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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나' 이태리 소읍에서 성장하는 한 소년의 사랑이야기

“나는 열세살이었다. 1941년 봄이 끝날 무렵 어느날. 처음으로 그녀를 봤다. 그 날을 잊을 수 없다. 그날은 무솔리니가 프랑스와 영국에 선전포고한 날이며 내게 자전거가 생긴 날이었기 때문이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에 이어 다시 한 번 이태리 소읍으로 돌아가 한 소년이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시네마 천국’이 소년과 영화의 우정이라면 ‘말레나(Malena)’는 미칠 것 같은 청춘의 짝사랑.

남편을 전쟁터로 떠나보낸 말레나(모니카 벨루치)는 온 마을 남성의 욕망의 대상. 그녀가 투피스에 하이힐을 신고 눈길을 내린 채 거리에 나서면 이 작은 마을에선 시간이 멈춘다. 세상의 모든 남성은 말레나를 탐하고 세상의 모든 여자는 말레나를 증오한다.

13세 소년 레나토(주세페 술파로)는 말레나를 처음 본 순간부터 미쳐 날뛰는 첫사랑에 빠진다. 썼다 버린 무수한 편지와 사랑을 찾아 거리를 헤맨 많은 날들, 외로운 몽상, 헛소리처럼 매달린 수음도 그를 구하지 못한다. 정신병 치료와 구마식, 아들 죽이겠다 싶어 아버지가 사준 창녀의 환락도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더할 뿐이다.

첫사랑, 그 외로운 열병을 통해 레나토는 세상을 배운다. 그는 전지적 시점으로 말레나의 아름다움과 슬픔, 살아 남아야 하는 절망을 지켜보면서 어른이 된다. 2차대전의 어두운 그림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말레나’의 세상은 ‘시네마 천국’보다 훨씬 현실의 다양한 모습을 담았고 그만큼 더 어른스럽다.

말레나는 빵을 위해 독일군에 몸을 팔다 조리돌림을 당한 뒤 마을을 떠난다. 어느날 전사한 줄 알았던 말레나의 남편 니노가 돌아오고 레나토는 니노에게 말레나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말레나가 마을을 떠날 때도, 니노가 마을을 떠날 때도 레나토는 기차 역에서 소리없이 배웅한다. 흰 연기를 뿜으며 기차가 떠날 때 레나토가 작별하는 것은 아우성치던 청춘이다. 단 한 번도 따뜻한 미소나 말을 건네주지 않았지만 말레나는 레나토를 성인의 문으로 인도한 순결한 천사였다. 이제 그는 청춘과 함께 말레나를 보낸다.

토르나토레의 영화는 쉽고 아름답다. 그 안에서 아직 인생은 신비롭고 삶에는 몸바칠 열정이 남아있다. 그는 이렇게 희망했다. “관객들이 영화관을 떠나면서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나몰래 이토록 나를 사랑한 사람이 있었던 건 아닐까?”
25일 개봉. 등급 R. Landmark Cecchi Gori Fine Art Theatre·Laemmle’s Monica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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