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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24시] O양은 왜 도망다닐까

골목 어귀 전봇대에 대고 한 아이가 오줌을 누고 있는데 다른 아이가 살금살금 다가 오더니 고추를 확 훔쳐보고는 달아난다.
“나는 봤다. 얼레리 꼴레리 나는 고추봤다···”

이럴때 그저 “비엉신! 지는 고추 없나”하면 끝날 일일 것을 굳이 약이 바짝 올라 바지춤을 움켜잡고 쫓아가며 외친다.

“너 죽어, 야 이 XX야, 너 잡히면 죽어···”

고추야 남자면 누구나 다 있는 물건이고 전부 비슷비슷하게 생긴 것인데 같은 사내아이들끼리 남의 것 봤다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아이나 약이 올라 쫓아가는 아이나 그 또래 나름의 부끄러움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때 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O양 비디오’의 주인공 오현경씨가 최근 LA 인근에서 턱교정 수술을 받았다는 기사가 본국의 신문에 대서특필 됐다.

나라를 뒤엎을 음모를 꾸민 것도 아니고 수백억대의 공금을 횡령한 것도 아닌 데 오씨는 무려 1년하고도 4개월째 미국땅을 떠돌고 있다.

여기서 오씨가 지은 죄(?)가 무언지 한번 짚고 넘어가 보자.

한국영화 사상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했다는 영화 ‘쉬리’보다도 더 많은 사람이 봤다는 얘기가 떠도는 ‘O양의 비디오’는 한 청춘남녀의 정사장면을 찍은 비디오다. 한때 사귀던 연인들이 그저 장난삼아 한번 찍어 본 비디오 테입이 유출되면서 전 사회적으로 엄청난 파문을 몰고 왔다.

돈을 받고 모르는 남자와 잔 것도 아니고 상업용으로 팔기위해 포르노 비디오를 찍은 것도 아니다. 그저 사귀는 남자와의 사생활을 찍어 둔 것이다.

미혼남녀가 결혼전에 잠자리를 함께 한다는 것이 별반 이상할 것 없어진 지 오래인 본국에서 굳이 오씨만이 그래서는 안된다는 법도 없다.

더구나 원조교제에서 청소년 매춘, 퇴폐 이발소, 룸살롱 문화 등 향락산업의 수위가 위험수준에 이르고 있는 세태에 비추어 볼 때 사귀던 남자와 잠자리를 가진 오씨가 1년이 넘는 기간을 마치 무슨 정치범처럼 망명생활까지 해야했던 이유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명한 연예인’이라는 점 이외에는 꼽아 지지 않는다.

본국에서는 요즘 몰래카메라가 무슨 유행처럼 번져 교외에 위치한 러브호텔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해 놓고 투숙객들의 정사장면을 몰래 찍어 유통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니 비디오 찍혔다고 다 해외도피를 하면 미국은 이미 도피객들로 넘쳐 났을 것이다.

그런데도 ‘O양의 비디오’가 처음 파문을 일으켰을 때 본국 국민들은 마치 오줌누는 친구의 고추를 살짝 훔쳐본 뒤 놀려대며 도망가던 어린아이처럼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오씨를 몰아부쳤다.

“어떻게 그런 짓을······”

오씨는 유명하다는 것과 몰래카메라처럼 남의 부끄러운 곳을 훔쳐보고 싶은 묘한 대중심리에 편승돼 졸지에 ‘난잡한 여자’로 매도돼 타향살이를 해 온 것이다.

최근 본국의 모 방송국에서 연예인들의 매춘실태를 보도한 뒤 연예인 노조가 사과를 요구하며 출연을 보이콧하겠다며 맞서고 있다고 한다. 본국 연예인 중 상당수가 거액을 받고 몸을 팔아왔다는 것이 방송의 줄거리다.

물론 연예인 측의 주장대로 이 보도가 전혀 근거없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일부 여자연예인들이 접대나 매춘에 연관됐다는 내용은 이미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단지 공개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는것이다.

위의 두 이야기를 전적으로 옳다고 두둔하는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한때의 잘못된 멍에를 영원히 지고 가라는것은 너무 심한 요구가 아닐까. 오랜 시간을 좌절과 방황속에 헤매 온 오씨가 이제는 과거에서 벗어나 제자리를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한용택(특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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