투철하지 않거나 군대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아 나라를 망가뜨린 역사도 있다. 군대는 국가가 안보 위기에 몰렸을 때를 대비해 전술.전략을 연마하고 훈련한다. 그래야 할 우리 군이 요즘 심각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군에 대한 불신이 커서다. 기무사의 계엄령 문건에 관련된 쿠데타설과 방위사업 비리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 대령의 설전 국방개혁에 따른 장성 대거 감축 등으로 군이 어디까지 추락할지 우려된다. 1894년 7월 29일 오전 3시 경기도 안성. 한성(서울)에서 출발한 일본군과 아산만에 상륙한 청나라군의 첫 지상 전투가 있었다. 일본군 오오시마 소장이 이끄는 3000명 병력과 청나라군 예즈차오와 네스청의 2500명은 안성천과 성환으로 이어가며 이틀간 전투를 계속했다. 전투는 청나라군이 오오시마 소장의 양동작전에 걸려 성환지역의 주요 진지를 모두 잃어버리면서 끝났다. 한반도 운명을 갈라놓은 청일전쟁의 전초전이다. 그러나 이 전투에서 패한 청나라군 지휘관 예즈차오는 압도적인 승리로 포장해 허위 보고한 뒤 평양으로 철수했다. 청나라군은 9월 중순 평양에서 다시 일본군과 전투를 벌였지만 제대로 싸우지도 않고 도망가기 일쑤였다. 청나라의 근간이었던 팔기군의 군기가 와해되고 부패한 결과다.('청일전쟁' 육군군사연구소) 해를 넘겨 1895년 1월 26일. 일본군은 청의 북양함대 주력이 머무르고 있는 웨이하이웨이(威海衛)를 공격했다. 그때 이 군항에는 청나라 최대 전함인 정원함 등 함정 20여 척이 정박해 있었다. 일본군 오야마 이와오 제2군사령관이 지휘하는 2사단과 6사단의 공격이 시작되자 청나라 직예총독 리훙장은 "배를 보호하고 전쟁을 피하라"는 잘못된 명령을 내렸다. 북양함대사령관 띵루창 제독은 함정들을 군항에 묶어둔 채 방어전투를 했다. 그러나 보름쯤 뒤인 2월12일 일본 연합함대의 공격으로 옴짝달싹 못 한 정원함을 비롯한 대부분 함정이 파괴되고 군항은 점령됐다. 사령관 띵루창은 다량의 아편으로 목숨을 끊었다. 청나라는 이어진 요동전투에서도 패배하자 일본과 굴욕적인 시모노세키조약을 체결하게 된다. 청나라군 지휘관들의 허위보고 잘못된 판단 전투의지 결여로 청나라는 망국의 길로 접어든 것이다. 일본은 청일전쟁에 패한 청나라로부터 받은 배상금으로 러일전쟁을 준비하는 한편 한반도와 만주로 세력을 확장했다. 독일군은 보불전쟁(1870~71년)에서 승리한 이후 정예군대의 표상이 됐지만 세계 2차대전 때 히틀러에 의해 무너졌다. 독일군의 무적신화는 일반참모부로부터 비롯됐다. 그 산파역이 몰트게 쉴리펜 한스 폰 젝트 등 독일군 선구자들이었다. 이들이 구축한 시스템에 의해 길러진 전문 군인들이 당시 독일군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참모부의 전문적인 의견을 무시한 히틀러의 독단적인 작전지휘와 사병(私兵)화로 독일군은 종말을 맞게 된다. 그 사례로 히틀러는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참모부 의견을 묵살하고 기갑부대를 제때 투입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을 허용했고 전세는 독일이 크게 불리하게 기울어졌다. 군에 대한 군통수권자의 잘못된 인식과 독단이 낳은 응보다. 독일군 자신도 '명령에 절대복종'이 군인의 최대 명예라는 기계적인 규율로 새로운 시대의 이념과 신념에 부응하지 못한 책임이 있었다.(김희상의 '생동하는 군을 위하여') 요즘 우리 군에 대해 떠오르는 단어는 하극상 쿠데타 비리 성추행 불신 무소신 방관 자괴감 등이다. 그래서인지 안보 사안과 관련해 군의 존재감은 보이지 않는다. 장교들은 군복을 입고 거리로 나가는 것도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오죽하면 지난달 청와대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모든 장성이 대통령을 향해 이례적으로 '충성' 경례를 했을까. 군을 믿어 달라는 몸부림에 가까운 호소였다. 군 간부들의 심정이 말이 아니다. 왜 이렇게 됐을까. 군 자체 문제도 있지만 군대를 믿지 못하고 경시하는 현 정부의 책임이 크다. 경험 많은 고위 장성들을 불신해 내보내면서 몇 기수 뛰어넘은 육.해군 참모총장을 임명했고 계엄령 문건을 작성한 기무사가 쿠데타를 음모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 대변인은 계엄령 문건 참고자료를 브리핑하면서 군을 '정권 도적'처럼 몰아붙였다. 하지만 계엄령 참고자료를 쿠데타 기획으로 보는 건 무리한 해석이다. 국민은 지난주 국회 국방위에서 이석구 기무사령관과 간부들이 계엄령 문건을 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았다. 다음 날에는 이 사령관과 참모진이 서로 다른 주장을 폈다. 국방부 장관과 기무사령관의 상호 불신은 군지휘권의 추락이고 기무사령관과 그의 참모진의 다툼은 조직 와해 모양새다. 이를 지켜본 많은 현역 장교들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한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추태였다. 지휘관과 부하가 회의 석상에서는 얼마든지 다른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국민 앞에서의 다툼은 하극상으로 비친다. 여기에다 지난 정부부터 방위사업 비리가 유행어가 되면서 군이 마치 비리 온상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실제 방위사업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그러나 이 여파로 방위사업청은 물론 군 내부에서도 부담이 되는 창의적인 방위사업을 피하려는 풍조가 퍼졌다. 북한 등의 군사 도발에 대비해 효율적이고 공세적인 방안을 내놓는 것도 꺼리는 분위기다. 국방부가 발표한 '국방개혁 2.0'엔 혁신적으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병력 감축에 맞춘 전투방법과 군사조직 비전은 없었다. 현존하는 북한 위협 대비책도 두루뭉술하게 표현돼 있다. 대신 장성 수와 병력을 일방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은 명확하다. 일부 예비역들은 군을 무장해제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북한군은 하계군사훈련 중이지만 우린 연합훈련을 중단했다. 북한이 비핵화 약속은 이행하지 않으면서 핵물질을 계속 생산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 중인 상태인데도 남북 간 비무장지대(DMZ) 전방초소(GP) 철수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불균형한 군비축소는 평화를 해칠 수 있다는 게 오랜 경험이다. 온갖 비판에 주눅이 든 군이 올바른 의견을 내지도 않고 있어 더 걱정이다. 군통수권자는 안보위기 때 군이 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평소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게 국민을 위한 중요한 책무다. 그 가운데 군인은 공동체를 위해 희생하는 '제복을 입은 시민'이라는 점을 국민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의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하는 군대는 유명무실하다. 군 원로 격인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군의 사기를 꺾고 군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유사시 국민의 자유와 생명의 희생을 예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군이 19세기 말 청나라군이나 히틀러 시대 독일군처럼 추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군사안보연구소장 겸 논설위원

