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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통일 버린 김정은... 그가 사라져야 통일 온다"

      "한반도 통일은 간단히 이뤄질 수도 있고,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다. 김씨 체제가 무너지느냐 마느냐가 유일한 관건이다."     탈북 고위관료 리정호 씨가 본보를 방문했다. 평화통일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워싱턴 한인들에게  "북한의 핵 포기는 가능성 없고, 체제 종말 없이는 통일도 오지 않는다"는 내용의 지난해 말 미주통일연대 워싱턴(회장 김유숙) 특별 강연(본보 12월20일자 A3면 보도)을 통해  한인사회에 큰 인상을 안겼던 그다. 특히 "북한의 경제 개발을 도우면서 개방을 유도하며 장기적인 통일의 길로 유도할 수 있다"는 현 정부의 통일 정책 얼개마저 "개방은 김정은 체제 불안 요소이므로 절대 하지 않을 것"이며 "대남 무력 통일 이외의 한반도 통일방식은 김정은 정권이 원하는 미래가  결코 아니다"라는 리 씨의 진단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리 씨의 강연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무기 부족을 겪고 있던 러시아가 북한과 밀착하고 있다는 뉴스들이 보도 됐다. 연이은 미사일 시험 발사로 북한이 러시아가 답례로 제공하는 군사기술을 거침없이 흡수해 인공위성부터 각종 최신무기 제조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었다.  그리고 김정은은 '통일'과 '민족'의 개념을 아예 삭제하고 폐기조치하기 까지 이른다. 리정호 씨의 분석이 '예언'처럼 맞아 떨어진 순간이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그의 날카로운 통찰은 인터뷰 내내 쏟아졌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 하면 그냥 구경하며 분석하는 한미일의 대응은 아무런 해법이 되지 않는다"고 리정호 씨는 말했다. 그는 "한번이라도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을 쏘아 떨어 뜨리기  위한 무력 대응을 펼친다면, 김정은의 간담이 서늘해 질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 그가 인터뷰 내내 펼친 대북전략의 핵심 명제는 '눈에는 눈(eye for an eye)'이다. "통일과 민족을 버린 북한 정권에게 끌려 다닐 이유가 무엇인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밀착한 김정은은 이제 거침 없다. 남한은 물론 미국도 무섭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리 씨는 "김정은 체제를 위협할 정도의 확실하고 단호한 한미일의 전략이 펼쳐져야, 비로소 북한이 외교적 대화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실제로 전쟁을 벌이고 한국에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지에 대해서도 리정호 씨는 단호하게 답했다. "북한의 핵은 자기방어를 위한 상징적 수단이 아니다. 무력통일 완수를 위한 절대 병기다. 북한은 서울과 부산에 핵 한방 씩만 떨어뜨리면 확전을 원치 않는 남한 국민들에게서 항복을 받아낼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한 리정호 씨는 "핵버튼 누를 징조가 보이는 순간 김정은의 궁궐에 미사일을 퍼붓는다는 남한과 미국의 대응책은 한없이 순진하기만 하다"고도  말했다. 리 씨는 "김정은의 핵벙커는 평양이 아닌 백두산 중턱 깊숙한 지하에 위치해 있으며, 중국 국경에 이어지는 그 지점에 미국과 한국군이 공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 이유에 대한 주장을 펼쳤다.     리정호 씨는 현재 워싱턴 이그제미너 등 다양한 미국 매체에 북한 문제를 정리해 기고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한국의 고위급 인사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북문제에 관해 조언하고 있다. 금강경제개발총회사 이사장, 중국 다롄주재 대흥총회사 지사장 등을 역임한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관리답게 현재까지도 다양한 경로로 북한 내부 정보들을 입수하고 있다. 리 씨는 "앞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양한 활동을 통해 대북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중 간간이 리정호 씨는 "북한에서 김정은 체제를 전복할 혁명적인 봉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지만, 만에 하나라도.. 무슨 일이 발생할 수는 있지 않겠나"고 농담처럼 이야기 했다. "통일은 도둑처럼 온다"던 수십년 전 누군가의 말이 혜안이며 정답이었던 것일까? "통일은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이들의 믿음이 송두리째 흔들려 버린 요즘이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북한 김정은 한반도 통일방식 미주통일연대 워싱턴 무력통일 완수

2024-03-05

"남북통일, 김정은 체제 붕괴해야만 가능"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김씨 일가의 3대세습 독재국가다. 핵개발의 목적은 유일한 목적인 남침을 위한 도구이며, 이를 포기하는 것은 체제의 종말을 의미하므로 가능성 없다.   통일? 통일은 대박이다. 경제 인프라가 대부분 갖춰져 있어 통일 이후 현대화만 진행된다면 '박정희 시대'를 뛰어넘는 경제기적이 가능하다. 1억 이상의 인구, 세계 최고 규모의 경제력, 풍부한 지하자원. 등이 통일 한국을 꿈꿔야 하는 목표다. 하지만 김정은 정권과의 평화통일은 불가능하다. 소련이 미국과 군비경쟁을 통해 무너졌듯이, 핵개발에 맞서는 대담한 군대응 정책만이 김정은 체제를 전복시키고, 그 후에서야 통일을 이야기 할 수 있다."     북핵과 통일에 대해 이처럼 간단명료한 분석과 해법이 있을까? 오는 1월 출범하는 미주통일연대(회장 김유숙)이 마련한 특별강연회에 나선 리정호 씨의 논리와 설명은 거침 없었다. 그에게 '평화통일법안', '햇빛정책' 같은 질문을 던진 한인 관계자들을 머쓱하게 만드는 명쾌한 답변은 "시원하기까지 했다"는 반응이다.     리정호 씨는 지난 2016년 한국을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 노동당 39호실 고위 관리 출신이다. 북한을 대표하는 엘리트 중 하나로 사회주의 국가 '북한'의 부강발전을 위해 몸 바쳤었다는 이 씨는 "장성택 과 그 가족 및 측근들 수백명에 대한 패륜적이고 무자비한 학살에 충격을 받고 이 나라에 충성 할 수 없다는 결심 끝에 망명 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숙 회장과 Q&A 형식으로 진행된 강연에서 리 씨는 "그 어떤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과 조약도 남한과 북한 사이에 제도적 장벽을 뛰어 넘을 수 없다"면서 "통일과 핵개발의 유일한 해법은 김정은 체제, 김씨 왕조가 종말을 맞는 것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래서 그는 "우리 민족끼리" 같은 민족적 감성을 자극하는 통일 정책들은 '엉터리'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북한의 개방은 김정은 본인의 생존에 직결되기 때문에 개방을 통해 점진적인 평화통일을 기대하자는 일부 논리는 환상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또한, "핵개발이 미국과의 경쟁으로 미국에 대한 체제 인정을 바라는 목적이라고들 분석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북한의 목표는 남한을 무력통일 하는 것 뿐"이며 "핵무기는 이를 위한 직접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서 리정호 씨는 "GDP의 50%를 핵무기 개발에 쏟아 붓는 김정은 정권이 미국 및 남한과 지속적으로 군비경쟁을 한다면, 미소냉전시대 소련이 그랬던 것 처럼 경제적 파탄으로 패망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날 강연에는 워싱턴 민주평통을 비롯 안보단체 관계자들 1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오는 1월27일 발대식 및 취임식을 갖는 미주통일연대 김유숙 회장은 "정의로운 통일한국을 향한 꿈과 미래를 함께 만들자는 목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박세용 기자 spark.jdaily@gmail.com김정은 북한 남북통일 체제 평화통일법안 햇빛정책 미주통일연대 김유숙

