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벨보이가 사라진다
호텔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중의 하나가 벨보이(bellboy)다. 손님의 짐을 대신 날라주는 벨보이는 호텔의 서비스와 고급스러움의 상징이었다. 이런 벨보이가 최근 들어 호텔에서 사라지고 있다. 설사 벨보이가 있다 해도 그 역할이 짐을 들어주는 것에서 다른 서비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호텔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벨보이를 고용한 곳은 전체의 14%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86년에 비해 36%가 줄어든 수치다. 일부 호텔의 경우 벨보이의 수가 늘어났지만 그 역할은 상당히 변하고 있다.
애완동물과 함께 투숙할 수 있는 호텔의 경우 개를 산책시키거나 손님과 함께 투숙하는 동물을 방까지 안전하게 데리고 가는 것이 새로운 임무. 스키장 주변의 호텔에선 스키에 왁스를 먹이거나 스키장까지 운전을 해 주는 일이다.
일부 호텔에선 짐을 들어주는 대신 장을 봐주거나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역할이 달라지면서 이름도 벨보이에서 고객 서비스 담당자(guest-service employees), 개인 심부름꾼(personal valet) 등으로 바뀌었다.
호텔에서 벨보이가 사라지는 현상은 얼핏 최근의 추세에 역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비즈니스 여행이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97년이후 100만개의 객실이 증가했고 평균 투숙률은 70%에 이른다. 손님이 늘었으면 짐을 들어주는 벨보이도 늘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벨보이가 줄어드는 첫째 원인은 짐이 가벼워졌기 때문. 항공사마다 탑승객 일인당 가방의 수량과 무게를 제한했고 이에 따라 호텔 투숙객의 짐이 줄어든 것. 그만큼 벨보이가 할 일이 줄어 든 셈이다.
게다가 여행객들이 운반하기 쉬운 바퀴달린 가방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굳이 날라주어야 할 정도의 짐도 없게 됐다.
투숙객들의 태도 변화도 벨보이의 입지를 좁게 만들었다. 정보화 시대에 투숙객들은 비행기표와 호텔 예약 자체를 인터넷으로 할 만큼 대인 접촉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오히려 전통적인 벨보이 서비스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신세대일수록 내 짐은 내가 들고 가는 것이 편하다고 느낀다. 특별대접을 받는 것이 오히려 거북하고 남이 내 짐을 대신 들어주는 것이 어딘지 불편하다. 마치 주유소에서 직접 기름을 넣듯 호텔에서도 짐을 직접 들고 다니는 것이 편하다.
이들은 짐뿐만 아니라 다른 서비스도 남들에게 맡기려 하지 않는다. 벨보이에게 랩탑을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던 한 젊은 변호사는 1시간이나 지나서야 랩탑이 도착하자 답답함을 참을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당장 E-메일로 협상을 할 일이 있었는데 서비스가 너무 느렸다는 것. 시간활용과 속도를 중시하는 신세대에게 점잖게 기다리는 여유와 품위를 우선했던 벨보이 문화는 잘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벨보이 감소 이면에는 호텔업계의 인력난과 경영상의 문제도 숨어있다. 휴스턴에 있는 포시즌 호텔의 경우 지난 5년간 투숙객은 7% 늘었지만 벨보이는 단 한명도 늘어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지를 맞추다보니 신규고용을 억제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일부 호텔에서는 인력부족 문제와 신세대의 새로운 기호를 맞추느라 아예 짐을 줄이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짐이 필요없는 호텔을 지향하는 리츠 칼튼 시카고가 대표적인 경우. 전화 한통이면 손톱소재 기구나 식염수, 방향제, 스타킹 등 간단한 용품은 모두 해결할 수 있다.
벨보이의 입장은 어떨까. 일자리가 없어졌으니 고민할 것같지만 새로운 조류를 반기는 이들도 적지 않다. ‘벨보이=짐’의 고정관념이 깨지면서 서비스의 영역이 넓어졌고 수입도 그만큼 늘어났다. 티킷 예매, 교통편 확보 등의 일이 짐날라주는 것보다 팁이 많은데다 무거운 짐을 나르는 것보다 힘이 덜 들기 때문이다.
<벨보이의 역할 변화>
호텔
(장소·벨보이 숫자) 서비스 내용 팁수준
러 파커 메리디언 애완견 산책, 특이한 20달러
(뉴욕·6명) 애완동물 안내
웨스틴 리오 마 비치 주차부터 바텐딩까지 매일 자동으로 18달러 50
(가주 페블 비치·3∼4명) 거의 모든 일 센트씩 부과
호텔 로레토 룸서비스 배달과 3∼달러
(뉴멕시코 산타페·2∼3명) 드라이 클리닝
호텔 저롬 스키장까지 대리운전 5∼10달러
(콜로라도 애스펜·5명) 스키 왁스칠
포시즌스 웹서치를 포함한 2∼5달러
(가주 뉴포트비치·6명) 각종 심부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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