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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침에]신조어와 '왕따' 재미교포

조명환 목사

미국 와서 살면서 황당한 일 중 하나는 우리말은 우리 말인데 전혀 뜻모르는 우리말을 대할 때 느끼는 이질감이다.

한국신문이 우리 집에 직배되면 그래도 나는 한국신문 먼저. 함께 배달되는 LA 타임스는 언제나 찬밥이다. 한국신문이나 잡지, 비디오를 즐기면서 살아가는 내 모습을 바라보면 아무리 미국 오래 살아도 어쩔 수 없이 순종 한국산이다.

그런데 살면 살수록 난해 신조어들이 범람할 때면 문득 나는 외로움을 느낀다. 예컨대 ‘동아리’란 말을 나는 아직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대학에서 쓰는 말인 것 같은데 짐작으로 대학의 클럽모임을 동아리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럴듯하게 바뀐 말도 많이 있다. 새벽 일찍 길거리를 쓸고 닦는 사람들을 옛날에는 청소부라고 불렀는데 요즘엔 환경미화원. 청소부란 말보다는 환경미화원이 훨씬 더 고상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그런데 최근 비디오에서 보니까 집에 파트타임으로 청소하러 오는 아줌마를 옛날에는 식모라고 했지만 내가 이민올 쯤엔 파출부라고 불렀고 요즘에는 그들을 도우미라고 부르는게 아닌가

도우미 도우미란 ‘도와 주는 사람’ 으로 알고 있는데 집안일을 도와주는 사람이라서 도우미라 때로는 그런 말들이 도둑놈을 ‘밤 손님’이라 부르는 식으로 어디 억지춘향으로 갖다 붙인 말 같아서 쓴웃음이 나올 때도 있다. 파출부라면 인격을 비하하는게 되고 도우미라면 그들의 인격을 격상시키는 일인가

그게 하찮은 말 장난수준이지 그렇게 부르는 사람들의 인격이나 도덕적 수준은 자꾸 땅으로 고꾸라지는 사회환경에서 불러주는 대명사 몇개 바꾼다고 모든 사람이 평등해 지고 천하만민이 한꺼번에 존엄해 질 수 있을까

간호원이란 말도 그렇다. 우리에겐 어디까지나 간호원이다. 1970년이나 80년대에 이민 온 사람들에겐 간호원이지 간호사가 아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간호사로 부르기 시작했단다. 어림잡아 생각하기엔 왜 간호원만 ‘원’자를 붙이고 똑같은 대학을 나와 전문직에서 일하는 의사는 의원이라 안부르고 의사, 변화사는 변호원이라 안부르고 변호사라고 부르는데 왜 간호하는 사람만 간호원이 되어야 하느냐 아마도 그런 논리인 것 같다.

우리도 ‘사’자를 붙여 달라며 간호업계에서 궐기대회라도 열어가지고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어쨌거나 간호사들을 두고 간호원이라 부르면 서울에선 무슨 난리가 난 것처럼 대한다고 한다.

국민학교란 말도 그렇다. 나는 죽으나 사나 국민학교다. 내가 나온 국민학교 이름은 차동국민학교. 그런데 왜 갑자기 그게 초등학교가 되었는가 서울 가서 국민학교란 말을 쓰면 북한 간첩 암호라도 적발한 것처럼 기겁을 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내가 국민학교 다닐때 그때는 한창 일본어를 생활에서 쑥 빼버리자는 캠페인이 한창이었다. 그래서 그런 말을 쓰면 선생님께 꾸중을 듣거나 방과후 변소청소를 하든가 아마도 그런 형벌( )이 주어졌던 것으로 기억된다.

어머니가 자연스럽게 쓰는 ‘벤또’란 말이나 ‘빠께스’란 말 같은 것은 입밖에 냈다가는 큰 불이익을 당하곤 했다.

그런데 미국내에 있는 일본식당에 가서 점잖게 “런치 벤또 플리즈” 하면 종업원들이 너무 빠삭하게 알아듣는 경우 나는 왜 기분이 좋아지는가 벤또란 일본어도 자연스럽게 말하며 살수 있다는 이 국제감각! 그런데 왜 국민학교 다닐 때는 그 일본어를 뱉아 내지 않으려고 그렇게 안간힘을 썼던고.

해외 동포들도 똑같은 세종대왕님의 훈민정음을 사용하는 한글 백성이거늘 본국에서 우리 말을 바꾼다면 이쪽에다 대고 우리쪽 의사도 한번쯤 들어보면 어떨까 그러면 우리도 모국에서 내다 버린 의붓자식이 아니라 이렇게 마음써 주는 우리 조국이 있구나 라고 감동하면서 살수 있을텐데.

무슨 해외동포재단인가 하는 단체에서는 한국 정부 예산 타내 가지고 동포사회 상대로 생색낼 생각 말고 그런 분야에 이르기까지 우리 동포들의 관심을 전달해 주는 섬세함이 있으면 좋으련만.

내가 부르다가 죽을 언어, 대~한민국 한글이여!. 그대가 너무 변한다면 타국에서 왕따당하는 우리의 심정은 누가 이해할 수 있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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