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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푸는 심리]진화론과 우울증

정유석 정신과 전문의

진화론이라고 하면 우리들은 흔히 하나님이 천지만물을 지으셨다는 창조론에 반해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라고 주장하는 학설로 알고 있다.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이 태평양 서부 외딴 섬 갈라파고스에서 세상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동물을 비교 조사한 결과 1859년 ‘종의 기원’이란 저서를 통해 진화론을 내세웠다.

모든 생물은 장구한 세월에 걸쳐 가장 단순한 생명체로부터 진화 발전된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생물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적자생존’(The survival of the fittest)과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란 법칙을 따른다.

자연에 적응하지 못하는 개체나 종은 도태된다. 그리고 개체 안에서도 감염에 대한 면역같이 후손을 보존하고 번창시키는데 필요한 요소는 대대로 유전되며 그렇지 않은 요소는 소멸된다는 주장도 포함되어 있다.

병적 증상은 종족 보존 역할

그런데 지난 몇 년 사이에 일견 보아서 생명의 존재에 해가 될 것 같은 여러 병적 증상들도 사실은 종족 보존에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침을 예로 들어보자. 목에 이상 물질이 들어왔을 때 기침은 이것이 폐로 들어가 폐렴을 일으키지 못하게 방지함으로써 생명을 보존시킨다.

통증은 흔히 환자에게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다. 그러나 신경이 마비된 관계로 통증을 느끼지 못하면 환자는 몇 시간이고 한자리에 앉아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체중에 의해 눌린 부위에 혈액 공급이 감소되어 결국 그 주위 조직에 손상이 오는 것이다. 실제로 태어나면서부터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극소수의 환자들은 청년기를 넘기지 못하고 조직 손상과 감염에 의해 사망하고 만다.

몸에 열이 나면 자동적으로 신진대사가 증가하며 고열에 지속되면 병원체까지 파괴하는 효과도 있다. 한 동물실험에 의하면 원래 냉혈동물인 도마뱀조차 감염이 되면 따듯한 자리로 이동하여 체온을 몇도 높인다. 만일 이것을 막으면 도마뱀은 감염에 의해 사망할 위험이 높아진다고 한다.

임신부가 임신 초기에 흔히 경험하는 구토증도 사실은 태아나 임산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태아의 신체 조직이 급속하게 분화 발전되는 이 시기에는 어머니의 입을 통해 들어온 어떤 종류의 독성 물질도 태아

에게 중대한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심한 설사조차도 환자의 생명 보존에 어떤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한 조사에 의하면 급성 이질에 걸린 사람에게 지사제를 복용시키면 플러씨보를 투여한 환자들보다 병이 더 오래 지속되었으며 합병증도 높았다.

정신과에서 주로 다루는 불안 증상 역시 생물체가 위험에 처했을 때 이 상태에서 도피시키는 방어적인 역할을 할 때가 많다.

일시적 침울은 ‘선’ 기능도

일시적으로 침울한 기분에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서나 나타나는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우울증이 심하면 일상 생활을 영위하기 힘들게 되며 심지어는 자살에까지 이르게 하는 무서운 병이다. 그러나 그리 심하지 않은 우울 증상은 자신을 보호하는 선 기능도 갖추고 있다.

일찍이 다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어떤 종류의 고통이나 수난이라도 장기간 지속되면 우울증을 발생케 하고 전신의 힘을 약하게 하여 행동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여기에 잘 적응한다면 이것은 어떤 크고 갑작스러운 해악에서 생명체를 보호할 수도 있다.”(1887)

우선 우울 증상은 외부에 일정한 위험 신호를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아이가 울 때 엄마는 아이를 달래면서 울게된 원인을 찾는다. 어른의 경우에서도 우울증은 남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신호일 수 있다. 남들의 연민을 받으면 도움 받는 첫 걸음이 된다.

우리는 도달하기 어려운 높은 목적을 세웠을 때 이를 성취하지 못하면 우울해진다. 남들만큼 재산을 쌓지 못하거나 명성을 얻지 못하면 낙망하기 쉽다. 낙망은 궁극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목표치를 낮추게 돕는다.

몇 년 전 신문에서 방글라데시나 아프리카의 미개국 국민들의 만족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들은 이미 자신들의 목표를 낮게 세웠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여러 가지 병적 증상들이 사실은 종족이나 개체 보존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주장을 ‘다윈주의 의학’(Darwinian medicine)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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