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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환 법률 칼럼] 지식재산권이라는 기회

지식재산권 비즈니스와 투자 전문 변호사로서 고객을 대하다 보면 더 적극적으로 지식재산권을 기회로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그리고 몇 가지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첫째, 지식 재산권에 대해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강하다. 자신이 타인의 지식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 방법, 침해했을 때의 사후 대응 등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자신의 지식 재산권을 등록하고 보호받는 방법에 대해서는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이런 경향은 자신이 지식 재산권의 생산자가 될 가능성이 작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다. 둘째, 지식 재산권을 최고 수준의 기술이나 지성에 의해서만 창조되는 범접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뜻밖에 많았다. 물론 고도의 기술이 개입되기도 하지만 개인의 사소한 아이디어, 현재 상표, 간단한 창작물 등이 모두 지식 재산권의 대상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다. 셋째, 지식 재산권을 비즈니스와 투자가 아닌 법률 영역으로 받아들이는 분이 많았다. 지식 재산권 소송이 침해와 보상을 다루는 경우가 많아 이런 흐름이 더 굳어지는 것 같다. 이런 오해가 안타깝다. 고객이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로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되기 때문이다. 편견과 소극성을 벗어야 한다. 지식재산권을 기회로 여기고 적극적으로 대하며 그 속에서 이익을 향유하기를 바란다. 먼저, 타인의 지식 산물이나 창작물을 베껴 쓰면 안 된다는 상식을 전제로 자신의 지식과 창작물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소규모 사업을 하더라도 상표, 디자인,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 등을 갖추게 된다. 이것을 유형의 가치로 만들어내는 데 더욱 고민해야 한다. 지식재산권에 대해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또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할 만한 특출한 인물이 따로 존재하지 않으며, 내가 고민하여 창조하는 모든 것이 지식재산권으로 변모할 수 있음을 의식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주식이나 부동산 등에 투자할 때 지식재산권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를 바란다. 2020년 10월 5일 기준으로 미국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기업은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리바바, 페이스북 순이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공통점은 지식재산권이라고 꼽고 싶다. 첨단 기술 특허 수가 많다는 뜻이 아니다. 이 시대에 가장 적합한 지식재산권과 그것을 대중과 연결하는 브랜드와 업무 관행을 잘 갖추었다. 과거 초우량기업들도 같은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 분야만 달랐을 뿐이다. 앞으로 어떤 기업들이 떠오를까? 시대를 관통하는 지식 재산권을 기반으로 대중의 마음을 관통하는 기업들일 것이라 믿는다. 이런 기업을 찾아 투자하면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이다. 최근 미국에서 소위 뜨는 지역들의 공통점이 무엇일까? 지식재산권을 풍부하게 갖춘 기업들이 밀집한 곳이다. 그곳에 고수익 지식인들이 모여들고 이들의 소비를 바탕으로 상권을 형성하며 세련된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런 지역은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렇듯 지식재산권을 투자의 중요한 척도로 삼아 보아도 좋다. 지식재산권은 바로 우리 옆에 열린 기회로 서 있다. 우리가 그 기회를 외면하거나 소극적으로 대응할 때 그 기회는 등을 보이며 사라질 것이다.

2020-10-29

[장준환 법률 칼럼] 저작권 투자의 실제

최근 음악 저작권 투자에 대한 광고가 부쩍 자주 눈에 띈다. 음악 저작권 투자는 투자자가 대중음악 개발에 투자하면 이로써 그에 대한 저작권 지분이 생겨서 그 음악이 거두어들인 수익을 분배하겠다는 구조이다. 저작권 투자 대행사가 창작자와 협의하여 저작권 일부를 매입하고 이것을 1주씩 나누어 투자자에게 되파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음악뿐만 아니라 문학이나 미술 작품에도 이러한 저작권 투자 방식이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는 대중음악에서 활성화된 형태이다. 이때 아티스트들은 창작 활동 초기에 부족한 자금을 유치할 수 있고 투자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창작자나 실연자에게 투자하고 이후 지속적으로 저작권 대가를 공유할 수 있다. 그리고 이후 그 저작권 지분을 다른 사람에게 팔 수도 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구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러한 저작권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먼저 창작자에게 투자한다고 해서 모두가 저작권 투자는 아니다. 저작권 투자라는 외피를 쓰고 있지만 실은 창작자가 소속한 회사의 다른 사업에 투자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광고문이나 계약서에 작은 글씨로 저작권 외 다른 곳에 투자할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저작권을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에 투자했는데 실제로는 의도하지 않았던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중음악 사업 자체의 특성 때문에 생기는 위험도 있다. 경쟁이 극심한 대중음악의 구조상 내가 투자한 곡이 시장에서 히트하여 실제 저작권 수입을 거두어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신곡이 출시되어 대중에게 사랑받기까지 길게는 3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도 투자자에게는 마이너스 요인이다. 음악이 발표 초기 1~2년 인기를 얻더라도 그 이후에는 급속히 하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저작권 수입이 초기에 집중되고 이후에는 미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보유한 저작권 지분의 가치도 그만큼 감소한다. 음악 발표 초기에 투자 원금과 적절한 이익을 얻지 못하면 손실을 볼 위험이 크다. 음악 저작권 투자의 공익적 취지의 실현도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자금이 꼭 필요한 신생 아티스트들은 투자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고 히트 가능성이 큰 대중적 아티스트에게 투자가 쏠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금력이 뛰어나다. 음악 저작권 투자가 아티스트들의 빈익빈 부익부 환경을 더 크게 만들 수도 있다는 뜻이다. 요컨대 음악을 비롯한 창작물 저작권 투자는 그 구조로 볼 때 아티스트들에게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돈 걱정을 덜 하며 창작에 전념할 환경을 만들어줄 잠재력이 있는 이상적 방식이다. 그러나 이 비즈니스 모델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을 이해하고 투자해야 생각하지 않았던 손해를 피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투자자가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후원하는 스폰서십을 기본으로 삼고 손해가 나도 괜찮고 이익이 생기면 더 좋다는 소극적인 투자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본다. 또한 저작권 투자는 초기 형태이고 광범위한 시장과 거래 시스템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것이 더 확산하고 거래 방식이 더 정교해진다면 문화예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리라 예상한다. Copyright. Junhwan Chang, Esq. All Rights Reserved.

2020-09-02

[장준환 법률 칼럼] 온라인 공연과 전시, 전송권 확보해야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사람이 한자리에 모이는 공연과 전시 등의 비즈니스가 큰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이러한 험난한 환경을 돌파하려는 창의적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2020년 4월 26일 인기 아이돌 그룹 슈퍼M의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 온라인 공연은 전 세계 109개국으로부터 7만 5천 명의 유료 관객을 끌어 모으며 화제를 끌었다. 이어서 ‘21세기 비틀스’로 불리는 BTS가 이 흐름에 가세함으로써 온라인 공연의 불씨는 더욱 크게 번졌다. BTS는 6월 14일 유료 온라인 라이브 공연인 ‘방방콘 더 라이브’를 개최했다. 이 온라인 공연에는 75만 명이 넘는 관객이 동시 접속함으로써 대기록을 세웠다. 이들 공연은 영상, 음향, 관객과의 실시간 소통 등에서 오프라인 공연과는 다른 차별성을 보여줌으로써 포스트 코로나의 공연 방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술계도 참신한 기획으로 코로나에 맞서고 있다. 아시아 최대의 미술 장터 아트 바젤 홍콩은 계획되었던 전시 행사를 취소했다. 그 대신 온라인 뷰잉룸을 만들어 공개했다.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을 통해 2천여 작품을 실시간으로 전시한 것이다. 관객들은 온라인을 통해 작품을 관람하며 판매를 문의했다. 첫날부터 접속자 폭증으로 서버가 다운 되었는데, 온라인 방문객은 모두 25만 명이나 되었다. 2019년 행사장을 찾은 총 방문객 8만 명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다. 최첨단 통신과 영상 기술, 탁월한 기획력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 공연과 전시는 코로나 이전부터 준비되어온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등 한국의 기획사들은 온라인 콘서트를 치르는 역량을 오래전부터 축적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세계적 화랑 데이비드즈 워너는 코로나19가 퍼지기 훨씬 이전인 2017년부터 온라인 전시 환경 구축에 나섰다. 이 화랑은 오프라인 전시장과는 별도로 온라인 뷰잉룸을 도입했다. 선도적 문화 기업들이 치밀하게 준비해온 공연과 전시 행태가 코로나 환경에서 찬란하게 꽃 핀 것이다. 앞으로 코로나가 잠잠해지고 종식되더라도 이 새로운 형태의 공연 전시는 더욱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공연과 전시 비즈니스에는 저작권에 대한 면밀한 접근이 필요하다.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를 전제로 한 저작권 계약이 담지 못하는 내용이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공연과 전시는 기본적으로 ‘전송’ 방식이다. 공중의 구성원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온라인으로 저작물에 접근하여 이용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를 온라인으로 옮길 때는 전송권을 확보해야 저작권 분쟁이 생기지 않는다. 그리고 전시와 공연은 지역 범위를 한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대한 조정도 필요하다. 오프라인 공연과 전시를 홍보하는 목적으로 온라인이 많이 활용되었는데, 이러한 보조적 활용에 대해서는 저작권이 크게 문제시되지 않았었다. 이때의 관행을 그대로 온라인 공연과 전시에 옮기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주된 형태가 바뀌기 때문이다. 코로나 환경이 가속화 한 문화 비즈니스 변화는 문화 비즈니스의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다. 그 기회를 잘 살리기 위해 저작권 변화에 대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2020-08-18