2023-12-21

이노비, 뉴저지 밀알서 연말 콘서트

문화 복지 NGO 이노비(EnoB)가 맨해튼과 퀸즈, 뉴저지에서 특수교육을 필요로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생애 마지막 단계를 쓸쓸히 양로원에서 보내고 계신 어르신, 어린이병원 입원 환자 등에게 연말 콘서트(EnoB Holiday Outreach Concert Series)를 진행하고 있다.   이노비는 16일 뉴저지주 새들브룩에 있는 뉴저지 밀알선교단을 찾아 한인 장애인과 가족, 봉사자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2월 아웃리치 콘서트 시리즈의 하나로 공연을 개최했다.   이날 공연은 김정은과 케이티 에머슨이 음악감독을 맡아 진행했고, 재외동포청·뉴욕총영사관이 후원했다.   이노비는 “모두가 즐거운 연말 시즌에 가장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찾아가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자는 취지로 2주간 총 4회의 콘서트를 준비했는데 뉴저지 밀알 공연도 그중의 하나”라며 “대상에 맞는 재즈, 클래식과 뮤지컬 프로그램으로 크리스마스 캐롤 등 성탄과 연말연시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대상에 맞게 편곡해 이노비만의 특수한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노비는 첫 번째 순서로 지난 12일 컬럼비아대학 어린이병원(뉴욕프레스비테리안 모건스탠리 어린이병원)을 찾아 100여 명의 어린이 환자와 가족 등을 대상으로 공연을 했다.   또 뉴저지 밀알에 이어 오는 20일에는 맨해튼 어퍼이스트 너싱홈(양로원 거주 노인 70명 대상·음악감독 차창현), 23일에는 뉴욕 밀알(한인 장애인과 가족, 봉사자 70여 명 대상·음악감독 김정은 & 케이티 에머슨)에서 공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한편 이번 공연 시리즈는 이노비가 17년째 진행하는 콘서트 프로그램으로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후원 문의 212-239-4438/enobinc@gmail.com. 윤지혜 기자 yoon.jihye@koreadailyny.com이노비 이노비 연말 콘서트 뉴저지 밀알 뉴저지 밀알선교단 뉴욕 밀알 차창현 김정은

2023-12-17

교사가 "김정은 닮았다" 학생 놀려…유타주 공립학교 수업에서

교사가 아시아계 학생에게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과 닮았다고 말해 인종차별 관련 조사를 받고 있다.   지역방송 abc4와 KSL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알파인 교육구 내 레이크 마운틴 중학교에서 수업을 진행하던 한 교사는 아시아계 학생(12)을 향해 “김정은이 너랑 닮았다(Hey, he looks like you)”고 말했다.     당시 이 교사는 프로젝터를 이용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소개하는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교사는 수업 중 김정은의 사진을 프로젝터에 띄운 직후 아시아계 학생에게 농담했고, 수업 중인 학생들에게 “맞지?(Right?)”라고 동의까지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해당 교사의 발언으로 인해 수업 중이던 학생 상당수가 맞장구를 치고 웃었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피해 학생이 ‘차별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학부모는 전했다.     학교 측에 ‘인종 차별’ 문제를 공식적으로 제기한 아버지는 “아들은 일주일 뒤에서야 이같은 일이 벌어졌음을 내게 말했다”며 “그 일이 벌어진 뒤 아들은 스트레스성 소화불량에 걸렸고, 당시 이야기를 전할 때 감정이 격했었다”고 방송 인터뷰에서 말했다.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공립학교 교사가 특정 인종을 겨냥해 농담하고 수치심을 준 행위는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레이크 마운틴 중학교 교장을 만나 재발 방지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피해 학생의 아버지는 이같은 일이 벌어지기 전부터 해당 중학교에서 아들이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중학교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음식을 ‘개고기 음식’으로 놀리거나 째진 눈 흉내를 냈다고 한다. 피해 학생 가족은 일본 출신이다.   해당 민원을 접수한 알파인 교육구 측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킴벌리 버드 대변인은 “알파인 교육구는 어떤 종류의 차별도 허용하지 않고, 그런 행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교육구 절차에 따라 해당 사안에 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김형재 기자 kim.ian@koreadaily.com김정은 공립학교 공립학교 교사 뉴욕주 공립학교 아시아계 학생

