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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이중언어 습득의 어려움 - 유영미

외국어를 습득하는 목적이 완벽한 이중언어자가 되는데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도달하기가 어려운 목표이다. 많은 학자들은 인간의 발달과정을 연구한 결과 10대 중반기의 결정적인 시기를 지나면서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습득할 능력을 상실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어려운 목표에 도달한 이상적인 이중언어자를 생각해 보자.

미국 사회에서 살면서 금방 머리에 떠오르는 사람들은 태어나서부터 20여년 간 성장기에 영어권과 한국에서 대략 반 반 정도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영어와 한국어를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처럼 구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도 간혹 문법적인 오류를 범하는 수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발음면에서 외래어를 한국식으로 수용할 때 생기는 문제가 있다.

이것은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과 거의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사람을 구별하는 아주 좋은 테스트가 된다. 한국어가 모국어인 사람은 ‘세미나가’, ‘포스터가’,‘포드가’ 라고 말하는데 영어가 더 익숙한 사람들은 ‘세미나리’, ‘포스터리’, ‘포드리’ 라고 한다.

두번째 예로는 구조적인 오류가 있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어떤 중국인 교수가 “이처럼 한국어의 된소리를 발음하는 것이 중국인에게는 참으로 어렵습니다”라고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런 예를 굳이 든 이유는 어린이가 노력없이 자연스럽게 모국어를 습득하는 것에 비해서 외국어를 모국어에 가깝게 습득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모국어를 말한다고 해도 다른 언어권과 접촉함으로써 생기는 언어마모 현상까지 고려한다면, 외국어 학습자나 외국어 교사가 하고자 하는 일이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하루에 한시간씩 하는 외국어 수업으로는 6∼7년을 배워도 중급정도의 언어능력에 도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또 한가지 김빠지는 일은 캐나다에서 12년간 최신식 방법으로 불어를 교육했는데도 그 결과가 썩 좋지 않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외국어 교육의 목적을 재검토한다면 현재 상황이 반드시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먼저 언어능력이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흔히 생각하듯이 모국어 수준이란 것도 모국어와 비모국어의 뚜렷이 정해진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언어능력의 연속선상에서 정의할 수 있다.

하나의 언어밖에 못하는 사람들의 경우라 하더라도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문학가와 별로 말재주나 글재주가 없는 사람을 생각해 볼 수 있고, 교육에 의해서 세련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과 교육의 정도와 관계없이 언어구사 능력이 뛰어난 사람도 있다. 이럴 바에야 외국어로 배우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는 훨씬 심각하다.

20세기에 급격히 늘어난 이민으로 생긴 디아스포라와 여행, 유학 등 언어와 문화가 다른 사회의 접촉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현상 중의 하나는 모국어가 없는 사람들, 혹은 여러 언어를 모두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사람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현재 지구상의 인구 중에서 다중언어 구사자들이 단일언어 구사자보다 많다고 한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의 로스 킹 교수는 “많은 한국계 학생들이 이중언어 구사자가 아니고 영어도 한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반언어구사자 (semilingual)”이라고 폄하했다.

조기 유학이나 1.5세 이민은 많은 이중언어자를 만들어 내지만 또한 어느 언어도 문법적이나 사회언어학적인 면등에서 모국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할 수 없는 사람들을 양산하기도 한다.

미국대학에서 실제로 내가 경험했던 학생은 열 살에 브라질로 이민가서 포르투갈어로 가르치는 브라질 학교에 다니다 영어로 교육받는 국제학교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미국대학으로 이민온 학생이었다. 언어능력에 있어서 한국어도, 포르투갈어도 영어도 모국어 구사자처럼 완벽하게 구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어로는 가정에서 쓸 수 있는 기본대화가 가능했고, 포르투갈어로는 밖에 나가서 기본적인 일을 할 수 있는 정도이고, 영어로는 대학교육을 받고 고도로 세련된 학위논문을 쓸 수 있었다.

외국어의 경우뿐만 아니고 작은 규모로 볼 때 방언간의 접촉도 재미있는 현상을 낳는다. 경상도 방언과 표준어를 문맥과 환경에 적절하게 구사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는 두가지 방언사이에서 이것도 저것도 아닌 중간에서 굳어진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언어능력이 개인의 능력, 환경, 습득 연령 등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여주는 적절한 데이타이다. 그렇지만 일단 언어 능력을 연속적인 것으로 규정하면 외국어 교육계는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목표가 아니고 성공이 가능한 중간지점들을 설정할 수 있다.

유영미(뉴저지 럿거스대학 한국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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