[장준환 법률칼럼] 온라인 수업과 저작권

시대를 가리지 않고 아이들은 학교에 가는 것을 싫어한다. 휴일이나 방학이 가까이 오면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그런데 코로나-19는 아이들의 오래된 본성까지도 바꾸어놓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싶다”며 아우성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학교는 밀집되어 집단생활을 하는 공간이기에 전 세계적으로 등교하지 않은 수업, 즉 온라인 위주의 수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국은 원격교육이 발전한 나라지만 지금처럼 교육기관 전반에 걸쳐 대대적으로 시행한 적은 없다. 그래서 수업의 온라인화에 따른 혼란이 일고 있다. 이것은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온라인 수업의 전면적 확대로 야기된 문제 중 하나가 저작권이다. 교실 수업에서라면 문제가 되지 않았던 부분까지 불거져 나오는 중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수업을 위한 저작물 사용이 상대적으로 폭넓게 허용되어 있다. 수업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서적, 영상 등 타인의 저작물을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국제 저작권 협약인 베른협약도 교육 목적의 ‘도해(by way of illustration)’를 인정하고 있다. 제한적으로 저작권 이용을 허락하는 ‘공정 이용(fair use)’의 개념도 적용된다. 사소한 저작권 침해에도 관대한 편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말이 있듯 교육, 특히 공교육에 대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는 부분도 통 크게 넘어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수업이 온라인화되면서 저작권 문제가 더 민감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실 수업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휘발성이 있다. 좁은 공간에서, 제한된 학생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라인 수업은 이와 다르다. 타인 저작물을 이용해 온라인 수업이라는 독특한 ‘영상물’을 만들고 이것을 ‘전송’하기 때문이다. 이용과 복제 과정에서 또 다른 침해가 생길 여지가 크다. 온라인 수업 영상에 포함된 저작물의 저작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그 저작물 수업을 받는 사람 외에는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접근 제한 장치 그리고 수업을 받는 사람 외에는 복제할 수 없게 하는 복제 장치가 꼭 필요하다. 그리고 저작권 보호 관련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전송에 따른 보상금을 산정하기 위한 장치도 필요하다. 교육에 있어 저작권 사용이 관대하고 폭넓게 허용되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여기에도 원칙이 요구된다. 공정 이용에 관한 3대 테스트가 적절한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단계는 특별한 경우에 한정하며, 2단계는 저작물의 통상적인 이용과 충돌하지 않고, 3단계는 저작자의 합법적인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 원칙에 맞추어 온라인 수업을 위한 저작물 이용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육이라는 숭고한 목적도 무분별한 저작권 침해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타인 저작물은 수업에 꼭 필요한 경우, 일부만을 고유의 목적에 맞추어 제한적으로 사용하며 경제적 보상을 고려하는 저작권 관행이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국가 주도하에 교사와 학생이 저작권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풍부한 학습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기를 바란다.

2020-07-21

[장준환 법률 칼럼] 언택트 시대의 저작권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장기화하면서 지구촌 삶의 방식이 바뀌고 있다. 그 변화의 폭은 크고 전면적이다. 현대 역사를 코로나 19 전후로 나누어 써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학자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포스트 코로나(post corona), 애프터 코로나(after corona)의 사회 양상에 관한 연구가 한창이다. 코로나 19 이후 새로운 풍속도를 집약해서 표현하는 신조어로 ‘언택트(unTact)’가 있다. ‘접촉(contact)’에 부정 접미사 ‘un’을 붙인 말이다. 사람 간에 접촉 없이 생활이 이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예컨대 직접 식당에 가지 않고, 전화나 앱을 통해 배달시켜 먹는 것이 언택트이다. 식당에 가더라도 종업원과 부닥치지 않고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조리된 음식을 찾아와 먹는 형태도 소극적인 언택트라 할 수 있다. 또한, 쇼핑할 때 매장 방문 없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결제한 후에 택배를 통해 받는다. 이때 택배기사와도 대면하지 않고 문 앞이나 지정된 장소에서 물건을 찾는다. 침방울을 통해 퍼지는 전염병을 피하려고 가능한 한 사람 간 접촉을 줄이는 방식이 보편화된 것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쇼핑몰들의 매출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코로나 19가 불러온 언택트 문화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기업들에서도 생산•판매•고객 서비스는 물론 마케팅에 언택트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한창이다. 언택트의 대표적 방식이 온택트(onTact)라 할 수 있다. 온택트는 온라인(on)과 접촉(tact)를 합친 말이다. 일, 공부, 취미 등의 활동이 인적 접촉 없이 인터넷이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일하며 화상회의를 통해 소통하고 업무 결과물을 온라인으로 전송한다. 학교에 가서 교사의 강의를 듣고 학생들 간에 직접 토론하는 대신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화상 토론하며 수업한다. 심지어 시험도 인터넷을 통해 치른다.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진료받는 대신 스크린으로 의사와 대화하고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기기로 몸 상태를 점검하며 처방을 받는 원격 진료를 진행한다. 문화생활도 마찬가지다. 콘서트장이나 극장에 가는 대신 동영상으로 공연과 영화를 즐긴다. 코로나 19 이후 유튜브, 넷플릭스, 줌(ZOOM) 등이 기업이 주목 받는 것은 이런 온택트 확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종식된 이후에도 이 경향은 더 커질 것이다. 이미 이런 흐름이 진행되던 중이었고 팬데믹을 계기로 편리함을 경험한 사람들을 통해 더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언택트 특히 온택트는 정보 보안과 사생활 침해 등 새로운 사회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저작권에서도 새로운 갈등을 일으키리라 본다. MP3 등의 음원 파일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음악 저작권 문제가 첨예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온택트 문화는 그 특성상 다양한 ‘전송’ 행위를 동반한다. 이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 논란은 불가피하다. 영역에 따라 여러 가지 형태로 문제가 불거질 것이다. 이에 대비한 법률과 관행이 정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혼란도 뒤따를 수 있다. 이에 대한 사회적•개인적 준비가 필요하다.