2023-11-02

[에버라드 칼럼] 중국의 체면 손상한 김정은의 오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러시아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북한의 대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선언했다. 이례적인 이 발언이 가져올 파장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가 중국보다 중요하다고 말한 것이기에 외교적 관점에서 중국의 체면을 구긴 장면이다.   경제적·정치적으로 중국에 크게 의지하고 있는 북한이 불필요하게 중국의 체면을 손상하는 것은 좋지 않다. 더군다나 중국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방중에 이어 북한 등 동북아 문제를 미국과 논의 중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왜 김정은은 공개적으로 이런 발언을 했을까. 이번 발언으로 북한이 얻을 수 있는 건 북·러 관계 강화다. 이번 발언은 북한 지도부가 빠져 있는 망상을 여실히 드러낸다.   지난달 말에 열렸던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은 ‘신냉전’이 어떻게 북한에 우호적인 상황인가를 언급했다. 냉전은 불쾌한 기억이지만, 러시아와 중국 모두 북한에 손을 내미는 상황을 교묘하게 잘 이용했던 시기로 북한은 기억한다. 김정은은 아마도 좋았던 냉전시대로 세상이 복귀했다고 여기는 듯하다.   북한이 빠져 있는 또 다른 망상은 북한을 도와줄 러시아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번 방러에 큰 기대를 걸었다. 지난달 20일 개최한 정치국회의에서 김정은은 “(북·러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높이에 올라서고 있다”며 큰 기대를 나타냈다.   러시아는 조심스러운 태도다. 푸틴은 기자들에게 “북한 위성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김정은에게는 자폭 드론을 선물했다. 김정은은 러시아 방문 중 다양한 군 시설을 시찰했지만, 러시아는 북한 공군이나 해군 현대화 지원으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은 자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항공기와 함정 엔지니어가 부족한 러시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북한에 필요한 곡물이나 석유를 러시아가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러시아는 중국 수준으로 북한에 재정 지원을 해줄 여력이 없다.   그 반대로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에 원한 것은 탄약과 값싼 노동력뿐이다. 북한이 얼마나 많은 포탄을 제공할 의지가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북·러가 주고받는 관계는 비대칭적이다. 북한이 더는 러시아에 제공할 수 있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는 지속해서 받기만 바라는 북한에 대한 지원을 거둘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북·러 관계도 시들해질 것이다.   역사는 반복된다. 2019년 2월 북·미 하노이 정상회담에 참석한 김정은은 미국의 지원을 크게 기대하면서 북한이 치러야 할 대가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했고, 하노이 정상회담은 실패했다. 다시 한번 비현실적인 기대를 안고 김정은은 방러했다. 음흉한 푸틴은 김정은의 망상을 단박에 깨지는 않았지만, 서로 기대하는 것이 너무 다른 북·러 관계가 오래갈 수가 없다.   중국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처음엔 냉랭한 침묵으로 대응했던 중국은 지난 9월 23일 시진핑 국가주석이 방중한 한덕수 총리에게 “한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 증진에 힘쓸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방한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북한이 중국을 버리고 러시아와 손을 잡는다면 중국은 한국과 친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   어떤 결과로 이어질까. 북한 입장에서 국내외적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하노이 노딜로 정치적 타격을 입었듯이 러시아에 대한 구애가 제대로 먹히지 않는다는 것이 명확해 지고 중국이 김정은의 선을 넘는 불복종의 언어에 불쾌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 김정은의 위상은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것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이 이번에 당한 망신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 탈북자 색출과 송환 중단 등 중국은 다양한 방법으로 북한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표출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중국이 얼마나 오래 비용을 부담하면서 대북 지원을 지속할지에 달렸다. 미·중간 대화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따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지원 축소는 더 급진적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한이 원하는 대로 신냉전이 도래한다 해도 이번에는 전혀 다른 대치 국면이 예상된다. 북한엔 만만치 않은 세상이 될 것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에버라드 칼럼 중국 김정은 러시아 입장 러시아 대통령 러시아 방문

2023-10-08

[노트북을 열며] 김정은과 오펜하이머

영화 ‘오펜하이머’를 보며 떠오른 사진 한 장. 2016년 3월 9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 사진이다. 자신만만한 표정의 김정은 위원장이 손으로 가리키고 있는 건 동그란 공 모양 물체. 북한의 주장이 맞는다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 본토까지 타격 가능한 작고 가벼운 내폭형 핵 기폭장치다. ‘오펜하이머’에서 맨해튼 프로젝트의 물리학자들이 오각형과 육각형의 고폭렌즈를 끼워 구(球) 모양으로 조립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김정은 위원장이 자랑한 내폭장치의 선배 격이다.   ‘오펜하이머’의 과학자들이 고폭렌즈 32개를 조립해 만든 핵폭탄의 이름은 ‘팻맨(fat man)’. 일본 나가사키(長崎)를 초토화했다. 2016년 북한이 공개한 내폭장치는, 그 주장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약 72개의 고폭렌즈로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펜하이머’를 누구보다도 달뜬 마음으로 보지 않았을까.   ‘오펜하이머’는 적어도 한반도 38선 이남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에겐 단순한 블록버스터 영화일 수 없다. 미국의 핵으로 1945년의 광복은 앞당겨졌지만, 북한의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가고 있는 게 2023년 현재 우리의 현실이다. 현실이 무섭다는 걸 자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더 무섭다.   2016년 이후, 분명히 늘어난 건 북한의 핵물질과 핵능력밖엔 없지 않을까. 한국은 일관된 대북 정책 없이 정권에 따라 진자 운동과 정쟁만을 되풀이해왔다.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도 심각하지만, 정작 북핵 위협과 북한 인권 문제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이들이 상당수다. 그사이 김정은은 열 살로 추정되는 딸 주애의 손을 잡고 미사일 시험발사 현장에 나타나고, 사실상 미사일을 ‘군사정찰 위성’이라며 정상국가 코스프레중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는 원폭 실험에 성공한 뒤,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의 다음 구절을 되뇌며 자책했다고 한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됐다.” 21세기의 파괴자를 꿈꾸며 독재 정권의 수명 연장을 꿈꾸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오펜하이머가 했다는 다음 말을 전한다. “(핵폭탄을) 갖게되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고 평화를 얻을 수 있으리라고 믿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생각이다”(‘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635쪽). 북핵 문제는 이미 요단강과 삼도천을 건넌 듯한 절망의 영역으로 치부되곤 하지만, 그럼에도 그가 평양의 프로메테우스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희망의 끈은 놓지 말아야 할 터다. 전수진 / 한국 투데이·피플팀장노트북을 열며 김정은 오펜하이머 북핵 문제 로버트 오펜하이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2023-08-23

