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변화하는 시대의 유동적 사고
배영호 변호사
그러나 신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최신 문명에 적응 하는데 어려움을 훨씬 덜 느끼는것 같다. 그러다 보니 기성세대는 점점 신세대에 뒤쳐지는 기분이고 생활 양상이나 사고에 있어서도 양쪽 진영간 많은 차이점이 있는것 같다.
요즘 한국의 어린 아이들은 무선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어서 엄지 손가락을 사용하는데 그 어느 세대보다도 능숙하다고 한다.
이곳 미국에서도 퍼시픽 벨의 무선전화 선전을 보면 젊은 여자가 장갑을 사서는 엄지 손가락 부분을 잘라낸다든지, 젊은 남자가 엄지 손가락에 난 털을 정성스레 면도질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모두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준비 작업이라는 걸 알고 나서는 어이없어 한적이 있다.
엄지 손가락이 우리 몸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인 것이야 주지의 사실이지만 의사소통의 수단으로서 이와같은 직접적인 역할을 담당할 줄 예견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일상적인 변화와 더불어 찾아온 것은 사회 전반에 걸친 다양성에 대한 개방이다.
요즘 한국에선 요즘 하리수라는 배우의 열풍이 뜨겁다고 한다.
생활방식·의식 모두‘급변’
‘여자보다 예쁜 남자’라는 케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만능 연예인으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굳히고 있다는데 그녀는 남자로 출생해서 여자로 생활하고 있는, 일반 기준으로 보면 평범치 않은 사람이다.
어쨌거나 자기의 정체를 당당하게 공개하고 연예인 생활을 해나가는데, 인기 절정을 구가하고 있다니 한국도 불과 얼마 사이에 상당히 변한 것만큼은 사실인 것 같다.
특히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과거와는 달리 무엇이 되었던 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공개하고 떳떳하게 사는것이 정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하니 사회는 점점 더 모자이크화 될것 같다.
사회가 개방되고 다양화 되어감에 따라 하리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늘어갈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 관한 적절한 제도적 입장 정리가 되어있지 않으면 전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나 새로운 양상의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나 사회적 혼돈으로부터 벗어날수 없을 것이다.
얼마전 이곳 미국에서는 남자로 태어났으나 성전환 수술을 통해 여자가 된후 어떤 남자와 걸혼해 살다가 미망인이 되어 그 남자의 자식과 재산 상속을 둘러싸고 법적 싸움을 하다 패소한 경우가 있었다.
재판을 맡았던 판사의 논리에 의하면 문제의 미망인은 태어나길 남자로 태어났으니 다른 남자와의 결혼은 무효라는 것이다.
고정관념 깨는 유연성 필요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의 세상 일이라는 것이 더이상 그렇게 수학 공식처럼 간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만일 문제의 미망인이 다른 여자와 결혼을 했었다면 이론상으론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걸혼이겠지만 그 역시 전통적인 남녀간의 결혼이라고 보기엔 하자가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의학 상식으론 남자의 염색체는 XY이고 여자의 염색체는 XX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드물지만 다른 조합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니 여자라도 Y 염색체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러한 여자가 성전환 수술을 받지않고 여자로서 살며 남자와 결혼을 했다면 그 걸혼은 과연 무효화 되어야 하는지 궁금해 진다.
이렇듯 어디에다 선을 긋든지 결과는 불합리할 수밖에 없으니 결국은 초점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개인의 행복과 상황에 맞춰 터부시 되어왔던 삶의 방향과 선택을 포용할수 밖에 없는것 같다.
그렇기 위해선 이젠 인간사의 모든것이 변할수도 있다는 유동적인 사고 방식과 모든것은 상대적이라는 유연한 자세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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