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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24시]홀수 문화, 짝수 문화

김창엽 생활경제부 차장

세상을 숫자로 들여다보면 대략적인 감이 잡히는 경우가 있다. 요즘 한국 정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386’세대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신조어가 아니더라도 30대 혹은 40대 등으로 지칭되는 연령층도 그 나름의 이미지가 있다. 60년대, 70년대 같은 연대도 마찬가지로 한 시대의 특징들을 압축한다.

이런 ‘사회성’을 띠는 숫자들은 대체적으로 문화와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여러모로 판이하게 다른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도 그래서 숫자로 표현이 가능할 것 같다.

순전히 개인적인 관점이긴 하지만 동양문화는 홀수문화, 서양문화는 짝수문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동양은 한,중,일을 중심으로한 동북아를, 서양은 유럽과 유럽으로부터 파생된 북미 등을 말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정치쪽을 보자. 동양은 예로부터 ‘3’ 혹은 ‘1’로 대표되는 홀수 정치문화를 갖고 있다.

고대 한국은 3국의 형태로 국가의 틀을 잡아나갔다.‘3국지’로 대표되는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동양에서는 왕조 중심의 1인체제에서 곧바로 근대국가로 넘어왔다. 정승도 영의정,좌의정,우의정 등의 ‘3’정승 시스템이 뼈대를 이룬다.

현대 민주국가에 양당제도가 기본이라지만 한국 정치는 기본적으로 영,호남에 중부권을 대표하는 3당 시스템으로 흘러왔다. 의석은 적더라도 캐스팅 보트를 쥔 3당의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게 한국 정치다.

서양정치에는 근대부터 양당 시스템이 확고하게 자리잡았다. 형식상으로 다당국가지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민주,공화 양당이다. 영국의 토리당,휘그당까지 거슬러 갈 만큼 뿌리가 깊다. 하다못해 상원, 하원등 의회까지 2개로 짝수다.

사회적으로도 동양은 홀수를, 서양은 짝수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동서양에서 각각 금기시되는 죽을 ‘4’자와 ‘13’이란 숫자만 비교해도 그렇다. 장례만해도 3일장, 5일장에 49제니 하는 식이다.

반면 서양에서 쿼터 시스템에서도 알 수 있듯, 나누면 딱 떨어지는 짝수 시스템이 발달돼 왔다. 온전한 그 무엇인가를 1/4로 나눠 이를 기본으로 삼는 것이다. 쿼터 동전이 대표적이고, 1년을 4개의 분기로 나누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치 사회는 물론 예체능에서도 동서양 문화에 차이가 있는 듯 하다. 한국 고유의 음계는 ‘궁상각치우’, 5음계다. 서양에서는 8단계로 나눈 ‘도레미파솔라시도’의 8음계 시스템이다. 눈여겨 보면 생활 양식이나 습관 등에서 동서양 문화의 이런 차이를 적잖게 발견 할 수 있다.

동양에서 홀수가, 서양에서 짝수가 각각 선호되고 발달된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서나 민족성, 인종 특성 등이 적잖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엔지니어링 분야나 국제기능대회 같은 데서도 곧잘 증명되지만 동양사람들은 정교한 맛이 있다.

5음계, 8음계 같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예컨대 떡을 정확히 8쪽으로 나누기는 쉽지만, 5쪽으로 나누기는 어렵다. 눈썰미가 뛰어나고 정교해야 홀수로 균분이 가능하다.

반면 서양사람들은 딱 떨어지는 맛이 있다. 잔정이 적다고 할 수 있지만 끊고 맺는 것이 분명하다고 볼 수 도 있다. 딱 둘로 나뉠 수 있는 짝수와 그 문화, 사람들이 서로 닮아 있는 것이다.

내 주장이기는 하지만 한인사회의 경우 본국 정서가 기본인 1세와 미국 정서가 바닥에 깔린 2세가 혼합된 홀짝 문화를 갖고 있다. 홀수는 홀수대로, 짝수는 짝수대로 서로 겉도는 경향도 있고, 홀짝이 적절히 배합된 경우도 본다. 1세 부모와 2세 자녀의 마찰, 혹은 미국사회에 대한 한인들의 부적응 현상 등은 이런 숫자 문화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수학적으로만 따진다면 홀수와 짝수의 우월이 있을리 없다. 두 숫자가 온전히 합쳐져야 정수(Whole Number)가 된다. 당신은 혹 어느 한쪽 만을 고집하고 있지 않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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