[기고] 김정은의 열병식 정치쇼

군에는 기본적인 2가지 훈련이 있다. 하나는 전투훈련이요, 다른 하나는 제식훈련이다. 군은 전쟁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전투훈련이 필수다.     제식훈련은 군의 단합된 모습과 숙련된 동작으로 일사불란한 행동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특히 국가의 기념일 또는 외국 국가원수 등 귀빈이 방문했을 때 자국의 군사력을 과시하는 공식 행사로 열병식을 거행한다. 열병식이란 지휘관이 정렬한 군대의 앞을 지나면서 검열하는 의식으로서 국가에 대한 충성 및 VIP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 강한 군대와 장비들을 공개하는 행사를 말한다. 열병식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의 히틀러, 이탈리아의 무솔리니와 일본의 도죠 등이 과시용으로 자주 행했다. 근래에는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서로 같은 색깔의 나라들이 앞다퉈 행사에 열중하고 있다.  대규모 열병식에 집착하는 나라는 군사력만을 강조하는 공산국가뿐인 셈이다.     지난달 27일 북한에서 열린 6·25전쟁 정전협정 70주년을 기념 열병식에서 김정은은 좌우에 중국과 러시아 대표를 세우고 주석단 중앙에 섰다. 그날 김정은은 북한의 군사력을 한껏 자랑하며 행사 내내 각별한 친밀감을 표하는 등 북-중-러의 밀착 관계를 강조했다. 마치 북한의 불법적인 핵미사일을 중·러가 용인하는 것으로 보이기 위한 상징적 장면으로 풀이된다.       김정은의 대규모 열병식은 자신의 리더십과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경제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 주민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정치쇼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김일성은 집권 46년 동안 16회, 김정일은 16년간 9회의 열병식을 한 데 비해 김정은은 집권 10년 만에 벌써 11회를 진행했다. 이는 김정은이 그만큼 열병식을 중요한 통치 수단의 하나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김정은은 권력 승계 과정에서 북한 인민과 세계에 자신을 공식 공개하는 첫 이벤트로 열병식을 선택했다. 그는 2010년10월10일 처음으로 인민군의 열병 신고를 받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어린 나이지만 강한 지도자라는 점을 각인시키고자 했을 것이다.     한국도 휴전 직후 대통령 생일과 국군의 날 등의 행사 때 국군 퍼레이드를 했고 필자도 참석한 적 있다. 당시 육·해·공 3군 및 해병대의 시가행진과 함께 전차와 장갑차 등 중장비도 동원돼 국가수호에 대한 의지와 국군 최고통수권자인 대통령, 그리고 국민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다. 국민에게 씩씩한 군의 모습을 보여주며 군에 대한 신뢰와 감사, 그리고 국가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는 행사였다.     북한은 지난해 열린 심야 열병식에서는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평양 시가지를 보여줬다. 정예 부대의 모습과 첨단 무기를 과시함으로써 대내적으로 ‘우리의 국력은 굳건하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대외적으로도 ‘북한이 더는 낙후된 국가가 아니다’는 의도를 전달하는 데 제법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당시 심야 열병식은 조명과 음악의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기획 연출한 것이다. 장기 제재와 이로 인해 경제난을 겪는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결속을 높이고 김정은의 지도자적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심야 열병식’을 택한 건 다분히 과시형 정치쇼라는 평가다.     최근 북한은 미 본토 타격용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17형을 잇달아시험 발사했고, 대남 타격용 전술핵 미사일도 쏘아 올렸다. 이들 무기는 북한이 실전 배치한 다양한 대남·대미 타격 수단들과 함께 이번 열병식에도 등장했다. 김정은의 핵 사용 경고가 정권 종말의 경고로 메아리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회장기고 김정은 열병식 심야 열병식 대규모 열병식 기념 열병식

2023-08-09

“김정은 남자친구냐” “동성애자냐”

한인들도 즐겨 찾는 인앤아웃 버거 북가주 한 매장에서 식사하던 한인 남녀가 난데없이 나타난 남성으로부터 인종차별과 동성애 혐오 발언을 듣는 사건이 발생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아린 김과 엘리엇 하씨는 샌라몬의 인앤아웃에서 틱톡에 올리기 위해 본인들이 식사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김씨가 공개한 틱톡을 보면 갑자기 한 남성이 다가왔고 “먹는 모습을 찍는 거냐. 이상한 동성애자구나”라고 시비를 거는 음성이 들렸다.   황당한 상황에 두 남녀는 놀라면서 웃어넘기려고 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남성은 다시 다가왔다. 그리고 “일본인이냐? 한국인이냐?”고 물었고 하씨가 한국인이라고 하자 그는 “너는 김정은의 남자친구냐. 그와 성관계를 했느냐”고 공격했다.   이후 몇 마디가 더 오갔고, 상황이 심각해지는 것을 느낀 김씨는 한국어로 ‘그만’, ‘스톱(Stop)’ 등을 반복하며 대화를 멈추라고 요청했다. 이에 그 남성은 침착하게 대응하려는 김씨와 하씨에게 “얼굴에 침을 뱉겠다”고 협박하기까지 했다.   또 그는 몇 분 뒤 다시 돌아와 “나는 노예 주인”이라며 “이따 밖에서 보자”고 안하무인 식으로 재차 위협했다. 남성이 떠난 뒤 옆 테이블의 다른 손님이 이들에게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었다.     김씨는 지역 뉴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남성이 매장을 나간 뒤 창밖에서 15분 동안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며 “한참 뒤 매장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주차된 차까지 갈 수 있었다”고 울먹였다.   김씨는 이후 해당 영상을 자신의 틱톡에 올렸고, 덴튼 칼슨 샌라몬 경찰국장이 25일 이 영상을 리트윗하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칼슨 국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한 남성의 사진을 공유하며 “소셜미디어의 도움 덕에 우리는 영상에 나오는 남자를 찾았다. 이 남성을 본다면 알려 달라”며 “크리스마스 아침에도 비슷한 행동을 한 뒤 이 사진이 찍혔다”고 적었다. 류정일 기자김정은 남자친구 한인 남녀 매장 직원들 엘리엇 하씨

