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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국전망대- 육보시(肉布施)

보시(布施)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불교용어다.
오로지 자비심에 의해 무조건으로 남에게 베푼다는 뜻이다.
즉 베풀되 마음에 한오라기 거리낌의 티끌도 없는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를 말하고 있다.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아가페(Agape)적 사랑쯤 되지 않을까.'왼 손이 하는 일을 오른 손이 모르게 하라'는 뜻과도 일맥상통(一脈相通)할 것이다.

이기준 <논설위원>

이기준 <논설위원>

이는 보살(菩薩)의 수행(修行) 실천 덕목(德目)인 육바라밀(六波羅蜜)중 가장 먼저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육바라밀이란 불교의 이상향(理想鄕) 즉 열반(涅槃)에 이르는 여섯가지 덕목이다.
보시 외에 지계(持戒:계율을 지켜 번뇌를 없앰)·인욕(忍辱:자비 우선으로 중생에 해를 끼치지 않음)·정진(精進:훌륭한 가르침을 수행)·정려(精勵:산란한 마음 가라앉힘)·지혜(智慧:無生法忍의 실천) 등이다.

석가 부처님은 이를 가장 기초적인 수양(修養)의 요소로 삼은 것 같다.
보시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요소중 으뜸이다.
여기에는 다시 석가의 진리를 가르쳐주는 법보시(法布施),물질로 베푸는 재보시(財布施),두려움과 어려움으로부터 구원해주는 무외시(無畏施)가 있다.

이 외에 비록 재물이 없어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일곱가지 보시의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즉 부드러운 눈의 안시(眼施),미소띤 얼굴의 화안열색시(和顔悅色施),좋은 말의 언사시(言辭施),몸으로 봉사하는 신시(身施),선한 마음의 심시(心施),자리 양보하는 상좌시(床座施),재워주는 방사시(房舍施)가 그것이다.
이런 자세와 언행만으로도 남에게 크게 베풀 수가 있다는 것이다.

이중 신시(身施)야 말로 극히 일부 땡초들에 의해 이따금 악용돼 오고 있기도 하다.
이른 바 부처님에 대한 육보시(肉布施)라는 이름으로 부녀자들을 속여 성추행의 빌미로 삼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슬쩍 속아넘어가 주는 경우는 없을까.
자,그런데 최근 서울에서는 자신의 몸 부분 부분을 남에게 보시,꺼져가는 생명을 살려낸 부처님 같은 분들이 주변을 감동시키고 있다.
통계청 전남 보성출장소장 손홍식(52)씨와 17세의 나이로 얼마 전 요절(夭折)한 이요한 군이 바로 그들이다.

손씨는 지난 94년 양쪽 신장이 모두 파괴돼 목숨이 꺼져 가던 환자에게 자신의 왼쪽 신장을 떼어줌으로써 그 생명을 살려낸 바 있다.
그런데 지난 달에는 간 질환으로 사경을 헤매는 여성 환자에게 다시 자신의 간 일부를 떼어줬다.
환자 측에서 보면 부처님도 이런 부처님이 어디 있을까.자신의 목숨을 걸고 간 일부를 떼어주었으니.그것도 생면부지(生面不知) 남에게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이 뿐만이 아니다.
그의 헌혈 기록은 무려 4백7회로 헌혈왕에 올라 있을 정도다.
지난 84년 5월 첫 헌혈 후 지금까지 18년 동안 평균 2주에 한번씩 헌혈했다.
그는 사망후 자신의 장기와 뼈 등은 물론 시신까지 기증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이야 말로 육보시(肉布施)의 전형(典型)이요,그야 말로 생불(生佛)이 아니겠는가.
부천 부명실업고교 1년생이던 이요한 군은 얼마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좌측 뇌가 함몰,너무나도 안타까운 나이에 사망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신체와 장기는 무려 8명에게 이식돼 또다른 8명의 삶으로 부활했다.
안구(眼球)·심장·간은 물론 심지어 팔과 다리뼈가지 다른 환자에게 제공됐다.
이중 18세의 송양은 그의 심장을 이식받아 귀중한 목숨을 건졌다.
끊어져 가던 또 다른 간 질환자의 생명선도 이군 덕분에 다시 굵게 이어졌다.

사망하는 환자가 장기를 기증하는 경우는 종종 있다.
그러나 이군처럼 무려 8명에게 제공된 경우는 없었다고 한다.
타계한 이군이기에 '보시'라는 말을 쓴다는 것은 지나친 결례일지 모르겠다.

그의 모친 윤영애(54)씨는 이 날부터 그를 가슴에 묻었다.
30세에 결혼해 35세에 얻은 단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었다고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그의 신체 일부 일부가 떨어져 나갈 때마다 그녀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기는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아뭏든 삭막한 우리 사회에도 이런 거룩한 사람들이 있다.

상대를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처럼 피가 튀기도록 싸우는 정치판에서 부처님의 보시 운운하다가는 미친× 소리나 듣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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