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오늘] 청맹과니의 슬픔
캐나다 기능적 문맹인구 450만명
이들은 눈이 있어도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비록 글을 읽기는 해도 잘 읽지 못하는 사람도 기능적 문맹(functional illiteracy)이라고 정의한다.
요즘 같은 문명의 시대에 과연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글을 읽지 못하고도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하지만 놀랍게도 전세계 59억 인구중의 6분의 1이 문맹자라고 국제연합의 유니세프가 보고하고 있다.
즉 여섯 명중에 하나는 글을 읽을 수 없는 사람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국민들에게 선전 비라를 상공에서 투하하고 있다.
하지만 15세 이상의 아프간 국민 중 남자는 48.1%, 여자는 78.1%가 글을 읽지 못하는 문맹자들이라고 지난해 국제연합
통계는 밝히고 있다.
전쟁과 극단적 종교 이념 속에서 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던 것이다.
하지만 문맹자는 아프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국 국영방송인 BBC에 의하면 영국인의 22%가 책을 읽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단순한 글자는 안다고 해도 문장을 읽거나 쓸 수 없는 기능적 문맹인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이다.
그렇다면 캐나다 국민은 어떨까?
캐나다의 대표적인 매스컴 집단인 서덤 뉴스가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캐나다 성인 중 글을 읽지 못하거나 문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기능적 문맹인이 45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이들 중 1백만 명은 이민자이고, 나머지 350만 명은 캐나다에서 태어났거나 캐나다 시민들이다.
물론 이들 이민자들은 중국어나 일본어 등 본국의 글은 유창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의 언어 즉 영어를 읽지 못하기 때문에 문맹자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런 척도라면 한국교민들도 상당수가 문맹자로 분류될 것이다.
생활에 필요한 몇마다의 회화는 하고, 주먹만하게 적혀진 간판의 글씨는 읽을 수 있을지 몰라도 책을 읽거나 영어 신문을 읽지 못한다면 기능적 문맹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좋은 차를 타고, 비싼 집에서 살지는 몰라도 이 땅에서 문맹인의 서러움을 견디며 사는 것이다.
하지만 육체적 소경과 달리 문맹인은 결심 여하에 따라 고칠 수 있다는데 희망이 있다.
빅토리아 시에 사는 엘렌 지타씨는 올해 60세의 여성이다.
그러나 그녀가 글을 읽을 수 있게 된 것은 45세 때의 일이다.
일찍 결혼해서 손자까지 본 42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글을 배우기 위해 즐겨 마시던 술도 끊고, 강한 결심을 하고 커모선 대학의 기초 글읽기 반에 등록하여 공부를 시작했다.
결국 3년 후에 그녀는 글을 읽었을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고등학교 과정도 마쳐 영광의 고교 졸업장을 받게 되었다.
캐나다 전국에서는 매년마다 여러 단체들이 문맹퇴치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밴쿠버에서는 이곳 일간지 밴쿠버 선지가 이 운동에 적극적이다.
지난 17일은 바로 문명퇴치 기금마련을 위한 가두 신문판매 행사가 밴쿠버 다운타운에서 벌어졌다.
밴쿠버 커낙스 프로 하키 팀 선수들이 가두에 나서서 신문을 판매를 하기도 했다.
이날 신문 판매로 벌어들인 돈이 1만9,000달러였고, 올해 총 16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다고 신문사는 보도했다.
이 기금은 바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의 눈을 열어 주는 일에 사용하게 된다.
청맹(靑盲)과니라는 말은 겉보기에는 멀쩡하면서도 앞을 못 보는 눈을 말한다.
그냥 당달봉사라고 부르기도 한다.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듯이 눈이 있어도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청맹과니나 다름이 없다.
특히 이민자의 경우 영어를 읽지 못하는 청맹과니는 너무도 많다.
하지만 언제까지 청맹과니의 슬픔을 안고 살아야 할까? 아무리 영어의 산이 높아도 산은 하늘 아래 있게 마련이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지만 오르지도 않고 산만 높다고 탄식하는 것은 아닐까? 45세에 글을 읽게 된 빅토리아의 한 여성처럼 우리도 이곳에서 통용되는 글을 읽고 쓰는 일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사진: 밴쿠버 커낙스 프로 하키팀의 헨릭 세딘 선수가 문맹퇴치 기금 마련을 위한 밴쿠버 선(Vancouver Sun)지의 가두 신문판매 행사에 참석, 신문을 사는 한 여성에게 자신의 사인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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