2022-12-26

[시론] 김정은 10년, 발전한 건 핵무기뿐

2012년 4월 많은 이들이 이 젊은 스위스 유학파 지도자가 북한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후 10년,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의 변화와 현대화를 시도한 것만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무엇을 이뤘고, 북한은 어떻게 변했나.   집권 초기 그는 수차례 경직된 북한 경제를 개혁하려고 시도했다. 협동농장의 처분 작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시장과 장마당도 용인했다. 일부 주민의 생활 수준도 나아졌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개혁은 뒤집혔고 통제경제가 재천명 됐다. 2021년부터 북한 지도부는 계획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 자유화 측면에서 2012년과는 딴판이고, 식량 문제도 훨씬 나빠졌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첫 연설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금 유엔 기구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경고하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안 나면 이웃들이 생사 확인에 나선다는 보고도 나온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돌이켜보면 애초 실패할 운명이었다. 먼저, 경제 자유화와 엄격한 정치 통제 병행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 둘이 충돌할 때마다 북한은 정치 통제를 택했다.     둘째, 경제 자유화 조치는 늘 엄청난 부패를 불러왔다. 사상(思想) 강국을 강조하는 연설들로 미뤄 북한 내 부패 문제는 심각한 것 같다.     북한은 또 먹여 살려야 할 거대한 군대가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문을 걸고 식량 수입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김정은은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도 시도했다.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회담에 나올 용기를 낸 건 사실이다. 북한 원로들의 만류에도 회담하러 왔다던 김정은의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실패할 경우 국내 위상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걸 김정은 자신이 잘 알았을 테다.     하지만 김정은은 도박에 나섰다. 그리곤 잃었다.   애초 협상 성공에 절대적인 양측의 접점이 없었다. 제재 완화, 핵 사찰, 영변 원자로 등을 둘러싼 디테일보다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런 공격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약속이 있기 전엔 핵 포기 프로세스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기에 김정은은 내부 조직도 개혁했다. 노동당 규칙을 재정립해 당 대회를 복원했고 당의 활동과 단체도 부활시켰다. 이 덕에 북한의 정치 절차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모습을 장기간 감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런 안정성은 손상됐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지도자의 부재는 혼란과 의구심을 낳는다. 북한 체제는 실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북한 바깥 세계를 알거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어려워졌고 외국인 접촉도 크게 줄었다. 2012년 평양에는 외교관,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구(NGO) 인사 등 서방 출신 수백 명이 주재했지만,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지금은 거의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유일하게 발전한 부문은 무기 분야다. 집권 후 4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추가 핵실험 우려도 제기된다. 미사일 기술 진전도 엄청나다. 북한군 장비도 개선됐다. 국제사회가 기대한 ‘발전’은 아니다.   향후 10년 북한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10년 전 시점보다 더 어렵다. 북한은 해답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도 거듭된다) 가장 나쁜 건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다시는 경제 개혁과 탈냉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건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행보로 볼 때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사회·정치·외교적으로 경직된 보수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젊은 개혁가로 비친 김정은의 이런 변화 과정이 씁쓸할 따름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김정은 핵무기 경제 자유화 정치 통제 식량 문제

2022-05-02

[시론] 김정은 10년, 발전한 건 핵무기뿐

2012년 4월 많은 이들이 이 젊은 스위스 유학파 지도자가 북한의 새 시대를 열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 후 10년, 희망은 실망으로 변했다. 하지만 김정은이 북한의 변화와 현대화를 시도한 것만은 사실이다.     김정은은 무엇을 이뤘고, 북한은 어떻게 변했나.   집권 초기 그는 수차례 경직된 북한 경제를 개혁하려고 시도했다. 협동농장의 처분 작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시장과 장마당도 용인했다. 일부 주민의 생활 수준도 나아졌다.     하지만 오래가진 못했다. 개혁은 뒤집혔고 통제경제가 재천명 됐다. 2021년부터 북한 지도부는 계획경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경제 자유화 측면에서 2012년과는 딴판이고, 식량 문제도 훨씬 나빠졌다. 김정은은 집권 후 첫 연설에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지금 유엔 기구들은 북한의 식량 사정을 경고하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안 나면 이웃들이 생사 확인에 나선다는 보고도 나온다.   무엇이 잘못됐을까. 돌이켜보면 애초 실패할 운명이었다. 먼저, 경제 자유화와 엄격한 정치 통제 병행은 불가능에 가까운데, 이 둘이 충돌할 때마다 북한은 정치 통제를 택했다.     둘째, 경제 자유화 조치는 늘 엄청난 부패를 불러왔다. 사상(思想) 강국을 강조하는 연설들로 미뤄 북한 내 부패 문제는 심각한 것 같다.     북한은 또 먹여 살려야 할 거대한 군대가 있다. 설상가상, 코로나19로 문을 걸고 식량 수입을 중단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김정은은 대외정책 기조의 변화도 시도했다. 2018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실패하긴 했지만, 김정은이 회담에 나올 용기를 낸 건 사실이다. 북한 원로들의 만류에도 회담하러 왔다던 김정은의 말은 아마도 사실일 것이다. 실패할 경우 국내 위상이 치명상을 입는다는 걸 김정은 자신이 잘 알았을 테다.     하지만 김정은은 도박에 나섰다. 그리곤 잃었다.   애초 협상 성공에 절대적인 양측의 접점이 없었다. 제재 완화, 핵 사찰, 영변 원자로 등을 둘러싼 디테일보다 중요한 건 북한이 미국의 공격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그런 공격이 없을 거라는 미국의 약속이 있기 전엔 핵 포기 프로세스에 절대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초기에 김정은은 내부 조직도 개혁했다. 노동당 규칙을 재정립해 당 대회를 복원했고 당의 활동과 단체도 부활시켰다. 이 덕에 북한의 정치 절차를 어느 정도 예측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김정은이 모습을 장기간 감추는 일이 반복되면서 이런 안정성은 손상됐다. 북한 같은 나라에서 지도자의 부재는 혼란과 의구심을 낳는다. 북한 체제는 실제 흔들리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북한 바깥 세계를 알거나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도 이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중국으로 넘어가기도 어려워졌고 외국인 접촉도 크게 줄었다. 2012년 평양에는 외교관, 국제기구와 비영리기구(NGO) 인사 등 서방 출신 수백 명이 주재했지만, 코로나로 국경을 봉쇄한 지금은 거의 없다.   김정은 체제에서 유일하게 발전한 부문은 무기 분야다. 집권 후 4차례나 핵실험을 했고 추가 핵실험 우려도 제기된다. 미사일 기술 진전도 엄청나다. 북한군 장비도 개선됐다. 국제사회가 기대한 ‘발전’은 아니다.   향후 10년 북한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10년 전 시점보다 더 어렵다. 북한은 해답 없는 문제에 직면해 있고 김정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도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이어지고 그가 공식 석상에서 모습을 감추는 일도 거듭된다) 가장 나쁜 건 실패를 경험한 김정은이 다시는 경제 개혁과 탈냉전을 위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을 건 도전을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점이다.     지난 2년간 행보로 볼 때 북한은 주체사상으로, 사회·정치·외교적으로 경직된 보수주의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한때 젊은 개혁가로 비친 김정은의 이런 변화 과정이 씁쓸할 따름이다. 존 에버라드 /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시론 김정은 핵무기 경제 자유화 정치 통제 식량 문제

