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칼럼] 공자가 소정묘를 처단한 이유
진짜 같은 가짜가 판치는 세상이다. 진짜, 가짜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만큼 가짜에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각종 명품을 모방한 짝퉁 제품은 어느 집에나 하나쯤 있을 정도다. 예술품, 특히 미술계에서의 위작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한국 검찰에서 발표한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진품 판정에 대해 유족 측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는 뉴스는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 그럴듯한 배경에 남들이 부러워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도 쉽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정말 실력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이런저런 인연과 아부로 차지한 것일까. 철이 들면서 이 세상에 진짜 같은 가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뚜렷이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은 1980년대 초 한국에 소개된 '게맛살'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정말 '게살'로 알았다. 하지만 '게맛살'은 명태 등 생선 살과 향료를 주 원료로 만든 어묵의 일종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게 됐다. '게맛살은 게살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도 있다. 그렇다, 게맛살과 게살은 질적으로 다르다. 게맛살은 사이비에 다름 아니다.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본질이 완전히 다른 것이 '사이비'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사이비의 달콤함에 쉽게 빠져든다. 달콤함에 빠지면 진짜인지 가짜인지 따지는 것은 중요하지 않게 된다. 진짜 게살 덩어리를 주면 "이건 진짜 게맛살이 아니다. 진짜를 달라"고 외칠지 모를 일이다. 이른바 가치관의 역전이 일어나는 것이다. 에세이 저자는 "가짜를 진짜로 아는 사람은 진짜를 가짜로 간주한다. 사이비 맛에 길든 사람은 본질을 껄끄러워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진짜 비극이다"고 갈파했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사태는 수많은 '진짜와 가짜', 즉 '진위'를 가늠하게 한다. 그런데 혼란스럽고 불확실하다. 분명 진실은 있는데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진짜가 가짜로 대우받고 가짜가 진짜인 것처럼 호통치고 뻣뻣하다. 누가 조사위원이고 누가 조사대상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다. 거짓말이 진실이 되고 진실은 거짓으로 매도된다. 왜곡이다. 왜곡은 사이비다. '~인 것'을 '아닌 것'으로, '아닌 것'을 '~인 것'으로, 나아가 '아닌 것'으로 '~인 것'을 절멸시킨다. 다산 정약용의 저서에 목민심서가 있다. 백성을 위해 일하는 목민관의 도리를 기록한 이 책에서 그는 통치자는 백성을 위하는 일을 할 때만 존재 이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세력자의 횡포를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산은 세력자의 횡포를 징계한 대표적 사례로 공자가 소정묘를 처단한 사건을 들었다. 공자는 노나라의 대사구(법무장관)가 된 지 7일째 되는 날, 정치를 문란시킨 소정묘를 죽여 그 시체를 3일간 궁정에 내걸었다. 이에 한 제자가 공자의 행위에 의문을 제기하자 공자는 소정묘가 5대 악을 범했기 때문에 죽음이 마땅하다고 답했다. 공자는 ▶만사에 통달해 있으면서 흉험한 짓만 하는 것 ▶행동이 괴팍하고 고집스러운 것 ▶말이 거짓되고 교활한 것 ▶괴이한 일을 잡다하게 많이 알고 있는 것 ▶틀린 것은 교묘하게 옳은 것처럼 꾸며대는 것을 5대 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현대에 적용하면 고위권력층의 친인척, 비서실, 지방 유지, 또는 이들의 힘을 믿고 각종 이권에 개입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하려는 세력자들이다. 다산은 이들의 횡포를 가차없이 척결하고 세력을 억눌러 백성을 편안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따라서 통치자나 권력자, 국가공무원이 한 개인이나 정파, 세력을 위해서 일했다면 과감히 도려내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가짜가, 사이비가 판치는 세상을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