2018-08-05

"평화, 경제협력 시대 열리길" 원미경 사모 등 워싱턴한인들, 북미정상회담 기대

11일 오후 9시(싱가포르 현지 시각 오전 9시)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워싱턴한인들이 기대감을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후 9시 15분부터 양측 통역사만 배석하는 단독 정상회담을 하고, 오후 10시부터 확대회담을 한다. 워싱턴한인들은 이번 북미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시대가 열리고, 안정된 분위기 속에서 북한-한국, 북한-미국 경제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11일 정오경 애난데일 브리즈 제과점 1층에서 빵을 고르고 있던 원미경 사모(탤런트)와 이창순 목사(전 MBC PD)는 북미회담이 한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르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미경 사모는 "국제정치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우리는 한국사람이니까 한국에 유리하게 회담이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 사모와 이 목사는 현장 사진 촬영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지난해 9월 버지니아주 샬롯츠빌 한인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애난데일 브리즈 제과점에서 만난 나각수 통일나눔회장은 이번 회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나 회장은 "북미회담이 잘 안 될 것으로 본다"며 "북한은 핵을 생명줄이라고 생각하는데 쉽게 포기하겠나"라고 말했다. 애난데일에서 한인연합회관 앞에서 만난 이재성 가요동우회장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을 포기할 때가 됐다"며 "핵이라는 단어가 사라지면, 안심할 수 있고 동포들의 걱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애난데일 힐링나라에서 만난 대니얼 한 매니저는 "한국이 안정돼야 미국 한인사회 경제도 좋아진다"며 "시국이 불안하면 한인들도 돈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주 센터빌의 메트로시티은행 박혜자 지점장은 "북미회담이 잘되면 전쟁위험이 줄기 때문에 때문에 한국경제 성장에도 좋을 것이고 동포사회도 긍정적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여러 모양으로 시너지 효과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센터빌의 이태리안경점 강신정 대표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뤄지고 전쟁 위험이 사라지는 성과가 나타나길 기대한다"며 "통일 전 단계의 평화 분위기 속에서 남북, 북미 인적교류가 시작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워싱턴중앙일보 dc.koreadaily.com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8-06-11