2022-04-29

“김정은 종전선언 서명하길”

그레고리 믹스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이 한반도 평화 및 종전선언에 대해 강조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믹스 위원장은 8일 맨하셋 소재 김민선 미주한인이민사박물관장 자택에서 열린 후원행사에 참석해 “종전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이루고, 한반도에 영구적 평화를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외교적으로 풀어나가야 할 문제로 현재 물밑에서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종전선언에 서명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믹스 위원장의 발언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대화에 나서지 않는 북한에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 것이지만, 한국 정부가 추진 중인 종전선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지지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목된다. 그는 종전선언에 대해선 “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내 통일로 가는 계기를 마련하고, 이산가족들이 다시 만날 수 있도록 하자는 구상은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종료 전 한반도 평화 문제와 관련해 성과를 내려고 하지만, 만약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후임자가 대화를 계속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에선 주한미군 감축 등 한인사회의 불안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믹스 위원장은 “주한미군 감축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며 동북아시아 지역 우방으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후원행사에선 5만 달러가 모금돼 전달됐다.   김은별 기자 kim.eb@koreadailyny.com김정은 종전선언 하원 외교위원장 한반도 평화 믹스 위원장

2022-01-09

[시론] 김정은 집권 10년, 북한은 달라졌나

북한의 대내외 선전 매체들은 최근 “우리식 사회주의 건설이 획기적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공 신화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 사망 이후 권력을 이어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초기에 ‘인민이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사회주의 부귀영화를 마음껏 누리게 하며 강성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집권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년간 경제 관리 개선 조치, 경제·핵 병진 노선, 경제 건설 집중 노선, 자력갱생과 정면 돌파전을 호기롭게 펼쳐왔다.     하지만 핵 개발을 제외한 다른 부문은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제 봉건왕조인 북한에서 지도 사상은 최고 지도자의 독점 분야다. 그래서인지 북한 매체들이 내세운 김정은 집권의 ‘성공신화’ 첫 자리에 ‘김일성·김정일주의 정식화’와 ‘인민 대중 제일주의 사상’을 올려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도 사상들이 기존의 주체사상이나 선군사상과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제일주의 재강조 움직임은 인민 대중 제일주의의 실체가 ‘북한판 인기영합주의’에 불과함을 드러내고 있다.   정치 측면에서 조선노동당 당 대회와 전원회의, 정치국 회의를 수시로 개최함으로써 북한은 정상적인 리더십을 갖추고 ‘정상 국가의 길’을 걷는 것처럼 과시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초기 권력 기반인 ‘운구차 7인방’과 ‘삼지연 8인방’까지 가혹하게 숙청했다.   이런 공포정치를 강행함으로써 김씨 왕조는 김정은·김여정의 ‘남매 정권’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우리식 경제 관리방법’을 앞세워 제한적 개혁·개방 조치를 시행해 왔다. 하지만 3중고로 인해 경제 회생이 좌절됐다. 인민 생활 안정을 위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제2의 고난의 행군’을 강요하고 있다. 하지만 자력갱생 경제의 한계로 인해 목표 수치를 대폭 낮춘 5개년 정비·보강 계획조차 흔들리고 있다.   군사 분야에서는 김정은 정권 들어 네 차례 핵 실험과 130여 회 미사일 발사 도발이 있었다. 이를 통해 핵 무력 보유를 선언하고 자칭 ‘세계적인 전략 국가 지위 확보’를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핵우산 정책 강화, 주변 비핵국가들의 핵 보유 자극을 초래함으로써 최대의 안보 위기를 맞고 있다. 남한의 핵 무장을 자극해 북한의 핵무기가 무용지물이 된다면 핵 무력 보유라는 북한의 ‘유일 업적’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   대외적으로는 김정은 집권 초기 ‘2·29 합의’ 이행을 저버리면서 전쟁 위기에 직면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남한 정부를 들러리로 앞세워 이른바 정상회담 전략을 구사했다. 하지만 그 속임수가 들통나는 바람에 2019년 ‘하노이 노딜’이라는 참담한 외교 실패로 이어졌다. 북한은 ‘무오류의 수령’의 위상이 깨지자 앙갚음 차원에서 대미·남북 관계를 과거의 적대 관계로 되돌렸다.   김정은 집권 10년은 이처럼 암울하다. 총체적인 기능부전 상태에 놓여 있다. 김정은 정권은 핵 무력과 백두혈통, 검증되지 않은 새로운 측근들 위에 위태롭게 놓여 있다. 그의 통치는 감시와 규율이 핵심이다. 종전선언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핵 무력 고도화의 시간벌기에 일조하고 있다. 대북 정책의 초점은 김씨 일가보다 북한 주민 앞에 놓아야 한다. 이병순 / 국가안보통일연구원 수석연구위원시론 김정은 북한 집권 목표 경제 분야 조치 경제

