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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교수의 사색의 언덕]시인 이백이 살아났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노던 달아.” 이런 노래가 있었다. 지금도 한국의 어린이들이 부를지도 모른다.

중국 당 (성당) 시대의 시인 이 백이 701년에 태어났고, 2001년이 그의 탄생 1천 3백주년이라 해서 중국에서는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기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그가 세상을 떠난 해는 762년이다.

한국인은 그를 보통 이태백이라고 부른다. 태백은 그의 ‘자’다. 한국에는 오래 전부터 본명 외에 자와 호를 가진 사람이 많고, 성인이 되고 나면 될 수 있는 대로 본명을 안 부르는 습관이 있어서 이백의 경우에도 그의 자가 더 널리 사랑을 받아온 것 같다. 중국 현지에서는 이백이고 서양인들에게도 으레 Li Po로 알려져 있다.

두보와 함께 ‘시종’으로 숭상되는 이백이 갑자기 부활한 느낌이다. 그의 탄생 1천 3백년을 기념하느라고 중국 우정국이 여섯가지 기념 엽서에 이백의 시 6편을 각각 담아서 80만장을 발행했다는 얘기다.

그 시 여섯 중의 하나를 보자. “구름 속의 백제성을/아침에 하직하고/천리 물길 강능을/하룻만에 다 왔나니./양쪽 언덕 원숭이들의/울음소리 멎기도 전에/가벼운 배는 이미/만겹 산을 다 지났네.” (‘조발백제,’ 김달진 역) 소위순수시다.

중국의 현 정권은 이제 정치 이데올로기 위주의 ‘문화혁명’ 대신 ‘덕’으로 다스리는 위대한 문화국, 문화국민이라는 깃발 아래 21세기를 끌고 가겠다는 의도로 공자와 같은 옛날의 세계적 사상가와 함께 옛날 시인을 내세우고 나선게 아닐까. 어떤 취지에서 나왔든 간에 귀중하다는 생각이 든다. 부럽기까지 하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이 못할 일이다. 더구나 독립한지 220년 남짓한 미국은 꿈도 못꿀 일이다.

후세 사람들은 흔히 두보의 유교 배경과 대비시켜 이백을 도교/도학인이라고 보아왔다. ‘도’사상의 영향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실지 도가의 인습을 어느 정도 실천한 사람이라고 알려져 있다. 전설적인 생애를 보낸 이 시인을 미국의 중국시 전문가인 로버트 페인은 “거의 신(god)이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속세를 버린 것 이상으로 초인간적이었다는 말이다.

혹시 이백이 살아 있다고 하면 이런 생각들을 어떻게 대했을까. 도학자, 도교인, 신과 같은 사람, 탄생 기념 사업, 이게 다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들이냐면서 술이나 한말 가져오라고 고함 칠것만 같은 시인이다.

“청주는 성인에 견준다 하고/탁주는 현인과 같다고 들었네./나야 성인과 현인을 다 마시니/어찌 구태어 신선 되기를 바라겠나.” (‘월하독작’ 1의 일부) 많은 술노래 가운데 하나다. “그대는 왜 푸른 산에 사느냐 묻는가/대답 없이 웃기만 하고 마음 편하네./복사꽃 띄운 물 아득히 흘러 흘러/천지가 따로 있으니 인간 세상이 아니구려.” (‘산중문답’--이상 필자역) 이 자문자답 속에 이백의 자연관, 도학적인 ‘무위자연’이 엿보인다고 말할 수 있다.

사람 손이나 기계가 닿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참모습과 하나가 되는 경지에서 시가 나왔고, 시를 쓰다 보면 그렇게 되기도 했을 테지. 그래서 이백은 늘 술과 달과 산, 그리고 배 여행을 즐겼을 것 같다.

김달진의 ‘당시전서’에는 당대 시인 135명이 들어 있다. 물론 그 시대 이외의 시인들도 수없이 많다. 그 많은 명시인 중에서 왜 굳이 이백을 골라 새삼스럽게 국가적으로 영광을 돌릴까. 그의 시를 보급하면 현대 중국사회의 긴장을 풀어준다고 보았을지도 모른다. 만일 그렇다면 열린 문화를 공급하자는 정책인가. 그야 어쨌든 전시에 미국에서 이백을 다시 읽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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