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른말]‘다리다’와 ‘달이다’
소리가 비슷하여 잘못 씌여지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특히 글을 쓸 때에는 더욱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한방병원에 갔을 때 흔히 “약을 다려 줍니까?”하고 묻곤 한다. 또한 한방병원에서는 “한약을 다릴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오십시오.”라고 하기도 한다.
여기서의 ‘다려’,‘다릴’은 잘못된 것이다. ‘달여’,‘달일’이라고 표현하고 그렇게 표기해야 맞는 표기가 된다.
‘다려’,‘다릴’이 왜 잘못된 것인지 알아보자.
먼저, ‘다려’,‘다릴’의 기본형은 ‘다리다’이다.
‘다리다’는 ‘옷 같은 것의 주름살이나 구김살을 펴기 위하여 어떤 도구로 문지르다.’를 뜻하는 동사(움직씨)이다. 다 알다시피 요즈음에는 대부분이 다리미를 이용하여 그런 일을 한다.
가령, ‘나리는 외출하기 전에 세탁한 옷을 다려야 했다.’라든가 ‘제 남편의 셔츠는 제가 다리겠습니다.’, ‘다릴 옷이 너무 많아서 한숨이 다 나온다.’ 등에 사용된다.
그러므로 ‘다리다’는 다리미로 옷 같은 것의 주름살이나 구김살을 펴는 행위를 뜻한다는 것을 쉬이 알 수 있다.
이에 비하여 ‘달여’,‘달일’은 그 기본형이 ‘달이다’이다.
‘달이다’는 ‘끓여서 진하게 만들다’ 또는 ‘약제에 물을 부어 끓이다’라는 뜻을 가진 동사이다.
다시 말하면 무엇인가를 끓여서 액체의 농도를 진하게 하는 것을 ‘달이다’라고 하는 것이다. ‘한약을 달이다’는 바로 그런 뜻이다.
‘어머님게서 아버님의 한약을 달이고 외출하라 하셨어요.’, ‘시간이 없어 전기 약탕기에 한약을 달였다.’, ‘약을 달이는 일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라고 쓰인다.
예문에 쓰인 ‘달이고’, ‘달였다’‘달이는’ 등은 ‘달이다’의 활용형이며 ‘달여’, ‘달일’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앞에서 예시한 ‘약을 다려 줍니까?’는 잘못된 것이며 ‘약을 달여 줍니까?’라고 해야 한다.
또한 ‘한약을 다릴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오십시오.’ 역시 ‘한약을 달일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오십시오.’라고 해야 맞는 표기가 된다.
‘달이다’의 쓰임에는 이밖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요즘에도 간장을 집에서 달이는 사람이 있어요?’라든가 ‘이 식혜는 저희집에서 달인거예요.’라고 쓰기도 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다리다’는 ‘옷 같은 것의 주름살이나 구김살을 펴는 행위’이며 ‘달이다’는 ‘무엇인가를 끓여서 액체의 농도를 진하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 활용형의 사용에 있어서도 잘 구분해서 써야 할 것이다.
장태숙 <시인·수필가>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