2020-07-10

[장준환 법률 칼럼] 작품 속 공간 재현의 저작권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의 오스카상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한국 문화예술 역량을 전 세계에 보여준 쾌거이다. 이후 영화 기생충은 미국에서 흥행몰이에 나섰다. 그런데 영화를 본 미국인들은 ‘반지하’라는 한국 특유의 서민 주거 형태에 흥미를 보였다. 한 지인은 여기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코로나19가 진정되면 ‘기생충’에 등장하는 반지하 주택을 재현해 카페 형태로 운영하면서 현지인에게는 독특함을, 미국에 사는 한인 교포에게는 추억을 제공하고 싶은데 법률적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다. 나는 2가지 위험성을 조언했다. 먼저 상표권이다. 계획한 카페를 열어서 영업하려면 ‘기생충’이라는 타이틀을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상표권을 침해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세트는 건축 저작물인데 이를 침해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인이 자신이 계획한 카페를 열려면 영화 저작권자로부터 상표권과 건축물 저작권 이용에 대해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절차와 비용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뜻을 접고 말았다. 우리는 영화나 TV 드라마를 보면서 멋진 공간을 접하고는 한다. 허름하지만 토속적 분위기의 주점, 이국적 향취가 가득한 해변의 카페, 현대적 세련미가 넘쳐나는 옷 가게, 전통과 지성이 어우러진 도서관 등등을 보면서 저 공간을 내가 운영하는 매장에 그대로 옮기고 싶을 때가 있다. 이때 저작권 사용 허락을 받아야 할까? 그 범위는 어떻게 될까? 건물 내외부, 즉 건축물과 인테리어 디자인은 모두 저작권이 적용된다. 일반적이고 기능적인 부분 외에 독특하게 창조된 영역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따라서 스크린샷을 보고 베끼듯 재현한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크다. 하지만 특정한 소품 사용, 가구 배치 방식, 내외부 색상 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차용해도 무방하다. 창작된 요소를 그대로 가져오지 않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비슷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상 괜찮다. 그런데 매장 내외부에 그 영화나 드라마의 타이틀을 사용한다면 디자인 차용 여부와 관계없이 상표권 침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영화나 드라마의 공간이 세트일 때는 영화사 쪽에 저작권이 속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실제 존재하고 영업하는 장소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꽤 많다. 이때는 그 매장이 저작권자가 된다. 아무래도 영화 세트보다는 실제 매장이 저작권 침해에 더 민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소설 속에 묘사된 공간을 실제로 옮기는 경우는 어떨까? 소설을 글이 아닌 다른 형태로 재현한다고 해서 저작권으로부터 자유롭지는 않다. 소설의 인물, 스토리, 설정, 세계관 등을 저작권자 허락 없이 영화나 게임에 옮긴다면 이는 명백한 저작권 침해이다. 마찬가지로 소설가가 정교하게 구상한 건축물이나 인테리어의 콘셉트와 설계를 그대로 따른다면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 하지만 실제 이런 경우는 드물다. 대개는 영감을 제공하는 데 그친다. 따라서 소설 속의 공간을 재현할 때는 저작권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하겠다. 작품 속에 구현된 멋진 공간을 내 사업장에서 재현하고 싶다면 저작권에 예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애써 이룬 사업이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2020-06-18

[장준환 법률 칼럼] 레시피<조리법>와 저작권

2019년 초 〈극한직업〉이라는 형사 코미디 영화가 한국 극장가를 휩쓸었다. 무려 천오백만 명이 영화를 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원 왕갈비 치킨’이라는 독특한 메뉴도 눈길을 끌었다. 영화 흥행과 함께 원래 이와 비슷한 메뉴를 개발했던 식당이 문전성시의 대박을 터뜨렸고 갈비 양념에 버무린 치킨이 큰 유행을 이루기도 했다. 그렇다면 ‘수원 왕갈비 치킨’은 저작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바꾸어 말해 요리 레시피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까? 간단히 답하자면 그럴 수 없다. 요리 레시피는 저작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저작권은 아이디와 표현을 구분(The Idea-Expression Dichotomy)한다. 표현은 저작권을 인정하지만, 아이디어는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요리의 재료, 조리 방법과 순서 등의 레시피는 아이디어로 간주되므로 저작권 보호 대상이 아니다. 그 대신 요리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영상 저작물로, 조리 과정과 완성된 요리를 찍은 사진은 사진 저작물로, 요리책은 어문 저작물로 보호를 받는다. 유형의 창작물로 표현되어야 저작권이 존재한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숱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새로운 요리를 만들고도 다른 사람이 베끼는 것을 방지할 수 없는가? 꼭 그렇지는 않다. 다른 형태의 보호 장치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특허’이다. 재료 가공 방법, 조리 도구, 조리 순서, 조리 방법 등을 특허로 등록하여 보호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조리법이 특허가 되는 것은 아니다. 특허의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미국 특허법은 ‘새롭고 유용하며 자명하지 않은’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특허법은 ‘산업상 이용 가능성, 신규성, 진보성’을 요건으로 삼는다. 말하자면 기존에 존재하지 않으며, 일반적인 수준의 지식으로 쉽게 고안할 수 없고, 실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영업비밀’로도 레시피를 보호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부정하게 사업 비밀을 취득하거나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된 법률을 이용하는 것이다. 쉽게 드러나지 않는 비법을 보유했을 때 유용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는 특허를 보유하지 않았다. 그 대신 콜라 맛을 결정하는 재료 배합 비율을 130년 넘게 영업비밀로 지키고 있다. 극소수 임원만이 그 비법을 알 뿐이다. 코카콜라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공개해야 하는 특허가 아니라 공개 의무가 없는 영업비밀로써 자기 레시피를 보호하고 있다. 레시피를 상표와 연결하는 방법도 있다. 독특한 조리법의 요리를 상표로 만들면 대중에게 차별성을 인식시키는 효과가 있다. 상표는 기존 상표를 모방하지 않고 자신을 부각하는 독특성이 있어야 한다. 앞에 예를 들었던 ‘수원 왕갈비 치킨’도 영화 흥행 후 누군가에 의해 상표 출원이 되었다. 하지만 이는 기각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명과 이미 알려진 음식 이름을 결합한 일반적인 이름이라 식별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레시피 그 자체는 저작권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하지만 특허, 영업비밀, 상표권 등으로써 지킬 수 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보호 장치를 선택하면 된다. 물론 이때는 특허, 영업비밀, 상표권 각각의 요건에 충실해야 한다.

2020-05-27

[장준환 법률 칼럼] 팬데믹 극복을 위한 지식 자원의 활용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전 세계가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방역, 진단, 치료 등 의료적 영역뿐만 아니라 이동 관리, 경제 정책 등 사회적 측면에까지 걸쳐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각국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열매를 맺어 머잖아 건강한 사회를 회복하게 되리라 희망하며 또한 확신한다. 지적 재산권을 다루는 변호사로서 지적 자원의 적극적 활용이 코로나-19의 빠른 종식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각국 정부와 글로벌 NGO를 중심으로 한 공공영역이 이 일을 주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세계적 바이오 기업들이 축적한 역량을 고려할 때 감염병 백신과 치료제 개발은 더디게 진행된다. 거칠게 말하자면, 이들 기업은 시장성이 약하기 때문에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이다. 감염병 유행과 종식 과정은 신약 개발주기와 맞아떨어지지 않는다. 연구개발 중에 감염병이 종식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기존 약물의 치료 효과를 규명하는 ‘약물 재창출’ 등 대안이 추진되고 있다. 효능이 좋고 안전한 치료제를 신속하게 찾아내거나 개발한다는 어려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축적된 지적 자원이 효과적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감염병 예방과 치료에 관한 특허 정보, 학술 논문, 임상 데이터 등이 연구개발 일선의 전문가와 학자들에게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달될 수 있도록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게 효과적이라 본다. 이것은 방역을 위해 대중에게 정보를 공급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코로나-19의 진단•검사, 백신, 약물, 의료기기, 방호 등에 관한 특허와 논문, 정보를 총망라하여 연구자들이 손쉽게 검색하고 활용할 수 있게끔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지식•정보가 업데이트될 때 알림 서비스를 함으로써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일은 시장 효율성과 경쟁력을 높이려는 기업의 지향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공공성이 강한 일인 만큼 각국 정부가 주체가 되어야 한다. WHO 같은 국제 기구의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나 국제기구는 재원을 투입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연구자들이 이를 무료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리고 관련 정보의 검색과 선별, 처리, 시스템 등재 등을 위해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도 필요하다. 인류의 건강과 복리를 위해 소중하게 활용되어야 할 지식•정보가 특히 결정적 역할을 할 수도 있는 특허 등의 체계적이며 유익한 정보가 학자와 전문가들의 눈에 띄지 않아 사장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지식 자원이 널리 공유되고 활용될 때 예방과 치료를 위한 특효 처방이 나올 가능성이 더 커진다. 코로나-19의 충격을 가장 먼저, 가장 크게 겪은 중국에서는 이미 이런 활동을 추진 중이다. 2020년 2월 3일부터 중국 지식산권출판사는 ‘코로나-19 특허 정보 특별 데이터베이스(http://2019-ncov.zldsj.com)를 구축하고 관련 특허 정보를 무료로 공개하고 있다. 이는 중국어로 구축되어 중국인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각국 차원에서 그리고 세계 차원에서 이런 시도와 노력이 더욱 잘 이루어지고 긍정적 성과를 낳기를 염원한다.