문 대통령 동포간담회 형식 바뀐다

오는 28일부터 내달 1일까지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취임 후 첫 한미정상회담을 갖는 문재인 대통령의 동포간담회가 특유의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취임 49일만에 방미하는 문 대통령의 동포간담회는 1일(토) 오후 12시 워싱턴DC의 캐피탈 힐튼 호텔에서 열린다. 주미대사관은 22일 참석자들에게 일제히 이메일로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초청장에 따르면 참석자는 당일 오전 10시 30분까지 입장해야 한다. 외교부의 관계자에 따르면 간담회는 기존 대통령 간담회와 달리 ‘소통’을 강조한 간담회로 진행된다.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초대된 동포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악수하며 부드럽게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통령께서는 간담회에 끝까지 함께하며, 동포들과 기념사진도 촬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과거 대통령이 참석하는 공식행사는 다소 권위적인 형식으로 진행됐다. 행사 수십 분 전부터 모든 참석자의 휴대폰은 전파방해를 받아 발신과 착신이 정지되고, 청와대 경호원들의 삼엄한 경비와 함께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참석 행사 때는 대통령 입장 시 사회자가 큰 소리로 대통령 입장을 외쳤고, 모든 참석자는 일제히 일어나 큰소리로 박수를 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외교부 관계자는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모습, 소통을 강조하는 대통령께서 기존과 다른 방식을 원한다”며 “대통령께서 직접 다니면서 담소를 나누고, 식사도 함께하는 분위기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간담회에 초대된 참석자는 600여 명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300여 명은 뉴욕 등 다른 주에서 오는 동포들이다. 한편 문 대통령은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환영 만찬을 한 뒤 30일 정상회담을 진행하고,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심재훈 기자 shim.jaehoon@koreadaily.com

2017-06-23

"내가 구한 피란민의 아들, 대통령 돼 감격"

흥남 철수 당시 피란민 1만4000명 수송 "67년 지났지만 그들의 모습 잊을 수 없어 문 대통령, 한·미 동맹 전통 계승해 주길 마지막 소원은 통일된 대한민국 보는 것" "우리가 구출해낸 피란민 중에 한국 새 대통령의 가족이 있었다는 사실이 매우 감격스럽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대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바랍니다. 또 한·미 동맹의 전통을 계승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길 기원합니다." 1950년 12월 흥남 철수 당시 1만4000명의 피란민을 살린 정원 60명의 화물선 메러디스 빅토리호. 당시 23세의 상급 선원(Staff Officer)으로 흥남 철수 작전에 참가했던 로버트 러니(89.은퇴 변호사)는 67년 전의 일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우리는 피란민을 태우기 위해 군수 물자를 포기했습니다. 피란민들 가운데는 어린 아이와 노인, 임산부들이 섞여 있었고 우리는 일가족이 흩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에게 흥남 철수 작전은 떠올릴 때마다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가슴 아프면서도 감격스러웠던 순간이다. 러니는 6·25전쟁 67주년을 앞둔 12일 뉴욕주 웨스트체스터카운티 브롱스빌에 있는 자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흥남 철수 작전을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서술한 책 '생명의 항해' 저자인 안재철 '월드피스연합' 이사장이 마련한 자리다. 러니는 메러디스호의 부산항 도착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인천 상륙 작전 당시 미군 제7사단을 태우고 6·25에 참전한 메러디스호는 같은 해 12월 15일 전투기 연료를 싣고 부산에 도착했다. 선박에 아직 하역하지 못한 300t가량의 연료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흥남 철수 작전 지원 명령이 떨어졌다. 연료를 내릴 시간도 없이 메러디스호는 흥남으로 떠났고 12월 22일 흥남에 도착했을 때 부두 전체는 10만 여명의 중공군에 포위된 상태였다. 퇴로는 해상밖에 없었고 피란민 3만~4만 여명이 부두에 몰려 있었다. 미군 제3사단장으로부터 피란민을 태우고 퇴각할 수 있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왔을 때 레너드 라루 선장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때부터 피란민을 메러디스호에 태우는 작업이 시작됐다. 흥남 부두가 이미 다른 선박으로 가득차 있어 부두에 정박하지 못한 메러디스호는 피란민들을 태우기 위해 나무로 다리를 놓았다. 그 생명의 다리 위를 1만4000명의 피란민이 건너 배에 올랐다. 흥남 부두를 떠난 메러디스호는 12월 24일 부산항에 도착했지만 이미 피란민들로 가득찬 부산항에 입항하지 못하고 거제도로 배를 돌렸다. 성탄절인 25일 거제도에 도착한 메러디스호에서 피란민들이 차례로 내렸다. 러니는 "그들은 육지에 내리면서 메러디스호를 향해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5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8년 은퇴 그렇게 흥남 부두를 탈출한 피란민들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의 아버지 문용형씨과 어머니 강한옥씨, 그리고 누나가 있었다. 문 대통령은 가족이 거제도에 도착하고 3년 후인 1953년 1월 거제군 거제면 명진리에서 태어났다. 러니는 "문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미주 한인들이 미국사회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싶다. 그들의 자녀들이 얼마나 우수한 인재로 성장하고 있는지, 그들이 미국의 경제 발전에 얼마나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지 새 대통령에게 말해주고 싶다. 끝으로 내가 살아 있을 때 통일된 한반도의 모습을 보고 싶다"며 말을 맺었다. 한편 6·25전쟁의 임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온 러니는 1953년 코넬 법대에 진학했으며 55년부터 5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다 지난 2008년 은퇴하고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감동적 스토리를 전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최수진 기자 choi.soojin1@koreadaily.com