2021-12-14

[J네트워크] ‘위드 김정은’ 벌써 10년

 다음 달 17일이면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지 꼭 10년이다. 앳된 얼굴의 막내아들이 검은 링컨 콘티넨털 운구차 곁에서 경례를 붙이던 모습이 선하다. 20대였던 김정은은 불혹(不惑)을 향하며 집권 10주년 자축 분위기 만들기에 한창이다.     그의 등극 당시 외교·안보 전문가가 당시 귀띔했던 얘기가 새삼스럽다. “젊은 지도자가 기반을 다져나가는 앞으로의 10년이 한반도엔 기회다. 그 10년을 놓친다면 위기다. 통일은 그의 생전엔 어렵다.”     그 10년이 지나고, 이젠 위드 코로나, 아니, 위드 김정은 시대가 변수 아닌 상수다. 2021년의 마지막 달이 가까운 지금, 통일은 가까운가. ‘예스’라 선뜻 답할 수 있는 진영은 좌우 어디에도 없다.   평양의 젊은 지도자가 집권 10주년을 자축하며 “순간도 헛되이 할 수 없는 천금 같은 일각 일초가 흐른다”(노동신문 8일 자)며 앞으로의 50년을 준비하는 이때, 서울은 앞으로 5년간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지도자들의 논란으로 혼란의 도가니다.     김정은은 다 계획이 있다. 청와대 입성을 꿈꾸는 이들은 어떤가. 외교·안보의 판이 바뀌는 이 시점에서 판을 달구는 건 대장동이며, 고발사주 등 휘발성은 강하지만 한반도 미래와는 상관관계가 크지 않은 논란들이다.   외교·안보는 산소 같다. 눈엔 안 보여도 국민 삶과 직결돼 있다. 미·중 관계의 미묘한 갈등 변화 구조를 읽고 현명한 판을 짜두었더라면 요소수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다. 외교·안보는 대통령의 관심과 이해의 폭과 태도, 철학과 투자가 유난히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도 최근 각 유력 후보 캠프의 외교·안보 전문가 판을 보면 각자의 세 불리기가 우선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이 SNS에 밝혔듯,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국내 정치화 편승은 더는 용인할 수 없”다. 각 후보의 외교·안보 캠프는 내부 드잡이 때문에 정작 중요한 걸 놓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봐야 한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북한뿐 아니라 한·일 관계 역시 내년 취임할 대통령의 주요 과제다.     사실 양국의 정치인들만 애꿎은 외교를 득표에 활용한다.     서울의 대학생 A씨는 “시부야의 라멘집이 그립다”고 하고, 도쿄의 직장인 B씨는 “서울의 간장게장 맛집에 가고 싶다”고 서로를 그리워한다.     일본 영화의 주목할만한 젊은 감독, 이시이 유야의 신작 ‘당신은 믿지 않겠지만’도 한·일 합작이었다. 영화 초반, 한국인과 일본인이 오해로 부딪히는 장면에 자주 나오던 대사가 떠오른다. “중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려는 자세란다.”     외교도 안보도 사람이 하는 것. 나와 내 사람의 이득과 세력이 아닌, 우리와 나라를 생각하는 기본으로 돌아가자. 전수진 / 한국 중앙일보 투데이·피플 뉴스팀장J네트워크 김정은 위드 안보 전문가들 위드 코로나 위드 시대

2021-11-10

"북, 미국 공격 못 해"…김정은 "작은 얼간이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별세한 콜린 파월 전 국무 장관이 마지막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19일 워싱턴포스트 부편집장인 밥 우드워드는 지난 7월 자신과 파월 전 장관이 나눈 마지막 인터뷰를 공개했다.   42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첫 흑인 합참의장이자 국무장관을 지낸 파월 전 장관은 자신의 근황을 포함해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외교 현안 전반에 대해 고언했다.   그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 "다음날 우리가 북한을 파괴하지 않는 이외에 북한이 우리를 공격하는 길을 누가 생각할 수 있겠느냐"며 "이란도 마찬가지다. 그런 갈등의 결과를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이란과 북한은 우리의 적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그들을 두려워할 것이라고? 아니다. 그들이 감히 그러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우드워드 부편집장이 "어떤 지도자는 자살 전략을 택하기도 한다"고 되묻자, 파월 전 장관은 "그렇지만, 중국이 우리가 북한과 전쟁을 시작하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되받았다.   파월 전 장관은 "중국은 북한을 사랑한다. 그들은 북한을 원한다. 나는 그렇지 않지만"이라며 "북한은 나에게 문제가 아니다. 그 작은 얼간이(little jerk·김정은을 지칭)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라. '남의 도움을 받아 하는 자살'(assisted suicide)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는 절대 우리를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극심한 혼란을 초래한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에 대해선 "궁극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이 문제에서 벗어나자. 아프간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들은 나라를 위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울 수백명을 갖고 있다. 이것이 내가 철군에 반대하지 않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편 파월 전 장관은 마지막까지 병마와 싸우는 자신의 근황을 의연히 전했다. 그는 "골수종과 파킨슨병을 앓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괜찮다"라며 "나에게 미안해하지 말아라. 나는 84살"이라며 위로를 거부했다.   그는 "병마와 싸우며 하루도 잃지 않았다. 나는 굳건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스스로 운전해 월터리드 군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는 하루하루를 전했다. 이명덕 / 재정학 박사

2021-10-19

"김정은 친서로 2차 북미회담 요청"…백악관 "일정 이미 조율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했다고 백악관이 10일 밝혔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열려있고,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혀 역사적인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 이어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가 실현될지 주목된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보낸 친서를 받았다"면서 "친서의 주요 목적은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또 다른 정상회담 개최를 요청하고 일정을 잡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이에 열려있으며 이미 조율하는 과정에 있다"고 말해, 북미가 2차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했음을 밝혔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계기로 북미가 다시 한 번 '톱다운' 방식의 외교를 재가동할 경우, 교착상태인 북미 비핵화 협상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샌더스 대변인은 친서에 대해 "매우 따뜻하고 긍정적인 편지", "우리가 만들고 싶어하는 북미 관계 진전의 추가적인 증거"라며 "대화와 진전을 지속하고 한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다"라고 평가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2차 정상회담이 워싱턴DC에서 열릴 가능성에 대해선 "자세한 사항이 있으면 알려주겠다"며 즉답하진 않았다.