2020-04-28

[장준환 법률 칼럼] 의약품 법률, 시급함과 안정성의 조화

코로나19 피해가 커지면서 전 세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특히 백신과 치료제 개발 희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의약 전문가들에 따르면 백신의 개발에는 최소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한다. 치료제의 경우 신속한 대응을 위해 신규 개발보다는 기존 의약품의 용도 변경 가능성을 검증하는 ‘약물 재창출’ 연구가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클로로퀸, 칼레트라, 렘데시비르 등의 임상이 주목을 받으며 진행 중이다. 이런 약물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왜 신속하게 투입하지 않고 긴 임상시험으로 시간을 허비하느냐는 소리도 나온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아무리 급하더라도 약물의 안정성을 확인하는 절차는 필수적이다. 약물의 특성상 부작용 가능성을 놓친다면 더 큰 재앙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관련 법률은 시급성을 인정하면서도 안정성을 함께 추구할 수밖에 없다. 약품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는 법률 제도의 하나로 ‘희귀 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이 있다. 희귀병 치료제의 경우 다른 의약품보다 검증과 허가를 신속하게 진행할 수 있게 한 제도이다. 최근 ‘길리어드’사가 렘데시비르에 대해 FDA에 희귀 의약품 지정을 신청했다가 곧 철회한 사실이 보도로 나왔다. 길리어드는 굳이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지 않아도 신속 검사 수준의 검토가 가능하기에 신청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과정을 두고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도 일었다.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 받으면 7년 동안 복제 의약품 생산하지 못하게 막는 독점권이 부여되는데, 길리어드가 이것을 노린 게 아니냐는 것이다. 희귀 의약품 지정 제도는 이윤 동기가 약해 제약사들이 희귀 질환 치료제 연구개발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이므로 전 세계 수십만 명이 감염된 질병 치료제 개발에 적용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환자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직 정식 허가를 받지 않았지만 치료 효과가 밝혀진 약품을 쓰고 싶다면 어떨까? 안정성을 이유로 이것을 엄격히 막는 것이 인도적일까? 그렇지는 않다. 치료제가 없어 치료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환자에게 의료 당국이 시판 승인 이전의 신약을 공급해 치료 기회를 주는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xpanded Access Program)’이 있다. 보도에 따르면 코로나19 중환자들은 동정적 사용을 통해 칼레트라, 클로로퀸,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렘데시비르, 흡입형 일산화질소(iNO) 등을 이용한 치료를 받고 있다. 시판 허가를 받지 않은 의약품일지라도 해당 질환의 정식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시급한 환자에게 사용될 길이 법률적으로 열려 있는 상황이다. 보수적인 법이 의약품의 신속한 개발을 막거나 지체시킨다는 주장은 성급하다. 의약품 관련 법률은 환자의 다급한 마음과 사회의 안정성을 조화롭게 추구해야 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 물론 상황에 따른 융통성 있는 법률 적용도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안전하고 효과가 큰 코로나19 치료제가 신속하게 개발되기를 바란다.

2020-04-15

[장준환 법률 칼럼] 코로나19 치료제와 지적재산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고통에 빠져 있다. 아직은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이 존재하지 않아 큰 부담감을 안겨주고 있다. 특효 신약의 빠른 개발도 아직은 되지 않은 상황이다. 후보물질을 찾아 내어 약물을 개발하고 효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신약 개발 과정이 일반적으로 최소한 수년의 시간이 걸리고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류의 불편한 상황에서 ‘약물 재창출’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것은 이미 허가된 의약품 또는 다른 목적으로 연구된 화합물이 특정 질환 치료에 효능 효과가 있는지 규명하고 치료에 적용하는 과정이다. 중국 보건당국은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항바이러스 제재 ‘렘데시비르’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1월 우한바이러스 연구소는 중국 특허청에 렘데시비르 특허권의 ‘강제실시’를 요청했다. 이는 공공의 필요에 따라 특허권자 허락 없이 해당 정부의 행정처분에만 의존해 제삼자가 특허를 이용하고 사후에 보상하는 제도이다. 시간이 없는 급한 상황에서 합법적으로 특허를 침범한다는 뜻이다. 이 조치를 두고 중국이 미국의 제약사 특허를 훔쳐서 새로운 특허를 등록했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지만, 곧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하루라도 빨리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특허권자의 허락 없이 임상 시험을 진행하겠다는 궁여지책일 뿐이다. 이후 중국 정부와 길리어드 사이언스의 긴밀한 협력이 진행됨으로써 오해가 사라졌다. 이런 오해가 생기는 것은 의약품 특허의 특수한 구조 때문이다. 의약품 특허는 물질 특허, 조성물 특허, 용도 특허의 3종류가 있다. 물질 특허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성분으로 의약품을 개발하는 원천특허로 물질을 합성하고 이를 약품으로 제조하는 방법을 다룬다. 조성물 특허는 약품의 안정성과 효과를 높이기 위해 다른 성분을 섞거나 형태를 달리하는 경우이다. 용도 특허는 원천물질인 기존 의약품이나 화합물의 새로운 치료 용도와 치료 방법을 개발한 경우이다. 예를 들어 화이자는 ‘실데나필’에 대해 고혈압 치료제로 물질 특허를 받았지만, 이후 발기 부전 치료제로서 효능을 입증하여 추가로 용도 특허를 받았다. 이것은 ‘비아그라’라는 제품명으로 우리에게 알려졌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특허 출원이 진행되고 있다. 그 대부분이 용도 특허에 해당한다. 시간이 없기 때문에 기존 의약품이나 화합물에서 새로운 치료 효과를 찾는 ‘약물 재창출’에 주력하는 것이다. 여러 제재가 후보로 올라와 연구가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도 그 중 하나이다. 원래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증 치료를 위해 개발되었고 물질 특허를 받았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19 치료에 적용될 가능성이 발견되었다. 작은 희망이 생긴 것이다. 현재 중국에서 임상 3상(신약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전에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는 실험단계. 사람에게 적용하기 전에 1, 2, 3상의 3단계로 나누어 안전성을 증명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고 한국도 여기에 참여한다고 알려졌다. WHO에 따르면 4월에 그 결과가 나온다고 한다. 렘데시비르 외에도 여러 다른 약물들의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놓고 활발한 연구가 전개되고 있다. 이들 연구와 임상시험의 성공을 기원한다. 그 무엇이든 강력한 용도특허를 행사할 치료제가 신속히 나오기를 기대한다.

