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천하위공(天下爲公)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누구나 돈을 지나치게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흔히 사람도 가진 것으로만 평가를 하고, 소위 성공이란 것도 경제적인 잣대로 가늠을 하는 경우가 많아서인지 모두 돈벌이에 열심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일단 경제적으로 성공을 하면, 무엇을 어떻게 해서 벌었던, 인정을 해 주고 사회적 대우를 해주는 것이 상례이다.
이러한 배금주의적 물질주의적 사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굴러가게 하는 견인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현대사회의 사회악의 진원역할도 하는 것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은 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어 살아 나간다. 사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다닌다든지, 크고 작은 사업을 한다든지 그 직업의 모양은 천태만상이지만, 결국 자기의 육체적 정신적 노동의 정당한 대가로 돈을 벌어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을 꺼려하지 않는다.
남이야 죽든 말든,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치던 자기의 욕심만 채우면 된다는 식이다.
특히 자유가 보장되고, 개인적인 경제활동에 제한이 별로 없는 자본주의적인 민주국가에서는 누구든지 자기가 원하는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자기가 원하는 사업도 할 수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떤 짓을 하던 상관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우선 법적인 범위 내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되고, 법이 규정하지 않고 있는 부분은 공익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해야 된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차이나타운에 가면 입구에 거대한 일주문이 있고, 전면에 천하위공(天下爲公), 후면에 예의염치라 쓰여진 커다란 현판이 걸려있다. 여기서 천하란 하늘과 땅을 이르는 말이 아니라, “모든 것” 이란 뜻이 되어 “모든 것은 공공을 위하여” 라는 뜻이 된다.
장사는 하되 공공을 위해서 사람들을 위해서 공익을 위해서 해야 된다는 중국인들의 사업철학이 잘 배어있는 경구라 하겠다.
또 요즈음 한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최인호씨의 ‘상도’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장사의 길’ 즉 사업의 길을 이야기한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사업은 사람이다’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고, 주인공 의주거부 임상옥을 통해 작가는 기업의 공공성과 사회성을 부각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위에서 보듯이, 무릇 장사는 사업은 기업은 모두 궁극적으로는 공공을 위한 것이 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내가 살기 위한 작은 가게든, 큰 기업이든 고객을 위한 비즈니스라는 차원 뒤에는 비즈니스의 사회성이 버티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므로 사업의 ‘바텀라인(bottom line)’인 공익에 반하는 사업은, 어떤 의미에서, 사업이라 할 수 없다. 공익을 해치는, 사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상행위나 기업활동은 이미 상 (商)이 아니고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 사회에서는 이런 돈벌이 행위가 난무함을 어쩌나! 돈을 벌기 위해 인신매매를 하는 조직이 있고, 마약을 팔고 사는 범죄단체가 있고, 회사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주식가격을 높여놓고 이익을 챙기는 한심스런 CEO들이 부지기수이고, 사람에게 유해한 상품을 만들어 돈을 벌어 떵떵거리며 사는 예가 얼마든지 있지 않은가.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돈을 써라’는 말이 있지만, 이 말도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상관이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개가 얼마나 충직한 동물인가! 주인에게 충성스럽고 집을 지켜주고 사람을 보호해 주지 않는가. 오히려 돈을 버는 데는 귀천이 없고, 돈을 벌었으면 의젓하게 뜻 있게 돈을 쓰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우리가 누리는 경제적인 자유는 거의 무한에 가깝다. 누구든 원하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돈을 벌 수 있다. 그러나, 아무 것이나 해도 되고, 아무렇게나 돈을 벌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하고, 법이 인간생활 모두를 규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의 양심과 공익에도 기준을 두어야 한다.
사업하는 모든 사람들이, 기업을 이끄는 모든 사람들이 이런 최소한의 의식을 갖추고만 있어도, 우리 사회는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천하위공(天下爲公)! 모든 것은 공공을 위해서! 이것이 자본주의의 경제의 바텀 라인(Bottom line)이다.
전병기 <시인 세노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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