2018-09-10

한·미 FTA 파기 못하게 트럼프 문서 훔친 참모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고 철수하려 했다. 거기에 사인하려고 편지(공식문서)를 집무실 책상 위에 두었다. 이에 백악관의 경제참모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올 3월 사임)은 트럼프가 그 편지에 사인할까 봐 편지를 대통령(트럼프) 책상에서 훔쳤다. 콘 위원장은 나중에 측근에게 '대통령이 그것(편지)을 보도록 놔둘 수 없었다. 사인할까 봐 두려웠다. 난 나라를 지키기 위해(Got to protect the country) 그걸 훔쳤다'고 털어놓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의 주인공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저 '공포(Fear):백악관 안의 트럼프'에 나오는 믿기 힘든 내용이다. 더 놀라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FTA 파기 문서)이 없어진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콘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밝혔다는 사실이다. 우드워드는 "이처럼 백악관 참모들이 서류를 훔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안보를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행정부의 쿠데타(administrative coup d'etat)'라고 묘사했다. 우드워드는 전·현직 백악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트럼프 백악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러 분야에 걸쳐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행정부의 장관들과 백악관 참모들이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일 저서 발간에 앞서 WP와 복스 등 미국의 매체들이 사전 공개한 주요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부분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19일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왜 미군이 큰돈을 들이며 한반도에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7초 내에 감지(알래스카 기지에선 15분 내에 감지)하기 위한 특별 정보작전에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반적으로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무시했다고 한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We're doing this in order to prevent World War III)."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트럼프가 자리를 떠나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매우 화를 내며 측근들에게 "대통령은 초등학교 5학년 혹은 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북한에 대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지 한 달 후(지난해 2월 말께)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계획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며 한창 말 전쟁을 벌일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측근이던 롭 포터 선임비서관(올 2월 사임)에게 "이건 '지도자 대 지도자' '인간 대 인간' '나와 김의 대결' '의지의 맞대결'이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책은 또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의 트럼프에 대한 불만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켈리 비서실장은 한 소규모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idiot)'라고 묘사하면서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그는 이미 궤도를 이탈했다. 우리는 미친동네(Crazytown)에 살고 있다. 심지어 왜 여기에 있는지 이유조차 모르겠다. 이것(백악관 비서실장)은 내가 지금까지 가진 직업 중 최악"이라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기술했다. 한편 이날 우드워드의 책 내용이 공개되자 백악관은 발칵 뒤집혔다. 책에 등장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고, 켈리 비서실장도 "완전히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인용된 내용은 사기와 대중에 대한 속임수로 만들어졌다. 우드워드는 민주당 첩보원인가? (중간선거를 앞둔) 타이밍에 주목한 건가?"라고 반박했다. 김현기 특파원

2018-09-05

트럼프 문서 훔친 참모 게리 콘…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인 폭로

주한미군 필요 따지는 트럼프 매티스 "초등 5학년쯤 이해력"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파기하고 철수하려 했다. 거기에 사인하려고 편지(공식문서)를 집무실 책상 위에 두었다. 이에 백악관의 경제참모 게리 콘(사진) 국가경제위원장(올 3월 사임)은 트럼프가 그 편지에 사인할까 봐 편지를 대통령(트럼프) 책상에서 훔쳤다. 콘 위원장은 나중에 측근에게 '대통령이 그것(편지)을 보도록 놔둘 수 없었다. 사인할까 봐 두려웠다. 난 나라를 지키기 위해(Got to protect the country) 그걸 훔쳤다'고 털어놓았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의 주인공인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의 신저 '공포(Fear): 백악관 안의 트럼프'에 나오는 믿기 힘든 내용이다. 더 놀라운 것은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FTA 파기 문서)이 없어졌는지 알아채지 못했다"고 콘 위원장이 측근들에게 밝혔다는 사실이다. 우드워드는 "이처럼 백악관 참모들이 서류를 훔치는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반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를 '행정부의 쿠데타(administrative coup d'?tat)'라고 묘사했다. 우드워드는 전·현직 백악관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트럼프 백악관'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러 분야에 걸쳐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행정부의 장관들과 백악관 참모들이 깊은 환멸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오는 11일 저서 발간에 앞서 WP와 복스 등 미국의 매체들이 사전 공개한 주요 내용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주한미군 철수와 관련된 부분이다. 우드워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올 1월 19일 국가안보회의(NSC) 회의에서 "왜 미군이 큰돈을 들이며 한반도에 있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또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7초 내에 감지(알래스카 기지에선 15분 내에 감지)하기 위한 특별 정보작전에 그렇게 많은 자원을 투입할 필요성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전반적으로 주한미군 주둔의 중요성을 무시했다고 한다. 이에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그러는 것이다(We're doing this in order to prevent World War III)." 이날 회의가 끝난 뒤 트럼프가 자리를 떠나자 매티스 국방장관은 매우 화를 내며 측근들에게 "대통령은 초등학교 5학년 혹은 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여주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고 우드워드는 전했다. 우드워드는 책에서 북한에 대한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지 한 달 후(지난해 2월 말쯤) 조셉 던퍼드 합참의장에게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계획을 요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가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며 한창 말 전쟁을 벌일 때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 측근이던 롭 포터 선임비서관(올 2월 사임)에게 "이건 '지도자 대 지도자' '인간 대 인간' '나와 김의 대결' '의지의 맞대결'이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책은 또 존 켈리 현 백악관 비서실장의 트럼프에 대한 불만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켈리 비서실장은 한 소규모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멍청이(idiot)'라고 묘사하면서 "그를 설득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쓸데없는 짓이다. 그는 이미 궤도를 이탈했다. 우리는 미친 동네(Crazytown)에 살고 있다. 심지어 왜 여기에 있는지 이유조차 모르겠다. 이것(백악관 비서실장)은 내가 지금까지 가진 직업 중 최악"이라 말했다고 우드워드는 기술했다. 한편 이날 우드워드의 책 내용이 공개되자 백악관은 발칵 뒤집혔다. 책에 등장한 매티스 국방장관은 성명을 통해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고, 켈리 비서실장도 "완전히 헛소리"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인용된 내용은 사기와 대중에 대한 속임수로 만들어졌다. 우드워드는 민주당 첩보원인가? (중간선거를 앞둔) 타이밍에 주목한 건가?"라고 반박했다. 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2018-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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