2020-03-06

[장준환 법률 칼럼] 유튜브 크리에이터의 저작권

2019년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블록 완구 회사 ‘레고’의 의뢰를 받아 미국•영국•중국 어린이들에게 장래 희망을 물었다. 1위를 차지한 직업이 ‘유튜브 크리에이터’이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조사를 했는데 유튜브 크리에이터가 의사를 제치고 3위에 올랐다. 유튜브는 꿈의 공간이다. 라이언스 월드(Ryan’s World)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8세 소년 라이언 카지는 2019년 한 해 동안 2,6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여섯 살 소녀 보람이가 주인공인 보람튜브는 연간 200억 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거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의 영상 창작물을 만들어 전 세계에 배포함으로써 유명세를 누리고 수익을 올리는 일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물론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성공하는 길은 바늘귀처럼 좁다. 그런데 어렵게 성공 가도에 들어섰다 하더라도 발목을 잡는 큰 덫이 하나 있다. 바로 저작권이다. 유튜브는 영상 매체이기에 효과음향, 배경음악, 클립아트 이미지, 영상 소스, 모션 그래픽, 폰트 등 다양한 재료가 결합해서 만들어진다. 이들 중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면 천신만고 끝에 이룬 성공이 한순간에 무너진다. 해당 영상이 삭제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채널 자체를 운영하지 못할 수도 있다. 유튜브는 수많은 영상을 다루기에 가능한 한 문제의 소지를 없애고자 한다. 그래서 혹독한 저작권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저작권자 편에 기울어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멋들어진 가창력으로 아름답게 노래를 불러 수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수백 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더라도 그 노래의 저작권자(작곡가, 작사가) 허락 없이는 한 푼의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유튜브의 음악 저작권 정책을 보면,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음악이 별도로 지정되어 있다. 그 외 모든 음악은 저작권 보호 대상이다. 저작권에 묶인 음악은 두 종류로 나뉘는데, 사용 허락은 하되 그 영상이 창출한 광고 수익을 저작권자가 가져가거나, 아예 사용 허락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바꾸어 말하면 영상 게시가 제한되거나 영상 게시로 인한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뜻이다. 음악 외의 다른 재료들도 마찬가지다. 무료로 공개된 재료나 유료로 구입한 재료를 사용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계약 사항을 살펴보면 사용 범위가 나오는데, 여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저작권 문제 해결의 기본 원칙은 사전 허락과 계약이다. 이에 따라 수익 배분 등을 명확히 해두어야 한다. 모든 사안에서 저작권자를 찾아 계약하지 않아도 된다. 대개 저작권 관리회사 등이 미리 설정된 지침과 조건에 따라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스튜디오’의 여러 라이브러리에서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재료, 허락은 하되 저작권자가 수익을 가져가는 재료, 금지된 재료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나치게 엄격한 경향이 있는 유튜브 동영상 재료의 저작권 관행이 크리에이터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다소 합리적으로 완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현재는 매우 엄격하다. 엄청난 인기를 누리던 게임이나 음악 채널이 저작권 문제로 하루아침에 문을 닫기도 한다. 유튜브에서 성공하려는 이들의 첫 번째 계명은 ‘저작권에 예민하라’이다.

2020-02-20

[장준환 법률 칼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온다면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지구촌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을 더 크게 하고 있다. 현재 몇몇 기관에서 치료제 개발 전 단계에 들어섰다는 소식이 들릴 뿐이다. 개발부터 임상시험을 거쳐 시판되기까지 꽤 긴 기간이 소요되는 의약품 고유의 특성도 치료제의 신속한 보급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신속하게 개발 완료되어 양산 단계에 들어선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고 해도 이 치료제가 신속하게 전 세계 환자에게 보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기술 특허를 가진 제약사가 엄청나게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면 환자 수가 많은 개발도상국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폭넓게 활용하여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려는 취지를 가진 ‘특허’ 제도가 그 독점적 성격 때문에 오히려 공공성을 해치는 모순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의약품 가격 책정에 불만을 품은 제약사들이 해당 국가에 대한 의약품 공급을 거부하여 환자들의 애를 태우는 일이 종종 생기는 게 현실이다. 아프리카 등지의 저개발국에서는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치료제 수입 비용을 버거워하고 있다. 의약품 원가의 대부분은 연구개발비이다. 실제 생산 비용은 미미하다. 고가 약일수록 특허 사용료의 비중이 절대적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다면 특허 사용료로 인한 고비용 때문에 사회적으로 치료에 차질이 생기고 질병이 번지는 현상을 그대로 둘 수밖에 없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TRIPs(무역 관련 지식재산권에 관한 협정) 제31조는 비상시에 국가가 공중 보건을 목적으로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 특허 의약품을 강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1월부터 발효된 TRIPs 제31조의 2는 위급 상황에 처한 국가에 의약품을 수출•공급하려 할 때도 특허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태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은 의약품에서 특허 강제실시를 이미 시행한 바 있다. 물론 이 규정은 한 국가가 임의로 의약품 유통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는 없다. 특허 강제사용이 빈번하다면 연구개발 의욕을 떨어뜨려 신약 생산을 전체적으로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특허 강제사용을 할 때는 무역 보복 등의 역풍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렇지만 전염병 치료제 등 공공성과 시급성이 강한 분야에서는 특허권자의 권리를 일부 유보할 수 있다는 기본 정신은 존중 받아야 할 것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왔는데 비싼 특허 사용료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말이다. 의약품 특허의 국제적 보호를 두고 “빈곤국에 저가의 약품이 공급될 수 있도록 특허권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특허권 강제실시 등의 침해는 개발 의욕을 저해시켜 치료제 생산을 후퇴시킨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이 두 주장 사이에 균형을 찾는 게 현대 지적재산권 분쟁의 큰 딜레마이다.

2020-02-04

[장준환 법률 칼럼]패스트 패션과 저작권

현대 사회의 속성 가운데 하나는 변화와 속도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이 바뀐다. 대중의 취향과 유행도 숨 가쁘게 달라지고 있다.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이 등장하고 큰 시장을 형성한 것은 이런 변화에 대한 패션 산업 나름의 적응 방식이라 할 수 있다. ‘SPA(Speciality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라고도 불리는 패스트 패션은 의류 상품을 짧은 주기로 생산하여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대량 생산•판매하는 브랜드와 산업 전체를 말한다. 최신 유행을 반영한 제품들을 비교적 싼 값에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다. 자라, H&M, 갭, 유니클로 등이 대표적인 패스트 패션 브랜드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생산과 판매를 짧은 주기로 반복하는 특징 때문에 사회적 비난을 받기도 한다. 대표적인 게 환경 문제이다. 유통 과정에서 주기가 끝난 제품을 버리는 일이 많고, 소비자들도 철이 지나면 패스트 패션 제품들을 많이 버린다. 이런 의류 폐기물이 환경 문제를 일으킨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은 저작권 분쟁도 자주 일으킨다. 시장 변화에 빨리 대응하면서도 비용 경제성을 실현해야 하기에 자체 디자인을 만들어내기보다 고급 브랜드 디자인을 모방하는 방식을 선호해온 것도 사실이다. 패스트 패션 브랜드의 모방 때문에 세계적인 패션쇼 런웨이의 모습이 변모하기도 했다. 보통 봄에는 가을과 겨울 상품, 가을에는 내년 봄 상품을 선보이는 게 전통적인 패션쇼 경향이었다. 그러나 패스트 패션이 빠른 속도로 시장에 접근하며, 디자인을 모방하자 신제품을 공개하면서 이를 곧바로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방식을 취하는 회사들이 생겼다. 버버리, 톰포드, 토미 힐피거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잇따라 ‘패션쇼 상품 즉시 판매 제도’를 도입하며 전통적 패션 유통 구조를 깨뜨렸다. 패스트 패션의 디자인 모방이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결정적인 이유는 시장 강자인 대기업이 시장 약자인 중소•신진 디자이너의 성장을 가로막아 산업의 창의성을 해치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인의 모방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과 절차는 비교적 복잡하다. 비용도 든다. 이것을 중소•신진 디자이너가 감당하기가 부담스럽다. 시즌마다 새 제품이 나오는데 일일이 디자인 등록을 하는 것도 어렵다. 그래서 디자인 침해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별다른 대처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모방이라는 쉬운 길에 계속 안주한다면 시장과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인 부부가 미국에서 창업하여 급성장했던 패스트 패션 브랜드 포에버21은 디자인 카피로 수많은 저작권 소송에 시달렸다. 회사가 파산하는 데 이것이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패션 분야도 점점 저작권 관행이 정교해지고 있다. 관련 소송도 증가하는 추세이다. 카피라는 손쉬운 방법은 결국 독약이 될 것이다. 이제 패스트 패션 브랜드가 변화해야 한다. 다른 브랜드를 모방하기보다는 자기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그래야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충족시키는 강점을 유지하며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2020-01-07