2017-06-12

[삶의 향기] 유쾌한 정숙 씨

'문재인을 잘못 봤다'는 제목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에 올라, 누리꾼들 사이에 공감을 얻으며 확산되고 있다. 글쓴이 노혜경(1958- ) 시인은 그 글에서, 내가 본 문재인은 훌륭한 인격자였고 교양과 지성을 갖춘 신사였지만, 소극적이고 권력의지 없는 사람, 정무적 감각이 제로인 정치인 아닌 사람, 불안했다. 심지어 2012년 대선 당시 미친 듯이 선거운동을 한 다음 환멸이 밀려와, 그를 미워한 적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시인은 이어, 4년 뒤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나타났다. 편견에 전도된 반성은 나의 몫이었다. 그는 자기 성품답게 (대통령의 면모를) 보여준다. 말하지 않지만 뜻하고 있는 국민의 마음을 그는 잘 읽는다고 했다. 흡사 안테나처럼, 흡사 시인처럼. 국민의 깊은 속 내밀한 침묵의 소리와 강제된 은적의 서사를 읽어내는 촉수가 되고, 대통령의 언행마다 감동의 시구(詩句)가 되게 한 이면에는,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헌신적 뒷배가 있었다. 대통령을 두 분 얻은 듯하다는 세간의 높은 성망이 잘 대변한다. "재인이 너, 나랑 결혼할 거야, 말 거야? 빨리 말해!" 친구들과 함께 있던 재인 씨에게 갑자기 다가와 정색하고 던진, 거부할 수 없는 정숙 씨의 서슬 퍼런 질문이다. 주눅 든 재인 씨가 얼결에 '알았어… '라고 답하면서, 천추에 길이 빛날 실수(?)를 저지르고야 만다. 영부인 김정숙 여사의 활달하고 솔직하며 적극적이어서, 꼼수를 모르는 내밀힘이 잘 드러난 일화이다. 김 여사에게서 '엄마'의 모습을 봤다는 누리꾼들이 많다. 격의 없고 소탈하며 '따뜻한 김 여사'의 행보에서 우리 엄마의 면모가 엿보인다는 뜻일 게다. "무슨 소리래? 누가, 왜 밥을 굶었데?" 사저에서 이사준비를 하던 김 여사께서, '억울하다,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먹었다'고 외치는 집밖 소동에, 현관을 나서며 친근한 말투로 던진 말씀이다. 이른바 편하기 이를 데 없는 엄마바지(일명 몸빼 바지)와 조끼, 발가락이 다 보이는 슬리퍼 차림이었단다. 민원인 할머니의 손을 끈 김 여사께서는, 손수 음식을 대접하고 컵라면까지 손에 들려 보냈다고 한다. 한편, 김 여사께서는 본인 호칭이 문제가 되자, '영부인'이라는 권위적 호칭보다는 독립적 인격의 의미가 짙고 탈권위적인 '김 여사'로 불러 달라 요청했다. "여보, 바지가 너무 짧아요. 바지 하나 사야겠어요." 5월 찬란한 아침, 진달래 색 보라 끼 낭랑한 마실용 드레스를 입고, 첫 출근길 대통령의 매무새를 고치며 건넨, 영락없는 '마누라'의 타박이다. 대통령께서는 환히 웃으며 답한다. "요즘, 이게 유행이래. 허허!" 소탈하고 편하다. 훤하고 따뜻하다. 거침없고 '유쾌한 정숙 씨'가 풍기는 싱그러운 향내와 에너지가 좋다. 하마, 그것은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행(行)이다. 선(善)의 시작인 배려이며, 나아가 혈육화된 '습관적 선'으로, 사람이면 지향해야할 보편적 가치이고 궁극이다. 사람다운 사람이 나라다운 나라를 세우게 되었나니,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 날이기를! musagusa@naver.com

2017-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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