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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되찾아야 할 조선왕국 주미공사관

 작년 9월 주한미국대사인 토마스 허바드로부터 책 한권을 선물받았다. 그 책에는 간추린 주한미국대사관의 역사와 몇장의 건물사진이 담겨 있었다. 그 사진중 하나는 한국식 기와집으로 1883년 5월에 초대 주한 미국공사로 부임한 푸트가 사용한 공사관건물이었다.

 이 건물은 그때부터 1945년까지 공사관으로 사용됐고 해방후 지금까지 역사적 유물로 남아 관광객을 끌고 있다.

 나는 이 사진을 보며 감개 무량함을 느꼈다. 내가 1927년 미국으로 유학오기 위해 미국비자를 받았던 바로 그 건물이었기 때문이다. 이 건물 사진을 보면서 지금 워싱턴DC에 남아 있는 조선왕국의 주미공사관 건물이 머리에 떠올랐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두나라의 초기 공관건물이 지금 각기 어떤 모습으로 남아있는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의 주한 미공사관 건물은 공사관으로서의 임무를 끝낸 뒤에도 잘 관리, 보존돼 지난 100년간 한국속에서 미국이 걸어온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1891년 2만5,000달러에 구입한 조선왕국의 주미 한국공사관은 1910년 한일합방과 함께 일본에게 단돈 5달러에 빼앗겼다. 지금은 미국인이 살고 있다. 지난 100년 동안 한·미 두나라가 걸어온 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 해 가슴이 아프다.

 아메리칸드림을 성취하고 워싱턴에서만 50년을 살아온 나 자신을 먼저 반성한다. 왜 지난 50년동안 이 건물 하나 되찾지 못하고 지냈는가 하고…. 왜 진작 후손들에게 교육적 가치가 있는 역사적 유물로 만들지 못했는가 후회막급이다. 한편으로는 한국정부도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건물은 조선왕국이 구입해 15년 동안이나 외교업무를 보던 한민족으로서는 잊을 수 없는 유서 깊은 건물이다. 한국 역사상 처음으로 외국에 세운 공관이다. 이 건물의 내력을 보면 한국의 외교사에 얼마나 귀중한 유물인지 말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100년이 지나도록 한국정부에서 방치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속상한 일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한국정부는 이 건물을 재구입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본다. 마침 동포사회에서 이민100주년 기념사업회가 조직돼 이 역사적인 건물을 매입하려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한국은 세계 17번째 무역대국이다. 외화보유량도 결코 적지 않은 경제대국이다. 다시 부탁하건데 이번 기회에 한국정부에서 구공관건물을 매입, 우리 후손과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알리는 기회로 삼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국정부는 오래전에 중국 상해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 건물을 매입, 수리해서 역사적 유물로 만들었다. 임시정부청사건물은 지금은 역사적 유물일 뿐 아니라 관광객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되고 있다. 워싱턴에 있는 조선왕국의 주미공사관건물도 상해의 임시정부청사 못지 않게 역사적 의의가 있는 사적지라고 할 수 있다.
 
  <최제창 박사 약력>

 ▶1906년 경기도 개성출생▶개성송도고등보통학교 졸업▶버지니아주립의과대학졸업(1935)▶세브란스 의학전문학교 강사(1935~1938)▶개성 남성병원 내과과장(1939~1945)▶미군정 보건후생부 차관(1945~1948)▶버지니아주립의과대 강사 겸 연구원(1950~1953)▶알렉산드리아에서 개업(1953~1980)▶워싱턴한인회장(1958~1962)▶VA, MD, DC 한인의사회 초대회장(1974)▶재미한인의사회 초대회장(1975)▶대한민국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1976)▶역사속의 한국인 선정(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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