[장준환 법률 칼럼] 지식 재산권과 저작권의 차이

우리가 무심코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단어 중에 ‘지식 재산권’과 ‘저작권’이 있다. 일상의 대화에서는 맥락에 따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중요하거나 공식적인 상황이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명확한 개념을 이해하는 게 좋다. ‘지적 재산권’으로 부르기도 하는 ‘지식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s)’은 인간의 아이디어로 산출된 모든 영역을 포괄하는 넓은 의미이다. ‘저작권(copyright)’은 시, 소설, 음악, 미술, 영화, 연극, 컴퓨터프로그램 등 창작된 저작물에 부여되는 권리이다. 지식 재산권의 한 형태가 저작권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한국에서는 지식 재산권을 특허, 실용 신안, 디자인권, 상표권, 저작권 등으로 구분하여 관리한다. 특허는 새로우면서 보통의 기술자가 쉽게 생각해내기 어려운 발상을 담은 발명, 기술, 방법 등을 의미한다. 실용 신안은 특허의 약한 형태라 보면 된다. 대개 특허보다 쉬운 발명을 대상으로 한다. 디자인은 제품의 외형이 상표는 회사, 브랜드, 제품, 서비스의 식별 기호와 외양 등이 대상이다. 그런데 한국의 지식 재산권 분류는 미국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미국에는 ‘실용신안’과 ‘디자인권’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 대신 ‘특허’의 범위가 더 넓다. 미국의 특허 제도는 실용 특허(Utility Patent), 디자인 특허(Design Patent), 식물 특허(Plant Patent)로 나뉜다. 한국에서 실용신안은 미국의 실용 특허에 해당하고, 디자인권도 특허(Design Patent)로 등록한다. 한국에서는 디자인이 특허와는 별개로 구분되지만, 미국에서는 디자인도 특허의 대상이다. 따라서 한국에서 특허나 실용신안, 디자인을 출원했다면, 미국에서는 이것들을 특허로 출원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의 식물 특허는 무성 생식(asexual reproduction)으로 개량된 식물이 대상이다. 한국에서 사업을 하다가 미국에 진출했거나, 미국으로 이민을 한 고객들이 이러한 지식 재산권 제도 차이 때문에 혼란을 겪는 일을 더러 보았다. 애플과 삼성이 특허 분쟁을 벌일 때, 아이폰 모서리의 ‘둥근 디자인’이 특허 침해의 쟁점이 되었다. 그때 한국 출신 기업가나 엔지니어들이 “제품 모서리 모양 같은 게 어떻게 특허의 대상이 되느냐?”며 의아스럽게 생각했다. 이들은 높은 난이도나 혁신성만을 특허의 대상으로 여기는 한국의 관행에 익숙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 밖에도 미국에는 재발행 특허(Reissue Patent)나 재심사 특허(Reexamination Patent)가 있다. 기존 특허의 경함이나, 청구의 범위를 수정하는 것이다. 재발행 특허는 특허 청구 범위와 명세를 고칠 때 출원한다. 재심사 특허는 특이한 제도이다. 누구나 청구할 수 있는데, 기존 특허의 유효성을 다시 심사한다. 이것은 주로 상대방의 특허권을 무효화시키는 데 사용된다. 기업이 자신의 지적 역량과 기술을 지식 재산권으로 만들어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지식 재산권에 대한 법률적 이해가 필요하다. 그리고 각국의 제도상의 차이와 특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12-12

[장준환 법률칼럼] 뉴트로와 저작권

서울의 한 식당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옆 테이블의 20대 초반쯤 되는 청년이 “진로 한 병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적으로 의아했다. ‘진로라니, 없어진 지가 언젠데.’ 하지만 식당 종업원은 군말 없이 진로를 가지고 왔다. 가만히 살펴보니 이름과 병 디자인은 옛날 모습인데, 최근에 출시된 신상품이었다. 이런 상품이나 문화를 ‘뉴트로(Newtro)’라고 한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이다. 굳이 번역하면 ‘새로운 복고’ 정도다. 뉴트로는 단순한 복고와는 다르다. 진로를 예로 들면, 옛 진로를 그대로 다시 출시하면 복고이고 과거의 디자인과 맛의 일부를 유지하여 옛 느낌을 살리면서 알코올 도수 등을 현대적으로 바꾸어 내놓으면 뉴트로가 된다. 전통 양식을 그대로 재현한 한옥이나 옛 스타일 그대로의 한복 등은 복고라 하고, 전통 양식에 현대적 디자인을 가미한 한옥이나 옛 느낌을 유지하면서 요즘 감각을 섞은 한복은 뉴트로라 한다. 뉴트로는 기성세대에게는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복고적 성향으로 다가오지만, 젊은 세대에게는 경험해보지 못한 낯설고 새로운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마케팅에서 자주 사용되며 성공 사례도 많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인 뉴트로는 저작권상 예민한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전통은 사회 전체가 저작권을 공유하지만, 여기에 새로운 창작이 가미된다면 그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로 든 한옥이나 한복에서 심심치 않게 저작권 분쟁이 생기는 것은 이런 이유이다. 대개 뉴트로 창작물은 2차 저작물이다. 기존에 존재하던 1차 저작물을 변형 또는 재생산한 것이기 때문이다. 2차 저작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약간 다르게 베끼는 정도를 넘어서야 한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때 분명한 차이점이 발견되는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최고 인기 그룹 BTS가 2018년 12월에 자신의 곡 「IDOL」의 국악 버전을 발표해서 화제가 되었다. 신선한 시도였다. 시작 부분에 뒤편과 좌우에 각각 하나씩 북을 놓고 춤을 추는 ‘삼고무(三鼓舞)’도 인상적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저작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삼고무는 전통춤이지만 ‘이매방’ 선생이 체계화하였고 저작권을 승계한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가 저작권 등록까지 해둔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통예술에서의 뉴트로라 할 수 있다. 이매방 선생이 만든 삼고무는 2차 저작물로서 보호를 받는다. 그렇다면 이 분쟁은 어떻게 해결될 것인가? 관건은 BTS가 빌려온 부분이 무엇이냐이다. 우봉이매방아트컴퍼니의 2차 저작권은 삼고무 전체에 해당하지 않는다. 창작성을 가미한 부분에서만 유효하다. 그 외의 영역은 전통으로 존재하는 사회적 자산이므로 저작권이 공유된다고 할 수 있다. BTS가 이매방 선생이 새롭게 창작한 영역을 가져왔다면 지금이라도 사용 허락을 받고 합당한 대가를 치르는 게 마땅하다. 그것이 아니라 전통 삼고무를 빌려왔다면 저작권과는 관련이 없다. 이것을 판단하는 게 이 저작권 논쟁의 핵심이 될 것이다. 전통이라 해서 반드시 저작권이 공유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것이 전통에 창작을 가미한 뉴트로일 수 있다. 옛것과 새것을 구별하는 안목을 발휘해야 한다.

