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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15분] 폭력과 섹스파티로 돌아간 탕아

지난해 할리웃은 숨을 죽였다. 컬럼바인 총격사건 이후 대중문화의 폭력·섹스가 청소년 범죄의 온상으로 비난받더니 급기야 법적인 제재까지 논의됐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는 법. 거세게 반발하던 할리웃은 고개를 움추리고 시간을 벌었다.

소나기가 지나갔다고 생각했을까. ‘15분(15 Minutes)’은 폭력과 섹스를 상다리가 휘도록 차려낸다.

피범벅의 살인과 거리의 총격전, 방화, 매춘, 노출은 상영시간 119분 동안 고르게 배치된다.

이런 면에서 ‘15분’은 외형상 최근에 나온 할리웃 영화 가운데 가장 강력한 흥행성을 갖고 있다.

이는 등급 R 영화 중에서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하니발(Hannibal)’이 엽기적 폭력을 흥행 포인트에 배치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중적으로 폭력과 섹스를 능가할 재미는 없는 것인가. ‘15분’은 탕아처럼 다시 폭력과 섹스로 돌아간다. 하지만 예전과 똑같은 모습은 아니다. 방어논리 하나쯤은 있다.

첫 장면에서 공항 입국심사대에 선 동구 출신의 두 사내는 ‘15분’이 내세운 폭력과 섹스에 대한 방패막이다.

에밀(카렐 로덴)은 자신의 돈을 모두 탕진한 옛 친구와 애인을 살해하는 것으로 무차별 범죄를 시작한다. 올레그(올레그 타타로프)는 미국 도착과 함께 훔친 캠코더로 에밀의 범죄를 모두 녹화한다.

‘블레어 위치 프로젝트(Blair Witch Project)’를 연상시키는 캠코더의 거친 화면은 잔인한 범죄 대부분을 담는 그릇으로 쓰인다.

방패막은 이들이 녹화한 범죄장면에 대한 미국사회의 반응. 살인자가 정신이상자라는 이유로 병원에 감금되는 것을 본 에밀은 “미국에선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고 기뻐한다.

체포된 뒤에는 영화와 자서전 판권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마침내 정신이상자임을 내세워 사형을 면한다. 올레그는 자신이 만든 범죄 다큐멘터리가 미국인이 원하는 영화라고 자랑스러워 한다.

말하자면 ‘15분’은 영상 폭력과 섹스가 미국 사회의 선정성 때문이라고 자기방어를 펼친다.

강력계 형사 에디(로버트 드 니로)가 언론 플레이를 통해 뉴욕 경찰의 신화적인 인물로 부상한 것에서 부터 은밀한 거래는 방어막을 형성한다.

에디는 뉴욕소방국 방화수사관 조디(에드워드 번즈)에게 이렇게 말한다. “유명해지면 일이 쉽게 풀린다.”

타블로이드 방송 ‘탑 스토리’의 앵커는 잔인한 살해장면을 담은 두 사내의 테입을 200만달러에 사들여 방송한다.

살인 다큐멘터리를 방송하는 맨해턴 브로드웨이의 거대한 전광판 앞에서 사람들은 넋을 잃는다.

두 사내를 뒤쫓는 에디와 조디는 폭력과 섹스를 전달하는 케이블 역할을 할 뿐이다.

대부분의 흥행 장면은 캠코더의 화면으로 노출된다. 캠코더 화면은 두 미치광이가 만든 것이고 이는 선정성의 먹이사슬을 통해 거래된다.

폭력과 섹스는 할리웃 만의 잘못이라기 보다 미치광이도 스타로 만드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라는 변명이 짙게 깔려있다.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은 이런 말을 했다. “앞으로는 15분이면 유명인이 된다.” 15분이면 스타가 되는 선정성의 사회.

‘15분’은 빠져나갈 퇴로를 만들어 놓고 선정적인 장면을 마음껏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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