2019-11-26

[장준환 법률칼럼] 학교종이 땡땡땡, 저작권

한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학교종이 땡땡땡’이라는 동요를 알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노래이기 때문이다. 이 노래는 2005년에 타계하신 고 김메리 선생이 작사, 작곡했으며 1948년에 발표된 이후 한국인이 ‘애국가’ 다음으로 많이 부르는 노래로 자리 잡았다. 이 곡은 발표 이후 수많은 음반에 수록되었고 음원 사이트에도 여러 형식으로 올라와 있었다. 그렇다면 2017년까지 저작권자에게 지급된 음악 저작권료는 얼마일까? 0원이다. 김메리 선생이 이 곡을 발표할 무렵에 미국에 이민했는데, 이후에 별도로 저작권을 챙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후손에게도 자세한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지, 상속자도 얼마나 의미 있는 노래인지 알지 못했다. 음악 저작권 관리 기구인 ‘함께하는 음악저작인 협회’가 이 사실을 알고 김메리 선생의 딸을 수소문해 간신히 연락이 닿았고, 그녀가 2017년 말에 이 노래를 저작권 관리 기구에 등록함으로써 2018년부터 실질적인 저작권 관리가 시작되었다. 음악 저작권은 소급 적용이 되지 않기에 안타깝게도 이전 저작권료는 받을 수 없었다. 다만 가사를 포함한 악보가 교과서에 실렸기에 이에 대한 대가는 받을 수 있었다. 김메리 선생의 딸인 귀인 조 친 씨는 그 동안 교과서 수록에 대한 저작권료로 550만 원 정도를 받았다고 한다. 교과서에 실리는 글, 그림, 사진, 악보 등에 대해서는 교과서 출판사가 한국 복제 전송 저작권 협회에 규정에 따른 저작권료를 위탁한다. 그러면 이 기관이 저작권자를 찾아 지급하는데, 저작권자를 찾지 못하면 그 돈을 보관해둔다. 현재 협회에는 150억 원이 넘는 돈이 저작권자들에게 지급되지 못하고 쌓여 있다. 사회적으로 저작권 인식과 관행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은 어쩔 수 없다고 해도, 2000년대를 한참 지나서까지 이 곡을 무단으로 공연•방송•음반과 음원화 했으며, 저작권자가 이 상황을 모르거나 내버려 두었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교포 사회에서는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한국에서 집필, 사진, 회화, 작사•작곡, 공연 등의 활동을 하다가 이민한 사람 중에는 자신의 저작권을 잘 챙기지 않는 이가 뜻밖에 많다. 자녀에게 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았다면 본인 사후에 저작권 관리가 더 어려워지는 건 당연하다. 저작권이 상속되며 창작자의 사후 70년까지 보호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도 꽤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쌓이면 커진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남긴 창작물이 있는지, 그것이 사용되고 있는지, 교과서나 다른 출판물에 수록되었는지, 인터넷 등에 게시되었는지 등을 꼭 확인해야 한다. 세부적인 업무는 저작권 관리 기구가 대행하기에 크게 번거롭지 않다. 자신의 저작권도 꼼꼼하게 챙기는 것이 좋다. 창작물을 만들었다면 저작권을 등록해두는 게 최선이다. 분야별 저작권 관리 기구를 통하면 편리하다. 저작권은 매우 훌륭한 상속이다. 늦긴 했지만, 김메리 선생의 딸과 그 자녀는 앞으로 2075년까지 음악 저작권 등의 대가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상속받은 저작권이 있는지, 내가 물려줄 저작권은 무엇 있는지 챙겨보자.

2019-11-13

[장준환 법률 칼럼] 음악 공연의 저작권

음악 공연 기획 관련 자문이 더러 있을 때가 있다. 법과 음악 공연이 무슨 상관일까? 음악 공연, 특히 대형 공연의 경우 법률 이슈가 크게 작용한다. 저작권이 대표적이다. 음악 공연의 저작권자는 누구일까? 작곡가, 작사가, 편곡가 등이 저작권자이다. 그래서 음악 공연은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연주될 모든 곡의 작곡가, 작사가, 편곡가 등에게 허락을 받고 정당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저작권자가 세상을 떠난 후 70년이 넘었다면 허락을 받거나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된다. 모차르트나 베토벤 등 우리가 떠올리는 대부분의 클래식 작곡가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물론 스트라빈스키, 쇼스타코비치 등의 음악가는 아직 저작권 보호 기간에 속해 있다. 연주되는 모든 곡의 저작권자를 찾아 일일이 허락을 다 받는 건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이 요청에 응하는 저작권자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공동 저작권 관리 기구를 통해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연주를 통해 그 곡의 아름다움을 재창조한 연주자에게는 저작권이 주어지지 않을까? 그렇다. 그 대신 그 공연에 대한 ‘저작인접권’이 부여된다. 여기에는 그 공연을 녹음이나 녹화하여 전송하는 것을 허락하거나 금지할 수 있는 권리도 포함된다. 음악 공연을 영상으로 담아 방송하거나 인터넷 등으로 전송하려면 저작권자와 공연의 연주자에게 모두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루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음악이 흘러나오는 라디오와 TV에서 이 절차를 수행하려면 어마하게 바쁠 것이다. 신청곡을 받아 전송한다면 더욱 그렇다. 방송국은 대부분 저작권 관리 기구와 포괄 계약을 맺고 일정 기간별로 대금을 지급한 후에 기구에서 관리하는 모든 음악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곡 수, 전송 시간, 청취자와 시청자 수 등 적정한 규모에 따라 계약을 체결한다. 저작권 관리 기구는 포괄 계약으로 받는 금액을 모니터링해서 저작권자와 실연자에게 분배한다. 어떤 음악이 방송된다면 그것은 전문적 제작 과정을 통해 음원이 만들어졌음을 의미한다. 즉 음악 제작자가 한 주체로 등장한다. 이들에게도 저작인접권이 주어지며, 음원이나 영상이 복제•전송되는 것을 허락하거나 또는 금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연주자들은 대체로 자신의 연주가 방송을 통해 널리 퍼지기를 바란다. 음반에 담기거나 디지털 음원으로 제작되어 게시되는 것도 선호한다. 그래서 제작자인 방송국이나 음악 기획사들은 연주자들로부터 공연의 녹음•녹화나 방송의 허락을 받는 것을 넘어 방송 음원이나 영상을 복제•전송할 권리를 위임 받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유튜브에는 많은 음악 공연 영상이 있다. 자신이 직접 촬영•녹음한 것도 있지만, 공연을 녹화한 방송 화면을 복제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저작권자와 저작인접권자에 대한 명백한 권리 침해다. 법률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삼가야 할 것이다. 깊어가는 가을 한번쯤은 공연장을 찾아 아름다운 선율로 마음을 정화하면서, 멋진 음악이 탄생하여 대중에게 퍼지기까지 참여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떠할까.

2019-10-30

[장준환 법률 칼럼] 시각 예술을 차용한 상업 디자인 문제

‘EV1 컬렉션’은 월마트가 야심 차게 내놓은 의류 브랜드이다.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코미디언이자 토크쇼 진행자인 엘렌 드제너러스와의 협업으로 화제를 일으켰고,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성공적으로 론칭했다. 그런데 ‘EV1 컬렉션’은 줄리안 리베라라는 스트리트 아티스트에 의해 저작권과 상표법 위반으로 피소되었다. 줄리안 리베라는 글자 love와 하트 모양을 선으로 연결한 독특한 드로잉을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삼고 있는데 EV1 컬렉션의 상표가 이 드로잉을 침해했다는 것이 리베라의 주장이다. 월마트 측은 리베라의 드로잉이 창의성이 떨어지며 차용할 만큼 예술적 완성도가 높지 않다고 깎아내리면서 EV1 상표 디자인과 리베라의 드로잉 간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막 시작된 소송이 어떻게 전개될지 전문가들의 예측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줄리안 리베라의 소송 제기가 패션 업계와 저작권 전문가들의 관심을 끈 것은 유명세가 낮은 스트리트 아티스트가 거대 유통 업체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한 독특한 케이스인 데다 엘렌 드제너러스라는 유명 방송인이 개입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저작권 침해의 두 측면이 모두 관여되어 있어 매우 흥미롭다. 저작권은 두 가지 법률적 권리를 아우른다. 하나는 저작 재산권이고 다른 하나는 저작 인격권이다. 월마트가 리베라의 드로잉을 허락 없이 모방했다고 가정한다면, 이는 정당한 대가를 내지 않고 창작물을 도용한 것이다. 마땅히 지불해야 할 비용을 치르지 않았기에 저작 재산권 위반에 해당한다. 리베라가 승소하거나 합의를 본다면 저작권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리베라가 월마트에 분노한 지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그는 저작 인격권 침해를 호소하고 있다. 예술적 가치와 철학이 훼손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리베라는 현대 사회의 획일적 대량생산과 대량판매 체계를 거부해왔다. 디자이너로서 개성 있는 한정 생산품,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유통 채널을 선호했다. 그런데 대량생산, 대량유통의 상징과도 같은 월마트가 자신의 디자인을 사용한다면 그동안 지켜온 예술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적절한 저작권 사용료를 책정하여 거래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기에 쉽게 풀기 어렵다. 쉽게 생각해보자. 민주당 열성 당원인 화가의 그림을 공화당의 광고 디자인에 무단으로 사용한다면 어떨까? 탈핵을 외치는 환경주의자 사진가의 사진이 원자력발전소의 홍보 책자에 수록되어 있다면 어떨까? 다양한 이념과 가치, 철학과 종교가 존재하는 현대 사회에서 누군가의 예술 작품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재산권 침해 행위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그 사람의 고유한 정신세계, 사고, 영혼을 해치는 치명적인 가해가 될 수도 있다. 예술가들의 창작물을 허락 없이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일은 흔했다. 그중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때 지금이라도 비용을 치르면 되지 않느냐는 태도가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그런 태도가 더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값을 매기기 어려운 예술적 가치와 철학, 신념을 존중하는 사회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제 저작권의 ‘몸’뿐만 아니라 ‘영혼’을 함께 살펴야 할 것이다.

2019-10-15

[장준환 법률 칼럼] 비슷한 옷이 왜 이렇게 많을까?

어떤 의류 디자인이 대중적 인기를 끌면 색상과 모양이 비슷한 옷이 거리에 넘쳐나고는 한다. 어떤 경우에는 오리지널 디자인이 무엇이었는지조차 헛갈릴 정도다. 패션 분야에 디자인 카피가 유독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저작권이 적용이 느슨해서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패션 디자인은 저작권이 매우 엄격하게 적용되는 영역이다. 그런데도 패션 디자인 카피 제품이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유행의 변화가 빠른 데서 찾을 수 있다. 보통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디자인이 나온다. 그런데 디자인 특허를 등록하여 보호를 받기까지는 짧게는 수개월, 길면 수년이 걸린다. 이미 유행이 지난 후일 수도 있다. 침해를 적발하고 소송을 벌이는 것이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의류 디자인 카피가 많은 또 다른 이유로는 저작권 침해가 세계 곳곳에서 소규모로 일어나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욕이나 파리의 럭셔리 브랜드가 출시한 디자인을 멀리 아시아의 소규모 업체들이 베껴서 수십 벌씩만 제작하여 판매한다면 침해 사실을 일일이 적발하거나 사안마다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 침해를 발견 후 소송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보상받는 금액이 미미한 경우도 많다. 따라서 패션 디자인 침해 소송은 주로 대형 업체 간에 이루어진다. 럭셔리 브랜드의 디자인을 대형 SPA브랜드(자사의 기획 브랜드 상품을 직접 제조, 유통하는 전문점)가 모방하는 일이 잦다. LA의 작은 매장에서 출발해 세계 10권의 SPA브랜드로 성장한 ‘포에버21’은 한국계 이민자의 성공 신화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하며 쓸쓸하게 퇴장했다. 포에버21의 몰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잦은 저작권 소송을 당한 것도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구찌의 배색 줄무늬 디자인 카피이다. 구찌는 파랑-빨강-파랑, 녹색-빨강-녹색의 줄무늬 패턴을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디자인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포에버21이 이 배색 줄무늬를 자사 의류에 사용하였고, 구찌는 이를 금지하고 피해 금액을 보상하라며 소송을 걸었다. 포에버21은 “구찌의 줄무늬는 일반적인 디자인 요소로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없다”며 항변했지만 결국 패소하고 말았다. 그밖에도 여러 패션 회사들로부터 수십 건의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다. 수많은 소송에 따른 피해 보상과 법률 비용 지출이 포에버21을 더욱 위기로 몰아넣은 것이다. 저작권자의 대응이 소극적이라고 해서 패션 디자인을 베끼는 행위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 사업을 완전히 망칠 수도 있다. 패션 디자인의 저작권 보호 범위는 매우 촘촘하다. 구찌의 배색 줄무늬, 아디다스의 3선 줄무늬, 버버리의 체크무늬 등 언뜻 단순해 보이는 디자인도 특허로 등록되어 있기에 엄격하게 보호받는다. 실제로 한국의 LG패션은 닥스 브랜드에서 버버리의 체크무늬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을 출시했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했고 결국 패소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줄무늬와 도형, 색상 조합 등에도 주인이 따로 있을 수 있다. 의류 등을 디자인할 때는 이 점을 먼저 살펴야 할 것이다.

2019-10-02

[장준환 법률칼럼] 길거리 음악가와 법

뉴욕의 지하철역은 길거리 음악가들의 천국이다. 늘 전 세계 출신의 다양한 음악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아마추어가 아닌 높은 수준의 실력을 지닌 사람도 꽤 많다. 자신의 연주를 대중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열정에 불타 길거리 무대에 선 자유로운 영혼들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난 듯 보인다. 하지만 실제는 다르다. 차이가 있지만 여러 국가와 도시들은 길거리 음악가들을 통제하는 법과 규정을 갖추고 있다. 창작과 예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듯 시민이 소음으로 고통받지 않을 권리도 보호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뉴욕 지하철역 내부에서의 공연은 엄격한 사전 허가와 계획에 따라 열린다. 뉴욕 교통국에는 ‘Music Under New York’이라는 독특한 부서가 있다. 이 부서는 지하철역 안에서 공연하고자 하는 음악가들의 사전 신청을 받고 오디션을 치른다. 이 오디션을 통과한 팀이나 개인들만이 계획된 일정에 따라 정해진 장소에서 공연할 수 있다. 모금이나 CD 판매 등도 규정을 따라야 한다. 버스킹이 매우 활발한 영국에서는 일찍이 ‘버스킹 규정’을 법제화해서 운영하고 있다. 연주 허가증이 있는 길거리 음악가만 공연할 수 있게 한 지역이 많다. 광장이나 공원 등에서의 공연은 금지된다. 연주자가 관객과 너무 가까이 가서는 안 되며, 거주지나 상가의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저녁 9시 이후에 엠프를 켜면 처벌을 받는다. 서울에서도 한강공원 등에서의 빈번한 버스킹 때문에 인근 주민과 산책 나온 시민들의 불편과 불쾌함이 늘면서 엄격한 규정이 마련되었다. 길거리 음악가와 저작권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보자. 길거리 음악가들은 자신의 창작곡보다는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을 연주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 이 곡들의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받고 비용을 치러야 할까? 원칙적으로는 그렇다. 모든 공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며 버스킹 역시 공연의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공연을 위한 저작권자의 허락과 계약, 대금의 수취는 모든 사안마다 개별적으로 진행되지 않고 관리 대행 기관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허락을 받는 과정이 눈에 드러나지 않을 뿐, 저작권 법률상의 행위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 공연은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가 존재한다. 관람비를 받지 않는 길거리 공연에는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모자나 깡통에 돈을 걷는 방식은 어떨까? 여기에는 논란이 있다. 영리 행위의 하나로 보는 엄격한 해석도 있다. 이와 반대로, 공연을 보기 위해서 돈을 꼭 내야 한다는 강제성이 없고 금액도 정해지지 않기에 영리 행위가 아니라는 해석도 존재한다. 현실에서는 모금의 규모가 작기에 특별히 규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상업적 목적이 명백한 버스킹이라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또한, 버스킹 장면을 녹화하여 방송할 때는 버스킹 자체가 아니라 방송으로서 저작권 법의 적용을 받는다. 현대 사회에서 예술은 법률이라는 배경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우리가 그것을 의식하지 않을 뿐이다. 길거리 음악가에게도 변호사가 필요한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2019-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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